먼저, 자유와 속박의 의미를 에리히 프롬의 자유에서의 도피에서 설명하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역사는 개인의 집합으로서의 민중이 주체라는 개념을 전제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발전의 기준은 각 사회의 구성원이 속박 당하는 쪽보다는 자유로울 수 있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전제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주변세계-자연, 사회, 가족 등-와 모순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즉, 인간은 주변세계와 독립적인 관계를 추구하지만, 주변세계와 완전히 결별하고 살 수는 없다. 주변세계와의 완전한 결별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주변세계에 완전히 종속되어서 살 수도 없다. 즉, 동물과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구분은 자연에서 독립하려는 경향으로 규정된다는 관점에서 인간이 자신의 주변세계에 완전히 종속된다는 것은 죽지는 않겠지만,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간은 자신의 주변세계에 종속 당하려 하는 과정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자신이 종속하고자 하는 대상에게는 『반항심』과 『적개심』을 가지고, 주변세계와 독립적인 관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과정에서는 『자유로움』과 『성취감』을 얻지만, 『고독감』과 『무력감』을 얻게 된다.
즉, 인간은 주변세계와의 독립을 통해서도, 주변세계와의 종속을 통해서도 결코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되고 독립과 종속의 반복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프롬은 각 개인의 이러한 성장단계가 인류의 역사에도 그대로 반영된다고 이야기 한다. (참조,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P16, 문예출판사, 에리히프롬 저, 황문수 역) 그의 전제를 전적으로 동의하며, 자유와 속박에의 반복을 통한 변증법적인 역사발전의 과정을 정치제도의 변천을 기반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 원시시대 – 자연에의 완전한 종속, 개인에 비유하자면 모친의 자궁에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종속된 상태.
ⓑ 씨족사회 – 모친의 개념으로서의 자연과의 연계가 남아있는 상태로서 “모계중심”사회의 특성을 보이며, 자연의 일부를 숭배하는 토템신앙이 활성화 되고 혈연을 중시한다. 그러나, 서서히 자연과 분리되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 증거로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이 시대에 목격되는 이들의 유희 문화는 자유연애, 집단적 유희 등을 시도하여 분리감을 극복하려는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한다. 즉, 각 구성원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자유를 향유하려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는다.
ⓒ 부족국가사회 – 씨족간의 정복이 시작되며 통합을 통한 소규모 국가가 탄생하는 시기. 가부장제도가 중심이 되기 시작하며, 강력한 전투력을 생산하기위한 사회체제가 본격화된다. 전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여성들의 지위가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한다. 개인의 발달사에 비유하자면 모친에게 강하게 의존하던 아이가, 어머니보다 아버지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단계에 비교할 수 있음. 하지만, 종교적으로는 강력한 신의 도움을 갈구하고, 강력한 통치력에 비유할 수 있는 강한 존재로서의 『부친』에 대한 의존으로 종속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며 사회 각 구성원의 자유의 정도는 미미하다고 추측되어짐.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국민에 대한 강력한 속박이 시작된다.
ⓓ 도시국가(그리스) – 유력한 부족국가들이 군소 부족들을 통합하고 세력적인 균형을 이룬 시기. 대체적으로 전쟁을 통해서 습득된 노획물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노예노동을 기반으로 급격한 문화적 발전을 이룬다. 좀 더 확대된 시각으로 인간의 주변세계를 통찰하게 됨. 즉, 신인동형(神人同形)화 된 신의 개념이 뚜렷해지고 절대적인 선/악의 개념보다 자유로운 사고가 많이 목격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불륜이 자주 목격된다. 즉, 자연이나 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그러한 대상을 즐기려는 시도들이 목격된다. 또한 그러한 결과로서 문화/예술적인 진보가 이루어진다. 정치적으로도 민주주의가 도입되면서 노예를 제외한다면 그 이전의 역사에 비해 가장 자유로운 시민들로 구성된 사회가 성립되었다고 판단됨. 하지만, 후반부에는 중우정치(衆愚政治)등을 통한 혼란을 겪게됨.
ⓔ 전제군주제 – 강력한 통치를 바탕으로 하는 전제정치가 발달하는 배경에는 군소 도시국가들을 통합하여 다스리는 것에 있음. 법제가 발달하면서 선/악의 개념이 종교적인 배경보다 통치적인 배경을 가지게 됨. 1인 군주 이외의 국가 구성원들은 대체로 국가에 예속되는 상태로서 국가내부의 강력한 통치와 주변의 강력한 국가간의 전쟁등에 국가의 힘이 모여진다. 대체적으로 개인의 자유보다는 전제군주의 의지를 수행하는 도구로서 국민이 존재하는 형태. 방대한 토목사업이 병행되었다. (예, 진(秦)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수나라의 거대한 운하건설 등) 하지만, 1인 군주의 폭정 등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신하나 군벌세력 등의 등장으로 이런 통치체계의 후반부에는 봉건제도의 양상이 목격된다.
ⓕ 봉건제도 – 통치계급의 입장에서는 다양성이 시작되는 시점이지만,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의 위치는 전제군주제 하에서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국가 주권을 대상으로 국왕과 봉건영주 간의 배후세력으로서 기사계급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자주 정치적인 혼란이 발생한다. 통치계급은 경제적인 안정성을 바탕으로 문화 예술적인 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르네상스의 배경을 제공해 준다.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봉건 영주들의 의도에 장인들의 활동이 용인되며, 중산층의 활동이 시작되는 것이 목격된다. 국가 구성원으로서 국민들이 봉건영주나 군주에서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서서히 쌓이기 시작한다.
ⓖ 계몽군주의 탄생(자유>속박) – 중산층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봉건영주와 군주간의 주권다툼에서 중산층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며,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들의 권리가 서서히 대두된다. 북유럽에서 대두된 계몽주의사상이 이러한 사회변화에 촉매작용을 하였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독점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부르주아 계층이 탄생하며, 경제적인 부를 독식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 근대국가의 탄생 –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국민들이 본격적으로 역사에 대두되기 시작하는 시점. 대다수의 국가에서 전제군주가 숙청되거나 군주와 국민간의 주권분할이 이루어진다. (프랑스 혁명, 미국의 탄생, 일본의 메이지 유신 등). 하지만, 이 시기에 부를 독점한 자본가들의 횡포가 가장 정점을 이룬 시점으로 자유시장제도에 대한 의문이 계속적으로 제기되며,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후, 원래 자유시장제도는 국가의 개입을 부정하지만 자본가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가가 시장제도에 간섭하는 등의 수정자본주의 등의 모습들도 보여지기 시작한다.
ⓘ 현대 국가와 파시즘의 대두 –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대다수의 국가에서 국민들의 권리(자유)가 최대한 보장되게 된다. 하지만, 경제적이나, 사회적인 혼란을 겪게 될 경우 대다수의 국민들은 강력한 통치력에 대해 갈구하게 되며 역사적으로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한 이유로는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각 개인들이 느끼게 되는 『무력감』과 『소외감』을 들 수 있다.
즉, 강력한 권력으로 통제되는 사회에서 각 개인들은 비록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도 통제에 따르기만 하면 되므로 그러한 무력감과 소외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국가가 제시하는 길을 따르기 때문에 그러한 복종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의혹을 느낄 필요가 없으며,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자신과 비슷한 복종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낄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권력이 없는 사회에서는 대다수의 개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결정해야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무지로 인해서 발생하는 책임에 환멸을 느낀다. 또한, 각 개인들의 개인적인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서로 다른 결정』을 목격하면서, 각 개인들 간에는 서로의 차이점이 대두되며 그것은 대부분 소외감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면, 어떤 패션이 유행하는 거리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러한 유행과 동떨어진 패션으로 나다니는 것을 극심하게 두려워하고 불안해 한다.
그러한 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강력한 권력을 기대하게 되며, 거기에 종속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나타내며, 그러한 사회적 욕망은 파시즘을 대두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상의 나열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인간은 대체적으로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환경을 추구하는 듯 하지만, 그러한 사회에서 대두되는 혼란과 무질서, 소외감에 대한 환멸이 자유에 대한 갈구보다 더 커지는 경우 속박을 원하게 되며, 정치제도 또한 그러한 모습을 띠게 된다. 그 반대로 강력한 권력에 의해 개인들이 속박되는 경우에는 강력한 질서보다 자유로움을 더 갈구하게 되며, 정치제도 또한 그러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즉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인간은 주변세계와의 독립을 통해서도, 주변세계와의 종속을 통해서도 결코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되고 독립과 종속의 반복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는 가정을 뒷받침 하는 예시라고 생각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근, 현대국가에 이르러서는 대다수의 국가들이 국민들의 자유를 제도나 법을 통해 보장하지만, 국민들 스스로가 그러한 자유를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