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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대전 도시텃밭 송년잔치’를 마치고 -- 2010. 12. 04
지난 10월 중순부터 두 달여 간에 걸친 논의와 2 주간의 준비를 거쳐 드디어 대전 도시농부들의 송년잔칫날이다.
말 그대로 잔치가 되게 하고 싶은데, 주 간사의 말로는 남자들 냄새 물씬 풍기는 아이템이란다. 딱딱하다는 말이다. 4,50대 남자들 방식의 한계가 자꾸 드러난다.
올 해는 이런 방법으로 하더라도 내년에는 또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방법으로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어제부터 시작한 구암터 발표자료 정리를 오늘 새벽에야 마무리하여 발표자인 김영갑 샘과 공동작업한 김정미 샘에게 보내는데 메일이 용량초과로 자꾸 속을 썩힌다. 메일만이 아닌 이번 송년회 자체가 나 자신에게도 용량초과인 짓을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겨우 두 개로 쪼개서 보내니 이번에는 피피티의 버전이 다르단다. ㅎㅎㅎ,,, 다시 조정하여 보내고 나서 오늘 진행할 멘트를 몇 가지 정리하니 아침 시간이 다 가버린다.
점심먹고 나서, 우리밭에서 수확한 서리태 볶고(너무 적어서 집에 있던 메주콩을 조금 보탰다), 매콤한 토종배추 뿌리를 손질하여 챙기니 3 시...
행사장인 대전환경운동연합 교육센터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제 저녁 마무리회의에서 점검하고 미리 준비하였지만, 이것저것 빠진 것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번 송년회는 좀 쉽고 편하게 가자는 애초의 취지대로 부담을 덜고 걱정을 접어 넣었다.
환경연의 주민정 간사와 한살림대전의 권성현 실무자의 도움으로 안내문, 방명록, 명찰, 빔프로젝트, 먹을거리, 등을 챙기고 있는데, 생명텃밭 선생님 팀을 선두로 하여 속속 모이기 시작한다. 옥씨기 부부가 랑잠을 비롯한 외삼동 식구들과 은행과 야콘, 땅콩을 싸들고 들어서고, 관평팀이 정철주 샘과 함께 자리를 잡는데, 가볍게 아는 척을 할 뿐 일일이 인사할 여유가 없다. 겨우 버벅거리던 빔프로젝트 세팅을 마치니 4시가 조금 지났다. 발표자와 발표자료를 챙기고 있는 사이에도 계산동 텃밭의 사람연대 식구들이 아이들과 함께 들어서고, 우리 구암터의 은미 샘, 오원 샘, 지은네 부부, 민 샘이 앞자리에 자리하고 박원만 샘도 환한 얼굴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삼삼오오 둘러 않은 다섯 개의 테이블 마다 각각의 텃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와 한살림과 아이쿱에서 지원한 음료와 과자 등으로 채워진 접시 에 곁들여 즐거운 이야기꽃이 풍성하다.
1 부 시작 시간인 4시 20분,
어른들 40여 명에 아이들 다섯으로 교육장이 꽉 채워졌다.
구암텃밭의 김은미 샘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간단한 즉석놀이를 시작했다.
옆 사람과 인사하기인데, 가나다 순으로 끝발이 높은 사람이 형님이란다. (나는 정 씨이면 끝인데, 김 씨, 박 씨, 이 씨가 다 형님이고 누님이네!!!)
2,3 분 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숲해설가로 단련된 김은미 샘의 노련한 솜씨로 딱딱한 분위기가 완전히 풀어졌다.
본 행사로 들어가서, 추수감사제와 텃밭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대전도시텃밭 송년잔치의 시작을 알렸다. 외삼, 관평, 계산, 구암, 호동의 다섯 개 텃밭과 환경연의 생명텃밭 선생님팀을 소개하고, 행사주관을 준비해준 환경연의 고은아 처장과 영원한 텃밭지기 박원만 샘, 청양농부 랑잠을 소개하였다. 랑잠에게는 맛있는 구운 은행에 대한 감사도 표시하고.... 아울러 이번 송년잔치가 그린스타트대전네트워크와 대전환경운동연합, 한살림대전, 아이쿱한밭생협의 도움으로 진행된다는 소개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먼저 이번 텃밭잔치가 준비되게 된 과정을 소개하였다.
올 한 해 동안 구암, 외삼, 호동의 텃밭 간의 작은 교류에서부터 시작한 공동작업 진행과 농자재 준비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6월부터 시작한 정기적인 모임에서 제안된 공동송년회의 기획과정과 계산, 관평, 생명텃밭의 동참의견수렴과정도 소개되었다. 대전대 텃밭동아리팀의 부득이한 불참에 대한 아쉬움과 향후 연대활동의 의사도 전달하였고, 텃밭지기들의 두 차례에 걸친 준비회의 과정을 통해서 오늘의 송년잔치가 마련되었음을 설명하였다.
간단하게 진행했는데도 4시 40분, 서둘러 본 행사로 들어가 각 텃밭의 일 년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소개방법은 ppt, 사진소개, 글이나 말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게 했고, 각 팀별로 총 10 분의 시간 동안 활동소개와 보충설명, 질의응답을 마치도록 하였다. 발표 후에는 박원만 샘의 평가로 발표 잘한 팀에는 상품을 주기로 하였다.
먼저 7 가족이 참석한 외삼텃밭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텃밭지기 이선우(옥씨기)가 피피티 자료로 발표하였다. 어제 처음 배워서 만들었다는데도 제법 짜임새가 있었다. 외삼텃밭은 ‘도농교류텃밭’이라고 부제를 달았다. 모두 13 가족의 텃밭회원들이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농사과정을 소개하였다.
밭의 구획과 퇴비넣고 밭일구기, 두둑 만들어 씨앗넣는 과정과 지줏대 세우는 과정을 몇 장의 사진으로 설명하였다. 이어서 즐거운 도시농부의 모습으로 새참먹기와 뒷풀이 활동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에피소드로 7월에 청양으로 농사지원 가느라 오랜만에 텃밭에 가니 고구마밭에 풀이 산더미같이 덮였더라는 것과 옥수수싹을 뽑아버린 초보농부의 웃지못할 일도 소개하였다.
내년에는 현재 임대한 밭에서 옆으로 옮긴 200여 평의 새로운 밭에서 농사짓는다고 한다. 벌써 퇴비넣어 마늘과 양파를 심어 볏짚으로 멀칭하였으며, 내년의 농사를 위해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만들고 있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두 번 째로는 한살림 회원들인 15가족이 운영하는 관평동텃밭이 소개되었다.
한살림의 실무 담당자인 권성현 샘이 발표하였다. 타이틀은 ‘한살림대전 도시텃밭이야기’이었다.‘생명순환에 거스르지 않는 농사법으로 생산한 먹을거리를 쉽게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 당사자가 직접 도시에서 작은 농사체험을 통해 생산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일부나마 자급자족을 해보고자 하는 의미와. 또한 우리 아이를 키우는 것과 생명체를 온전히 키워내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몸소 깨달아 보고자 한다’는 취지를 설명하였다.
2월에 모집되어 3월 초순에 총 9 강좌의 사전교욱으로 시작하여, 관평동에 매실과수원 사이에 마련된 텃밭농사과정을 몇 장의 사진으로 소개하였다. 제초의 어려움과 김장농사에서 벌레의 문제는 다른 밭과 공통적인 현상이었지만, 한살림 생산자가 방문하여 농사지도를 한다는 것과 제초를 위해 비닐멀칭을 하였다는 점이 다른 곳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체 평가를 통하여 초보농사군을 위한 교육과 지원이 수시로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공동텃밭관리와 공동작업의 효율적인 적용이 한계로 평가하였다. 그래도 직접 내 손으로 농사를 지으며 느낀 수확의 재미와 노동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내년에는 노은동으로 옮겨 400여 평의 농사를 시작할 것이라 하였다.
세 번 째로, 환경연의 ‘생명텃밭 선생님’팀의 소개가 진행되었다.
여덟 명의 참석자를 대표하여 팀의 총무를 맡고 있는 최인호 샘이 발표하였다.
도시텃밭을 보급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20여 분이 교육을 시작하였고, 그 중 15 분이 수료하여 월 1 회의 정기적인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지역아동센터에 옥상텃밭만들기도 지원하였고, 화단을 개조한 텃밭만들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였다. 아직 직접 농사를 짓고 있지는 않지만 농사 경험 있는 분들도 많고, 또 내년에는 대전대 텃밭동아리와 함께 용운동에서 100 여 평의 농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하였다.
네 번 째로, 콩세알농부단의 계산동텃밭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었다.
김영신 샘(지렁이)의 설명으로 도시농부학교 2 기생인 여성들이 주축인 다섯 가족의‘고군분투 김장농사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올 여름 계산동의 묵정밭 300 평을 일구는 과정과 토종배추종자를 파종하여 가꾸는 과정을 소개하였고, 유인트랩을 설치하고도 일일이 손으로 잡아야 하는 벌레와의 전쟁과 백 여 포기를 수확하기 위해 천 여 포기 이상의 배추 모종을 심어야 했던 어려움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속이 안 찬 배추이기는 하지만 100 여 포기를 수확하여 공동으로 김장을 담아 이웃과 나눔하였고, 세상에서 그 어느 것보다 달고 맛있는 텃밭에서 난 배추에서 기쁨을 찾았다 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새로운 사람들과 더 잘 지은 농사를 지으리라는 약속으로 발표를 마쳤다.
다섯 번 째로, ‘이이철 샘의 호동텃밭의 발표가 있었다.
‘꼬불이 공화국’ 운영자인 이이철 샘이 작년에 혼자서 시작한 900 평의 꼬불이 공화국 텃밭에 올 3월 도시농부학교 2기생 6 가족이 주축이 되어 함께 시작하였다. 퇴비조차 사용하지 않는 무투입, 무경운의 자연농법을 기본으로 하고, 주변의 폐재료를 활용한 순환농사와 공동으로 일하고 공동분배하는 공동텃밭경작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호동텃밭에는 개인이 경작하는 분양텃밭이 없단다. 폐목재를 활용한 오가노포니코형 밭두둑과 나무계단이 있고, 텃밭 한 쪽에는 파렛트를 활용하여 만든 창고가 있고 역시 폐자재를 이용하여 만든 닭장에서 닭을 키우고 버섯을 재배한다. 아직 제대로 된 수확은 적지만, 자연농법에 적합한 땅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왕겨, 볏짚, 한약재 찌꺼기, 식당 잔반, 김장채소 쓰레기, 등을 모아 밭에 계속 깔고 있단다. 당장은 아니라도 내년이나 그 다음 해를 기다리며 길게 보는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다.
내년에는 올 해 보다 더 재미있는 성과를 기대해 달라고 하며 발표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환경연 회원이 주축인 구암터의 발표가 있었다.
아홉 가족을 대표하여 지은이 아빠 김영갑 샘이 ‘2010년의 구암동 텃밭 이야기’라는 피피티 자료로 발표하였다.
작년 가을 김장농사로 시작한 구암터 150 여 평의 텃밭의 역사와 위치, 참가자 소개와 주요재배 작물, 운영방식을 소개하였다. 이어서 올 한 해 동안의 영농일기를 상 하반기로 나눠 30 여 종의 작물과 재배과정을 중심으로 발표하였고, 현재의 밭에서 볼 수 있는 볏짚으로 덮여진 마늘과 양파밭, 시금치, 양배추, 파와 퇴비장을 보여주었다. 끝으로 구암터에서 볼 수 있는 꽃과 벌레와 농작물의 예쁜 사진, 그리고 고라니와 너구리도 소개하였고, 텃밭에서 느끼는 일하는 즐거움, 수확의 흐뭇함과 먹는 기쁨, 아이들의 값진 체험과정을 소개하며, 모꼬지로 진행된 가을 나들이까지 소개하였다. (김영갑 샘이 10월 말의 텃밭에서 있었던 자신의 결혼기념일 기념파티는 쑥스럽다고 쏙 빼먹었다)
구암터의 특징으로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한 자가퇴비생산과 오줌액비 사용과 농약, 화학비료,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삼무농법을 들고, 연작을 피하기 위한 삼포식 농법, 전체 중 70 % 공동경작지의 공동노동과 공동분배, 경작작업의 정례화 등을 들었다. 구암터의 활동 내용은 네이버카페의‘도시안에서 생태적으로 살기’에 가면 볼 수 있단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여섯 팀의 발표가 있는 동안에도 참가자 모두가 흐트러짐 없이 지난 1 년의 감회로 진지해져 있었다. 열띤 토론은 아니지만, 서로가 경험하고 느꼈던 문제들이 줄줄이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들으며, 맞장구를 치며 공감하였다. 각각의 텃밭들이 시작한 계기가 다르고 여건이나 구성원, 또 방법까지 다르지만, 딱딱하고 삭막한 도시에서 하늘을 보고 땅에 기대어 자그마한 텃밭농사를 하는 마음은 모두 한 가지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도시에서 텃밭을 해야 하는 우리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새김하는 시간이었다.
발표를 마치고 박원만 샘의 소감발표가 이어졌다. 도시에서 텃밭농사를 수확만이 아닌 노동에서 찾아야 하다고 하였다. 작물재배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며, 생태적인 유기농 농사를 위해서 서로 힘을 합쳐 교류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대전의 도시농부들이 이번 송년회를 계기로 텃밭네트위크를 만들어 전국에서 모범적인 텃밭운영을 이루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의견을 피력하여 열띤 박수를 받았다. 발표평가는 생략하고 여섯 명의 발표자에게 한살림에서 제공한 2011년도 수첩이 주어졌다.
이어서 10 여 분에 걸쳐서 2 부‘내년 활동을 위한 대전도시농부들의 약속’이 진행되었다. 이이철 샘이 올 한 해 동안의 구암, 외삼, 호동의 3 개 텃밭들의 작은 교류에서 느낀 내용을 중심으로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하였다. 종자와 모종을 비롯한 퇴비나 농자재의 공동구입, 필요한 경우의 두레노동, 교육과 농법, 기술지원의 교류 등이 우선적으로 가능한 일이고, 앞으로 더 잘 이루어지는 도시농업을 위한 폭넓은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우선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텃밭지기들의 정기적인 모임을 제안하였다. 이이철 샘의 제안에 대해 참가자 모두가 동의하여 준비과정에서 참여한 텃밭지기들을 대표로 하여 앞으로의 교류에 관한 일들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오늘 대전의 도시텃밭 농부들의 송년잔치를 계기로 하늘과 땅과 모든 생명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도시 곳곳에서 더 많은 도시농부들이 더 많은 텃밭을 일굴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약속하며 송년잔치의 1, 2부를 마치고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하였다.
미리 마련된 근처의 청국장 전문 식당에서 끼리끼리 자리 잡고 앉아, 내년 대전도시농부들의 대박농사를 건배하며 즐거운 저녁식사가 이어졌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재형이네 가족)까지 합류하여 막걸리와 소주로 여러 순배가 이어지면서~~
[지나고 보니 부족한 점이 많다. 좀 더 내용있고, 좀 더 즐겁게 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다른 분들의 평가와 대안마련을 통해 내년에는 더 좋은 추수감사제나 송년잔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송년잔치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논의하는 텃밭지기모임은 2 주일 후인 12월 17일에 갖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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