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6
구례 실내수영장
"집 떠나면 서럽다." 걱정스러움이 앞서다 보니 하시는 말씀이다. 마음 강하게 먹고 단단히 각오하고 야무지게 살라고 다짐하는 이야기였으리라. 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이루지 못한 것들이나 아쉬웠던 일들을 되짚으면서 아들의 삶이 낭비 없기를 바라셨다. 참으로 점잖고 믿음직한 어른이셨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아니, 참으로 많이 사랑했습니다." 어머니 찾아 멀리 떠나신 아버지는 4년째 소식이 없다. 벌써 4주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섰다. 세월은 생각만큼이나 빠르다.
아버지께서는 은퇴와 함께 귀농귀촌을 위해 떠나는 아들에게 어떤 것들을 다짐했을까 생각해 본다.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틀림없이, 건강이 최고니까 규칙적인 운동을 권했을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맨손체조를 해라. 국민체조 음악에 맞춰 몸을 풀어주면 정말 좋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건강을 위해 평생토록 운동을 멈춘 적이 없는 어른이니 두말이 필요 없으리라. 더불어 곤봉 돌리기, 줄넘기, 조깅을 하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그런 분이다. 아니 그러신 분이셨다. 반대보다는 어차피 마음먹은 일이니 더 잘해보라고 힘을 주는 분이셨다. 마음 한편에는 늘 그리움이 있다.
운동을 해야지. 아버지의 운동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 수영이다. 숙소에서 약 4km 거리에 구례 실내수영장이 있다. 월 이용료 4만 원. 일일 입장료 2,000원. 입장 시간이 아침 2시간,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저녁 2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수년 전에 가족 모두가 수영에 입문했다. 아침 운동으로 6시반에 3년 이상 꾸준하게 수영을 배웠다. 가장 서툰 나도 9년 정도 수영가방을 들고 다녔다. 죽으라고 열심인 적도 있었지만 게을러서 한동안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수영은 게으른 인간에게는 아주 귀찮은 운동이다. 이제 수영과 친구 하려고 한다.
시작은 초라하지만, 끝은 장대하리라. 어제는 25m 레인을 아홉 바퀴 돌았다. 고작 450m를 수영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물이 얼마나 낯선지 발차기도 어렵고 물도 잡히지 않았다. 오늘은 100m 더 수영했다. 한때는 1.5km 정도는 돌고 나와야 몸에 땀도 나고 개운했었는데. 여름쯤이면 젊은 그날처럼 될 수도 있을까?
첫댓글 오라버니에게서 작은 아버지 모습이 보입니다
구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