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건의 큰 트레이드가 성사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예견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 하고 있어서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박동원 선수가 김태진 선수 + 현금 10억 + 2라운드 지명권 댓가로 타이거즈로 팀을 옮기게 됐습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해 오랜 시간 동안 히어로즈를 위해 헌신한 히어로즈의 안방마님을 이런 식으로 보낸 것이 대단히 가슴아프고 서글픈 일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재정이 탄탄하지 않은 히어로즈의 생존방식이기도 합니다. 팀의 레전드로 오랫동안 남아 한 팀에서 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지영 선수가 트레이드 돼서 온 이후 박동원 선수와 포지션을 공유하면서 어떤 날은 포수 두 명이 같이 경기에 출전하는 날들도 많았습니다. 박동원 선수는 공격형 포수라고 분류되어 공격력을 바탕으로 지명타자로도 자주 나온 경기가 많았습니다. 박동원 선수의 경우 국가대표에는 뽑히지 않았지만 국가대표급 선수의 바로 다음 레벨에 있는 (수비가 아주 최상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공수가 겸비된 수준급 포수인 것은 사실입니다. 2014년 한국시리즈의 긴장감을 거의 풀타임 첫 시절부터 경험하고 그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끈 적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사실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무시 못하는 강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박동원 선수가 왜 본인의 영역인 포수 자리를 공유해야 했는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팀의 방향성으로 어떤 상처를 받았을지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이지영 선수가 트레이드 돼서 오기 전 부동의 히어로즈 포수는 박동원 선수였습니다. 팬들 사이에는 탤런트 김광규 씨를 닮았다 해서 야관문으로도 많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외모 또한 훌륭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 당시 백업 포수로는 김재현, 주효상 선수 정도가 있었습니다. 당시 둘 다 군문제가 해결 안 된 상태라 안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안정적으로 안방을 오랫동안 맡을 수 있을 거로 예상했습니다. 문제는 백업 포수와 박동원 선수와의 기량차가 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재현 선수는 안정적인 수비능력에 비해 빈약한 공격력이 문제고 주효상 선수는 1라운드 드래프트를 받은 선수 치고 성장이 느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계속 되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고 히어로즈 안방의 문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프런트에서는 박동원 선수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고 포수로 전 경기를 부상없이 뛰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체력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만, 2018년 시즌에 물론 무죄로 판명나긴 했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해당 시즌 많은 부분을 날려버리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프런트에서는 두 백업 포수의 군 문제 해결과 박동원 선수의 복귀 시점을 고려해야 했을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이지영 선수를 라이온즈에서 영입했습니다.
두 주전급 포수를 보유한 히어로즈는 전담 포수제를 운영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내게 됩니다. 팀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비 부담을 줄여서 박동원 선수의 공격력을 끌어올리고 이지영 선수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젊은 투수의 성장에 기여했기 때문이죠. 문제는 주전 두 명을 동시에 가지고 가려면 누구 한 명이 희생해 한 명 중심으로 굴러가야 하는 하는데 그게 아니니 어느 한 쪽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은 야구 자체가 비지니스이기 때문에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데 신경 쓰지 않을 수 가 없을 것입니다. FA가 앞둔 박동원 선수 역시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해라 더더욱 본인이 주전으로 뛰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겁니다. 거기다가 작년에 골든 글러브 (공격 + 수비 동시 평가, 수비와 공격을 별도로 평가하는 미국과 다름)의 포수 후보로 이름도 못 올렸다는 것에 상당히 마음이 상했을 겁니다. 홈런은 팀 최고인 22개를 쳤는데 포수 후보로 이름도 못 올리고 그렇다고 지명타자로 뭘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고. 박동원 선수는 마음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박동원 선수의 트레이드는 타이거즈로든 아니면 다른 팀으로든 수요가 있고 트레이드 카드가 맞으면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벌어질 일이었을 것입니다. 박동원 선수 정도면 4년에 50억 수준까지도 갈 수 있는데 이걸 히어로즈가 감당할 능력이 안 됩니다. 4년에 50억은 히어로즈의 심장이라고 불릴 수 있는 선수 정도에게만 안길 수 있는 금액이죠.
개인적으로 박동원 선수의 이적이 가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박동원 선수가 타이거즈로 이적해서 본인의 능력을 120 퍼센트 발휘해주면 좋겠습니다. FA가 돼서 히어로즈로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것이 팬의 희망사항이지만 희망고문에 가깝겠죠. 올해 잘 해서 내년에는 대형 FA가 되길 바랍니다.
히어로즈 팀의 문제는 박동원 선수의 트레이드를 통해 자리 정리는 했지만 그럼 남은 이지영 + 김재현 조합으로 박동원 부재를 잘 막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수비적인 측면에서야 어찌 된다 하지만 공격력의 약화는 명약관화입니다. 결국 김웅빈 선수 또는 다른 누군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김웅빈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그게 가능한지는 두고봐야 할 일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점은 이지영 선수의 경기력이 올해 작년보다 못 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지영 선수에게 기대하는 건 그저그런 수비형 포수가 아니거든요. 이지영 선수도 그렇고 김재현 선수도 그렇고 좀 더 분발해야 합니다. 김재현 선수는 어제 당한 부상에서 빨리 회복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는 제2의 장원삼 사태 아니냐는 관점입니다. 이런 이슈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팀의 핵심 선수를 팔아서 그 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를 데려와 팀 플레이의 질을 떨어뜨려 프로야구 전체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우려를 하는 것인데요.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우려를 KBO가 나서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현금 트레이드 자체를 금지시키고 맨투맨 트레이드만 가능하게 하면 됩니다. 근원적으로 히어로즈라는 팀이 KBO에 입성할 때 자본상태를 이슈로 삼아 아예 받아주지 않았으면 그런 일이 원천적으로 차단됐을 겁니다. 그런데 외부 스폰서를 구하고 신진급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릴 것을 알면서 받아준 KBO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트레이드를 해서 히어로즈가 만년 하위권을 전전한 팀이면 그게 맞는 관점일 수도 있겠지만 계속 선수를 키워내고 동기부여를 해 한국시리즈에 해당 기간 동안 2번 진출했습니다. 돈 많은 모기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당 기간에 한국시리즈에 진출 못한 팀이 몇 팀인지는 말 안 해도 잘 아실 것입니다. 물론 현금을 끼운 트레이드를 하는 것 자체가 그걸 할 수 밖에 없는 팀도 서글픈 현실일 겁니다. 그렇다고 그게 프로야구 전체의 수준을 떨어뜨린 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트레이드 시점이 지금이 맞냐 하는 의문이 드는군요. 트레이드를 통해 팀이 가질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박동원 선수를 너무 이른 시점에 트레이드를 한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부적으로 트레이드 적기라고 하는 많은 데이터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박동원 선수가 좀 더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우리가 좀 더 나은 카드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더 길게 끌면 박동원 선수의 퍼포먼스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해 트레이드 적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으나..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트레이드 카드인 김태진 선수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박동원 선수의 트레이드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한현희 선수의 트레이드는 사실 더 빨리 이루어졌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작년 사건이 터지기 전에 트레이드 했으면 한현희 선수 본인도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고 FA취득해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제 본 한현희 선수의 퍼포먼스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구위 문제가 아니고 투구의 진중함이 사라진 듯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결국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도움이 전혀 안되는 등판이었습니다. 많이 아쉽더군요.
어차피 히어로즈라는 팀에 트레이드는 숙명이자 또 다른 무기입니다. 그걸 무기로 삼으려면 트레이드하는 협상력을 갈고 닦아 트레이드라는 행위가 팀에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도록 해야합니다. 그리고 프로야구 전체에 트레이드가 더 활성화돼야 숨은 실력자가 더 발굴되는 선순환 기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선수들도 이제는 트레이드 자체를 버림받았다 생각하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선수를 위한 일이 될 수도 있고 프로야구 전체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어쨌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쓰다보니 논점이 왔다갔다 하네요.
첫댓글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