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신입 날개 이수지
학부 시절 공강 때나 수업 마치고 집 가기 전 도서관 멀티실에서 혼자, 또는 친구와 영화를 꼭 챙겨봤다. 가로등이 켜진 어둑한 시간, 영화의 여운을 가득 담아 셔틀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야간의 도서관은 낮보다는 조용하다. 그 정적이 좋다.
현재 근무하는 공공도서관은 이용자가 참 많다. 타지 시립 도서관에 근무하셨던 분 이야기를 들으면 발행일이 오래 된 도서도 새 책처럼 깨끗하다고 한다. 반면 현 일터인 이곳의 도서들은 신간인데도 책등이 터져버린 도서가 돌아오기도 한다.
도서관은 책만을 다루는 곳이 아니다. 랑가나단의 도서관학 제5법칙 중 다섯 번째 법칙, ‘The Library Is a Growing Organism.’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형태의 자료들도 다루며, 지역 커뮤니티의 연결고리가 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역할도 한다.
사서의 길을 걸어보기로 하고는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님의 활동에 크게 감응하여 방향를 정했다. 번잡한 장날,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이용자. 그 이용자에게 화장실을 즉각 안내하고 제공하는 것이 도서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다른 누군가가 들으면 전문성 인정도, 대우도 못 받는 판에 책무만 늘린다고 욕할지도 모른다. 그 말도 맞다. 그래서 재미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야기다. 뻥 뚫리고 잘 닦긴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것은 잠깐은 짜릿할지라도 금세 지겹게 마련이다. 거친 땅의 굴곡을 느껴가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일은 좀 힘들지라도 지루할 일은 없을 것이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모험으로 가득 찬 내 삶을, 그런 내가 채워갈 도서관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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