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며 학습지며 자기주도학습을 말하지 않는 곳이 없다.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것. 어느 부모가 원하지 않을까. 그래서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은 솔깃하다. 이 학원을 보내면, 이 학습지를 하면 뚝딱 자기 공부를 알아서 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더 이상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안 해도 될 거라는 기대가 더해진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기주도학습을 학원에서? 뭔가 이상하다. 솔깃하지만 미심쩍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자기주도력” 또 ‘자기주도’다. 비슷비슷한 내용이겠거니, 뻔한 내용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자기주도‘학습’이 아닌 자기주도‘력’(力)이다. 뭔가 다르다. 자기주도력. 그래, 중요한 건 아이의 힘이다. 내면의 힘이 자라는 것이다. 하나의 학습 방법이 아닌 삶의 태도. ‘나 이거 한 번 해봐야지.’, ‘이거 할 만한데.’, ‘나도 해보고 싶다.’ 이런 태도가 중요하다. 자기주도력을 가진 아이가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건 아주 자연스럽다.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
한혜원 선생님은 초등 전문 상담교사로, 학교 현장에서 많은 학생과 부모를 만나 상담한 경험을 체계화해서 들려준다. 모든 부모가 ‘우리 아이 공부 좀 잘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 못지않게 모든 아이들은 공부 좀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난 정말 잘하고 싶은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그래서 걱정된다.’ 이게 공부에 대한, 학교생활에 대한 우리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이라고 전해 준다.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아이의 속마음을, 진심을 생각하게 된다.
학교도 공부도 학원도 싫고 귀찮다는 초등학교 4학년 첫째와 나는 자주 실랑이를 벌인다. 공부가 싫고 귀찮기는 하지만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겨우겨우, 정말 조금씩 하다 잘 안되면 “안 해.”, “싫어.”, “엄마 때문이야.”를 버럭버럭하는 아이를 보면 기가 막힌다. 그렇게 하기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지 뭐 저렇게까지 할까. 저렇게 해서 뭐가 남을까. 나는 아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불쑥 “나도 잘하고 싶어. 틀리는 거 싫어. 다 잘하고 싶어.” 라며 엉엉 울었다. 그랬구나. 나는 그때 알았다. 진짜 싫고 귀찮은 게 아니라, 잘하고 싶은데 맘처럼 되지 않으니까 아이가 많이 걱정하고 주저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 아이에게 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바른말만 하고 있었다는 것을.
©한혜원 (강의안 중에서)
평소 부모가 자주 하는 말
모든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될까봐 걱정되고 두렵다. 똑같은 상황에서 아이들은 평소에 습관적으로 해왔던 생각, ‘생각습관(Mindset)’에 따라 다른 태도를 갖게 된다고 한다. ‘한 번 해볼까. 한 번 해보지 뭐. 해보면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아이, ‘해봤자 소용없어. 내가 이렇지 뭐. 나는 잘 못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아이. 생각습관의 차이는 결국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한혜원 선생님이 짚은 키워드는 바로 부모의 ‘말’이다. 평소에 내가 아이에게 하는 말.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 이것이 너무 중요하단다. 아이가 평소에 자주 듣는 부모의 말은 아이의 생각습관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의 생각습관은 자기주도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부모의 말이 아이의 자기주도력과 연결된다. 그렇지. 몰랐던 게 아닌데.
“너 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지난번처럼 말만 하고 안 할 거지?”
“꼭 이렇게 말을 해야 듣지?”
나도 자주 하는 말인데, 아이들은 ‘공부하기 싫게 만드는 어른들의 말’이란다. 아이들의 생생한 이야기에 뜨끔뜨끔한다. 강의를 들으며 내가 평소에 아이에게 어떤 말을 많이 하는지, 그 말을 계속 듣는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접속사 하나에도 달라진다
강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자기주도력을 높이는 3가지 심리적 욕구를 이야기한다. 자율성 욕구, 유능감 욕구, 관계적 욕구. 각각의 심리적 욕구가 자기주도력을 키우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알맞게 건네야 할 부모의 말을 알려 준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말, 아이가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말, 접속사 하나에도 확 달라질 수 있는 대화법까지. 그야말로 꿀팁이다! 막연하게 짐작만 해볼 일이 아니다. 강의에서 배운 대로 실제 말해 보아야 마침내 알게 될 일이다. 나도 당장 고쳐 말해야 할 것을 찾았다. 무슨 일 때문인지 화내고 짜증 내는 아이에게 “왜 그러는데?” 대신 “네가 아무 이유 없이 화내거나 짜증 내진 않을 텐데, 무슨 일 있었니?”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부모가 제대로 건넨 말에 아이는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고 실천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것이 바로 ‘꺾이지 않는 자기주도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내 마음 돌보기도 잊지 말자
잊지 말고 부모인, 엄마인 내 마음도 돌보라는 마지막 이야기도 와닿는다. 내 기분, 내 체력이 나의 태도가 되고 말이 될 테니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이 먼저여야 한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다. 아이의 처음은 내게도 처음이다. 나도 육아, 정말 잘하고 싶지만 맘처럼 잘 안되니까 힘들고 속상하다. ‘해봤자 소용없어.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이렇지 뭐.’라고 생각하고 말까. 아니! ‘한 번 해보지 뭐. 해보면 될 거야.’라고 기운 내서 오늘 배운 거 하나 해봐야겠다. 이참에 엄마인 나도 자기주도력을 키워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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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워리 기자단 김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