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조 제1항, 제2항 심신장애인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책임능력의 규정 형식
생물학적 요소 + 심리적 요소
생물학적 요소
'심신장애(心神障碍)'가 있을 것을 요한다.
책임무능력의 생물학적 기초로서 독일 형법은 병적 정신장애, 심한 의식장애 또는 정신박약 기타 중대한 정신이상, 스위스 형법은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중대한 의식장애를 열거하고 있지만, 우리 형법은 단순히 심신장애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법의 정신장애도 정신장애 또는 장신기능의 장애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은 정신병(병적 정신장애), 정신박약, 중대한 의식장애와 정신병질을 그 내용으로 한다.
병적 정신장애(정신병)이란 정신적 의미연관이 신체적, 병적 과정에 의하여 파괴된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는 진행성뇌연화, 노인성치매, 뇌손상에 의한 창상성 정신병, 음주 및 약품에 의한 중독 등과 같은 뇌조직적 원인에 기인한 외인성 정신병과 정신분열증(=조현병, "편집형 정신분열증 환자는 자기의 행동을 할 때도 있고 모를 때도 있으나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 없는 것이 특징이고 또 사물을 변별하고 그에 따라서 자신의 의사결정을 하거나 자기의 의지를 제어할 능력이 없으므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1980.5.27. 80도 656), 조울증, 간질과 같이 정신기능의 변화만을 가져오는 내인성 정신병이 포함된다.
정신박약이란 백치, 치매와 같이 증명할 수 있는 원인이 없는 선천적 지능박약을 의미한다. 의식장애란 자기의식과 외계의식 사이의 정상적인 연관의 단절을 말하며, 정신병질은 감정, 의사 또는 성격장애를 의미한다. 다만 의식장애와 정신병질은 그 정도가 심하여 병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때에만 심신장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충종조절장애의 경우에도 그 정도가 심한 때에는 심신장애가 될 수 있다.
명정(酩旌)은 병적 정신장애 또는 의식장애에 해당할 수 있다("범행 당시 술에 만취되어 정신이 없었다는 주장은 단순한 범의의 부인이 아니라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이유가 되는 사실을 주장한 것이므로 판결이유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여야 한다." 대법원 1969.3.31. 69도 232).
명정(주취(酒醉))은 성질상으로는 의식장애의 대표적인 경우이지만, 음주에 의한 뇌조직의 영향에 치중할 때에는 병적 정신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외인성 정신병의 경우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명정으로 인하여 행위가자 규범에 따른 행위를 결정할 능력이 없을 정도에 이른 때에는 책임능력이 없다고 해야 한다.
알콜의 효과는 구체적인 경우에 개별적인 행위자의 인격과 실행된 행위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BGH는 알콜수치가 일반적으로 혈액 1ml에 대하여 3mg 또는 그 이상인 때에는 책임능력이 없고, 2mg부터는 심신미약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알콜 수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혈액 1ml에 알콜이 2 내지 2.5mg일 때에도 심신상실이 될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술에 강한 사람은 4mg인 때에도 책임능력자가 될 수 있다.
심신장애가 있느냐에 대한 판단은 현대 정신의학 특히 정신병학과 심리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생물학적 기초의 존부를 확정하기 위하여 법관은 전문가의 감정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감정을 거치지 않고 법관이 그 행위의 전후사정이나 목격자의 증언 등을 참작하여 판단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심리적 요소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어야 한다.
사물을 변별할 능력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란 일반적으로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행위의 의미와 성질을 인식한다는 것은 도덕적인 악(惡, wrong)이 아니라 불법(illegal)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결국 독일 형법상의 불법을 인식할 능력과 같은 뜻이 된다. 도덕적인 악은 범죄와는 관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형법에 있어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은 범죄에 관하여는 법과 불법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과 같은 의미라고 하여야 한다. 따라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불법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의사를 결정할 능력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란 의지적 무능력을 말하며, 사물을 변별하고 이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능력을 결여한 경우를 의미한다.
'행위의 불법을 인식하고 그의 행위를 법의 요구에 따르게 할 능력', '인식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심신상실의 효과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즉 심신상실자는 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책임이 조각되는 것이다. 다만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自意)로 심신장애의 상태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제10조 3항). 다음 조항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문제이다.
심신상실자, 즉 책임무능력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지만 보안처분의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은 형법 제10조 1항에 따라 벌할 수 없는 심신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치료감호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