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꿀벌, 나비, 매미, 장수풍뎅이… ‘곤충겟돈’이 다가올수도
올 초부터, 뉴스를 통해 ‘꿀벌 실종’ 이란 말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지난 1, 2월, 겨울잠을 잔 벌을 깨우기 위해 열린 벌통 속이 텅텅 빈 것이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겨울에만 국내에서 월동 중인 사육 꿀벌 약 39만 봉군(벌의 무리, 벌떼를 의미하며 1봉군에는 약 2억 마리가 있어 약 78억 마리)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맘때 사육되는 양봉용 꿀벌은 평균 255만 봉군 가량인 점을 생각하면, 대량의 꿀벌이 행방불명된 것입니다. 꿀벌의 개체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해외에서만 접하던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군집 붕괴 현상이란 꿀을 구하러 간 꿀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여왕벌과 새끼 벌까지 집단으로 죽는 등, 벌통 안에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할 꿀벌 개체 수가 부족해 군집이 무너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현상의 이유는 응애, 농약, 환경오염 등으로 추정될 뿐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2006년 군집 붕괴 현상으로 미국 벌의 25~40%가 사라지고 세계 각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물의 수분에 도움이 되는 벌과 같은 곤충뿐만 아니라 모든 곤충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70년대 산에서 흰색 천에 조명을 켜면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수많은 곤충이 천에 들러붙은 반면, 오늘날 산에서 똑같이 하면 천에 점 몇 개가 보일 정도로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말합니다. 곤충의 다양성과 그 개체수가 함께 줄어든 것입니다.
이런 속도로 곤충이 사라지면 자연 생태계가 위협을 받습니다. 유엔 농업식량기구(FAO)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최대 3,000만 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곤충은 개화식물 87%의 수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조류와 포유류가 곤충을 먹이로 생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곤충들이 사라진다면 먹이사슬이 무너져, 급기야는 인간의 생존마저 불투명해지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코노미스트는 요한계시록에서 인류 최후의 전쟁이 벌어진 ‘아마겟돈’에 빗대어 곤충의 멸종으로 세계 멸종이 다가온다는 ‘곤충겟돈’(insectageddon)이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곤충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농약, 살충제 등도 큰 이유이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연 서식지가 풍부한 지역의 곤충 개체수는 단 7%만 감소한 반면, 농업이 발달되고 기후변화 현상이 심각한 지역의 곤충 개체수는 49%나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곧 기존 생태계에서 살아가던 곤충이 급격히 변하는 기온에 적응해 생존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계 과학자들의 엄중한 요구대로, 그리고 세계 각국 정부가 약속한 대로 203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기 위한 기후행동을 긴급히 강화해야 합니다. 공허한 선언을 넘어 지금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전 지구적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자연환경 질서회복과 유지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하고자 다시 또 다짐을 해 봅니다. 산청으로 터를 옮겼던 10년 전에 밤이면 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 어느새 사라져 추억이 되었고, 올해는 모기조차도 많이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