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山셤 ᄃᆞᆯ ᄇᆞᆯ근밤의 戍樓에 혼자 안자
큰 칼 녀픠 ᄎᆞ고 기픈 시ᄅᆞᆷ ᄒᆞᄂᆞᆫ 적의
어듸셔 一聲 胡笳ᄂᆞᆫ ᄂᆞᆷ의 애ᄅᆞᆯ 긋ᄂᆞ니
- 李舜臣이순신 지음
閑山島한산도가 아니고 ‘閑山섬’이라고 한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일종의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효과가 있다. 閑山島는 완전한 지명으로서 고유명사라면 閑山섬은 일반명사로의 길을 열어주어 이 시를 이 시를 쓸 때의 그 상황에 매여 있게 하지 않고 일반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섬’은 고립된 곳이면서 또한 한 개인을 뜻할 수도 있다.
달 밝은 밤,은 밤이면서 밝다. 모순. 공존. 수루와 달 밝은 밤은 어울리지 않는다. 달이 밝으면 수루에 앉아 있는 모습이 적에게 쉽게 노출될 터. 전쟁 상황이지만 평온하다. 평온하지만 시인의 마음은 애를 긋고 있다. 깊은 시름을 하는 것은 한없이 가라앉는, 일견 평온한 상태. 이 평온을 날카롭게 긋는 것이 일성 호가. 풀피리 소리가 밤의 정적과 평온을 그으면서 화살처럼 날아와 칼처럼 벤다.
큰 칼을 옆에 차고 있지만 칼은 나의 애를 긋는 저 소리를 막을 수가 없다. 섬처럼 외떨어진 인간 실존의 모습은 겉은 평안하지만 속은 애를 긋는 칼날과 같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큰 칼이 있지만 막을 수 없는 깊은 시름의 귀결로서의 애를 긋는 아픔. 특별히 감수성이 예민한 시인이라서 이러한 아픔에 한없이 민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