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항원의 탐색을 위해 나서는 장정
궁즉통 (窮卽通)이라 했던가! 다행히도 그 즈음 호주에서 면역형광항체법을 이용한 가축병의 진단법을 공부하고 돌아오신 당시 안양 가축위생연구소의 최철순 박사님 (현 중앙대 의대 명예 교수)을 소개 받아 서울서 안양으로 두 달여 간을 출퇴근하며 면역형광항체법의 이론과 기법에 관해 열심히 공부했다. 이리하여 형광항체 간접법은 물론 직접법을 위한 항체분자에 직접 형광물질을 부착시키는 기법을 익히고 또한 이를 위한 기본 시약과 기구들을 갖춘 실험실로 조금씩 모양새를 꾸며 갈 수 있었다. 또한 현미경과 Cryostat의 사용법은 틈틈이 이리 저리 맞춰보고 돌려보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숙달시켜 나갔다.
이렇게 해서 과제를 받은지 거진 1년여 만에 Cryostat를 이용한 냉동조직절편의 제작과 조직절편의 형광항체염색 그리고 현미경 조작의 모든 단계를 마스터하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조직 검사의 채비를 갖추었다.
그 때까지 우리 교실 출혈열 연구팀의 주된 연구 프로토콜은 유행성출혈열 다발생 지역에서 포획해 온 각종의 들쥐들로부터 신장, 비장 등을 채취하여 부유액을 만들어 바이러스 분리에 널리 이용되는 Vero, HeLa 세포 등 서너 종류의 조직배양세포에 접종 후 CPE(세포병변효과) 생성을 관찰하고 CPE를 일으킨 원인체를 동정하는 전통적인 방법이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많은 바이러스들이 이들 세포에서 CPE를 일으키지 않으며, 더욱이 한탄바이러스는 이들 세포에서 뚜렷한 CPE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 출혈열 원인체 규명을 위한 프로토콜로는 합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기법은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 의대와 카톨릭 의대 미생물학교실 등 몇 군데 실험실에서만 할 수 있었던 고가의 시약과 시설을 요하는 당시로선 최첨단의 기법이었다.
이에 비해 형광항체법은 들쥐 조직 내에 모종의 병원체가 존재하리라는 가정 하에 회복기 환자의 혈청 내에 생성된 항체를 이용하여 조직에서 직접 병원체를 입증하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다만 이 전략이 적중하기 위한 한 가지 논리적 대전제는 그 때까지도 미궁에 빠져있던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의 본체가 무엇이 됐던 ‘항원성’을 보유해야 하며, 또한 회복기 환자 혈중에는 이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가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전제의 성립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간 나름대로 조사했던 많은 역학적 연구 결과들로 미루어 나 자신 확신을 갖고 있었으므로, 형광항체법은 미지의 항원의 탐색을 위해 나서는 이번 장정에 전력투구 승부를 걸어볼만한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계속]
첫댓글 유행성 출혈열의 병원체를 발견하기 위하여 환자의 혈청내 생성된 항체를 이용하여 폐조직에서 입증하기까지 적라라한 상황를기록해 주시니 눈에 선함니다. 여러들쥐에서 바이라스를 분리하고 배양된 세로내에서 세포병변효과를 판정하는데 얼마나힘들었는지요 우리같은 사람은 감히 상상도 못하는 첨단 기법임니다. 그때만 해도 연구시약 구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