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제일 좋아하는 올갱이 국을 이틀째 연속 먹었다, 한여름이라 하루만 지나도 맛이 변할텐데 끓일수록 향기롭고 시원한 맛이 살아난다. 고향서 냉동 올갱이를 보내 준 박월자 친구에게 ‘직접 잡은 수고로움에 한 알도 버리지 않고 잘 먹고 있다’ 며 감사인사를 전했더니, 이번엔 어르신들 드시기 좋도록 올갱이 비늘도 제거했고 물살 센 곳에서 잡아 맛도 신선할 거라고 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올갱이 전문식당이 많이 들어섰지만 충청북도 괴산, 옥천, 영동, 보은 지방 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밤이면 가족이 나가 멱을 감다 큰 바위 돌을 스윽 훓으면 한주먹씩 올갱이가 잡혔다. 금새 한 다레키가 찾다. 싸악~싸악 어머니의 올갱이 해금하는 소리를 들리며 부엌저쪽에선 된장국 내음이 구수하다. 올갱이를 된장국에 잠시 끓여내 온가족이 도란도란 앉아 알갱이를 한알 한알 빼내는데 어린동생들은 귀찮으니 빼낸 올갱이만 먹어도 눈 이 밝아진다며 야단치지 않는다, 밀가루를 살짝 묻혀 아욱이랑 부추로 더욱 파랗게 우러난 된장국에 올갱이를 넣으면 구수한 냄세가 방안까지 풍긴다.
가족들의 추억이 묻어있는 올갱이국은 한여름 보양식이었다. 어르신들은 올갱이 국을 먹으면 눈이 좋아지고 간에도 좋다고 했는데 요즘 올갱이 전문식당에 가면 동의보감에 나오는 데로 아미노산과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간세포를 활성화하고 간과 연관성 있는 눈 건강에도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긴 최근 운전면허 적성검사 하러갔더니 시력이 2.0이 나오는데 나이에 비해 어쩌면 이리 시력이 좋으냐며 담당관이 놀란다. 전날 과음해도 아침에 밥 한 공기를 뚝딱해치우는 모습을 본 직장동료들이 “선배는 간해독이 무척 좋은가봅니다.” 며 부러워하는데 이런 영향들이 올갱이국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지 모르겠다.
올갱이를 직접 잡으로 냇가를 가면 정신건강에도 좋다. 졸졸졸 시냇물 흐르는 냇가에서 한여름 밤 반딧불이 여기저기 춤추며 몇 시간씩 올갱이를 잡다보면 일상의 군상들이 날아가고 영혼까지 맑아진다. 반딧불이는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올갱이 숙주로 해서 자라는 애벌레의 어미다. 그러므로 반딧불이 많은 곳에는 올갱이도 많다.
반딧불이와 올갱이, 그리고 생선국수로 이름난 청산은 올해로 지명탄생 1천 82주년을 맞았다. 고려사(高麗史)와 대동지지(大東地誌)에 따르면 ‘청산(靑山)’이란 지명은 940년(태조 23년) 처음 등장한다. 지금으로부터 1082년 전이다.
지역명 탄생 1천년, 전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청산면은 교통사정으로 지역발전은 없으나 자자손손 이어 줄 맑은 냇가를 후대들에게 물려주고 있다. 멋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청산공원 천년기념탑 타임캡슐에 들어있을 올갱이를 보며 자연을 사랑하는 선대들의 고귀한 정신을 길이 이어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