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딸 6
다랑쉬와 친구들이 꼬리를 치며 먼저 강백과 호백이에게 인사를 했다.
“우리 큰 성, 강백이야, 바당에서 자주 만났지?”
호백이는 곧바로 다랑쉬의 뱃속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강백도 두려움 없이 바당으로 들어갔다. 다랑쉬 일행은 양쪽에 두 마리씩 강백을 호위하듯 에워싸고 바당 속을 헤엄쳤다. 배고프다는 호백이의 휘파람소리에 다랑쉬가 머리를 흔들었다. 강백을 보고 따라오라는 신호다. 다랑쉬의 친구 새별, 백약이, 거문, 따라비도 해안 쪽으로 헤엄쳐갔다.
“한숨 자고 났더니 배고파. 성아, 빨리 빙떡 먹자.”
“그래, 많이 배고프지?”
강백은 차반지에 보관해 온 빙떡 두 조각을 몸속에서 꺼내 호백이에게 건넸다. 대나무로 만든 차반지는 공기가 잘 통하고 떡이 달라붙지 않아 좋았다.
“이제 살 것 같아. 큰 성도 먹어.”
강백도 두 조각을 꺼내 먹었다. 다랑쉬와 친구들은 먹잇감을 찾으러 바당 속에 들어가 오징어, 고등어, 전갱이를 잡아왔다. 포만감이 드는지 다랑쉬 무리가 호백이에게 다가왔다. 돌고래들은 “꾸르륵 꾸르륵”하며 호백이와 대화했다.
“무슨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어?”
“강백 성이 대단하다고 난리야. 용왕님 딸 아니냐고. 바당 속에서 자기들 숨은 일 분이나 길어야 삼 분인데, 성은 바당에서 태어난 인어 같대. 숨도 길고, 안 힘들어 보인대.”
“이상하게 바당에서 더 자유롭고 편해. 여기 뿔소라가 있겠네 하면 뿔소라가 있고, 저기 전복, 성게가 있겠다 싶으면 있어. 삼촌들에게 안 보이는 물건이 내 눈엔 보여. 나도 신기했어. 어멍이 한 날 그러셔. 남에게 없는 재능이 있는 건 더 감사하고 겸손하라는 거라고. 참 돌고래 뱃속은 어때?”
“컴컴해서 자꾸 졸려.”
“호기심 많은 호백이가 고생이네. 몸이 근질근질하면 다랑쉬에게 아까처럼 신호해. 뭍에서 얘기하다 들어가면 답답함도 가실거야.”
그 후로도 강백과 호백이는 뭍으로 나와 빙떡을 먹고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용궁이 가까워지자 호백이는 부쩍 긴장했다. 정말 이무기를 도울 방법을 찾아 돌아갈 수 있을까. 혹시라도 이무기를 실망시키진 않을까. 반나절만 가면 용궁이었다. 호백이는 갑자기 다랑쉬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화려함을 찾고, 자기 욕심이 많으면 용궁을 못 찾는다는.
어멍에게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욕심날 때 재빨리 버리는 법을 배웠지만, 단박에 용궁을 알아볼 수 있을지 호백이는 궁금했다. 종달리를 떠나오니 어멍 생각이 간절했다.
어멍은 남편과 가장 친한 순희 성까지 바당에 묻었다. 여전히 바당에서 일하는 대상군 잠녀지만, 바당 앞에서 늘 머리를 숙였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여신’ 이라 불리는 잠녀로, 세 딸이 기백 있게 자라도록 열심히 키웠다.
온순한 첫째는 강인하게 살라고 강백, 울음소리와 행동거지가 우렁차고 야무진 둘째는 욕심을 줄이고 담백하게 살라고 담백, 아기 때부터 호기심이 유독 많아 여러 번 어멍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 막내는 호기심을 넘어 호탕하게 살아가라고 호백이라 지었다.
다랑쉬가 꼬리를 흔들며 용궁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를 보냈다. 강백은 ‘드디어 도착했다!’ 는 안도감과 동시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 한 곳에 눈길이 가는데, 오두막이었다. 바당 속에 저런 허름한 오두막이 있나 싶었다. 순간 ‘혹시 저 곳이 용궁일까?’ 기연가미연가 하는데, 왠지 모를 신비한 기운에 이끌렸다. 다랑쉬 쪽을 보니,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맞다 했다. 앞장선 다랑쉬가 오두막으로 친구들과 강백을 안내했다.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산소가 가득찬 듯 다랑쉬도, 강백도 숨이 편히 쉬어졌다. 다랑쉬가 용왕님을 부르는데, 강백의 귀에 돌고래 소리가 들렸다. 신기했다. 발도 땅에 닿은 듯 편했다. 여기가 별천지인가? 용왕님 손에는 돌고래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 잘 손질되어 있었다. 작은 식탁에는 탐라인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호백이도 궁금해서 못 견디겠는지 크게 휘파람소리를 냈다. 다랑쉬가 뱃속에 있던 호백을 웩하고 뱉았다. 갑작스레 돌고래 배 밖으로 튀어나온 호백이는 어리둥절했다. 바당 속인데 땅에서처럼 숨이 쉬어지고 발도 땅에 닿았다. 멍해있다 눈앞에 있는 용왕님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