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빛과 소금’반 구성원인 동시에 ‘주님과 함께’반 봉사자인 서 베로니카입니다.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여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 시편 34편 14절
이 말씀이 꽤 오랜 기간 저의 화두입니다. 저에게 가장 부족한 평화를 갈구하는 제 모습입니다. 나 자신 평화 속에 머물며 주위 사람들과 따사로운 사랑을 나누고 싶은데 막상 이러한 나의 바람과는 달리 순간순간 억눌린 분노와 스트레스에 휩싸여 갈등의 회오리 속에 말려들어 버리는 제 자신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스스로 만들어 온 오랜 동안의 습관에 파묻혀 끊임없이 타인을 향한 불만과 불평을 내뱉으며 저 자신 시름시름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심리 공부도 하고 상담도 받고 많은 책도 읽었지만 머리 속을 채운 이론과 입술에 발린 말로 끝날 뿐이었습니다. 1년 전 주위 교우의 권유로 성서 백주간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사랑 많고 책임감 강한 봉사자님과 성실하고 순수한 자매님들과 함께 매주 주어진 분량의 성경을 읽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작업은 결국 자기 돌아보기였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러고 있나?
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평화를 얻기 위한 내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대한 답을 말씀 속에서 찾아가는 작업이었습니다. 나는 하느님이 사랑하시고 구원을 약속해주신 귀한 존재다. 나는 성장기의 상처와 의무와 책임에 짓눌려 나를 사랑하기보다는 내가 설정한 높은 이상적인 이미지에 매달려 가짜 나를 연출하며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데에 급급해하고 있다. 나는 진솔하게 나를 만나고 있는 그대로 하느님 앞에 나를 드러내며 그분의 사랑과 능력으로 치유 성령의 선물인 평화의 은총을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일 년 남짓 계속된 성서 백주간 나눔과 묵상을 통해 크게 이 세 가지 줄기를 붙들고 매주 읽는 복음 속에서 해당되는 구절들을 찾아 반복해서 나를 만나고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3월 봉사자님의 권유와 저 자신의 지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창세기부터 다시 복음을 읽으며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봉사자로서 참여하는 것은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과는 또 다른 색깔의 새로운 경험을 맛보게 해 주었습니다. 성서 백주간의 목표가 성경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기보다는 말씀 묵상을 통한 자기 변화에 있는 만큼 봉사자의 역할은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활짝 열린 귀와 마음을 가지고 진지한 묵상과 나눔이 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쳐보는 것이 배움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말처럼 한 그룹의 리더로서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를 준비하는 작업은 훨씬 더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변해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명을 주시면 반드시 능력도 함께 주신다는 말씀이 딱 맞았습니다. 구성원들의 성실한 출석에 감사해하고 진지한 나눔에는 감동하며 같이 울고 같이 웃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지켜보아주는 분위기는 이것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싶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서로의 나눔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인정해주며 경청해 주고 휴식시간에는 해결책이나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진심어린 충고나 질문들을 서로 주고 받아가면서 1시간 30분 가량의 시간을 함께하고 나면 뿌듯한 동지애와 함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물밀 듯 밀려옵니다.
두 명이나 세 명이 있는 곳 어디든 너희와 함께 머물겠다고 하신 주님의 성령의 은총을 맛보는 순간입니다. 40대, 50대, 60대의 다양한 나이로 구성된 10명의 팀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 있는 자기만의 색깔로 우리 팀을 아름답게 수놓아 줍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성경 공부를 여러 해 동안 해보았지만 121주라는 긴 시간 동안 매주 성경을 정독하고 묵상하고 나누는 이 과정은 나에게 아주 매력적인 작업으로 와 닿습니다. 성서 통독과 필사도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묵상이 없는 통독과 필사는 별 의미 없는 작업이었고 특히 혼자 시작한 성서 통독은 작심 삼 일, 얼마 지나지 않아 중도 하차하기 일쑤였습니다. 성경은 또 다시 책장 한 구석으로 밀려나고 맙니다. 그런데 이 성서 백주간은 도반들과 함께 꾸준히 성경 전체를 맛보는 것이기에, 그 속에 파묻힌 무궁무진한 보물들을 여기저기서 캐내는 경이로운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시편 1편을 통해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 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은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는 축복까지 약속해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선물로 주고 가신 말씀, 요한복음 20장 21절. “평화가 너희와 함께!” 성서 백주간을 통해 이 평화의 선물을 제대로 전해 받고 주님께 감사와 찬미 드리는 일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한 명 한 명 모두 구성원 뿐 아니라 봉사자로서 이 성서 백주간에 참여하는 또 다른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바랍니다.
“사람은 왜 태어났느뇨?”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여 제 영혼 육신을 구원하기 위함이라.”
감사합니다.
서 베로니카(방배 4동 성당), 2012년 백주간 소식지 게시 글
엠마오 댓글:
12주간 봉사자 교육을 하던 중에 묵상 나눔을 해주셨던 방배4동 서 베로니카님의 글입니다. 절두산 성지 진입로 합정동 초원장학회 건물 내 백주간 임시 사무실, 12주간 봉사자 교육중, 조용하고 차분한 자태와 음성으로 가만히 조용히 묵상 글을 들려주시는데, 듣던 모두를 깜짝 놀람과 감동으로 물들게 하던 글과 모습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백주간에 대한 진가도 정확하게 잘 표현해주셨구요. 그래서 여럿이 보고 싶어 2012년 소식지에 올렸던 글입니다.
아직도 여전히 말씀의 힘과 지혜로 또 브런치 작가로 자신을 찾고 완성해가고 계십시나. "복되어라 참 좋은 몫을 받으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