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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은 도심의 팍팍한 삶에서 오는 동경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전원생활은 그저 꿈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도심에서 누렸던 문화와 돈벌이를 쉽게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도심의 사치를 지우지 않고 시작한 전원생활은 바로 쓰디쓴 실패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도심의 편리함과 억대연봉 CEO를 버리고 홍천 산자락에북&베이커리 카페 피스 오브 마인드(Peace of Mind, www.peace of mind.co.kr)를 연 김종헌(59)·이형숙(54) 부부는 버리는 것에서 얻는 참 맛을 아는 이들이다.
남편은 30여 년 간 모아온 고서며 음반, 골동품을 카페 한켠에 두고 책방 주인이 되었고 아내는 허브며 한약을 넣은 빵을 만드는 빵집 주인이 되었으니 전원생활은 이들에게 각각 CEO라는 직함을 준 셈이다.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 주는 마음의 평화
30년의 직장생활 후 얻은 최고의 자리, 누구나 조금 더 오래 그 자리를 지키고 싶었을 게다. 그러나 김종헌씨는 명예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2003년 여름 그는 사직서에서 밝힌대로 북&베이커리 카페를 열었다.
그가 돌연 사표를 내고 전원카페를 열겠다고 했을 때 아내 이형숙씨는 흔쾌히 따라주었다. 마흔살이 되면서부터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남편의 꿈은 어느덧 아내의 꿈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을 결정할 때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내가 반대했다면 저 역시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되었겠죠.(허허)”
실제로 도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부부가 시골에 땅을 사고 전원주택을 지은 후 다시 상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단다. 전원주택 급매물이나 임대가 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김종헌·이형숙 부부는 처음부터 땅을 사고 카페를 지으며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았다. 경험해 본 후 내 카페를 짓는 것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피스 오브 마인드도 임대한 것이고 부부가 생활하는 홍천 읍내의 아파트 역시 전세로 얻은 것이다. 인테리어며 설비, 카페 임대비용까지 소요된 금액은 1억5000만원 남짓. 처음부터 카페를 지어서 시작했으면 두 배 이상의 비용이 들었겠지만 부부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시작했다. CEO 시절 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를 탔지만 지금은 소형차 ‘클릭’이 그의 애마다. 예전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소형차 한 대면 시골생활에서 충분하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떤다.
전원카페 사장 3년차, 단골이 부쩍 늘었고 입소문도 제법 나서인지 부부는 자신감이 생겼다. 카페 인근에 1500평 정도의 땅을 장만했다. 처음에는 전원주택을 지을 생각이었지만 아파트 한 채에 쌓여 있는 김종헌씨의 수집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꾸미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방을 몇 개 만들어 일부러 먼 곳에서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펜션으로 활용하는 것도 모색 중이다. 부부의 또 하나의 꿈인 갤러리도 150평 규모로 얼마 전 설계를 마쳤다.
CEO와 카페지기, 성공하는 방법은 같아
“경영은 큰 회사든 작은 가게든 똑같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떻게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CEO에서 카페지기가 된 후 달라진 점을 굳이 꼽으라면 “직장이 바뀐 것”이라고 말하는 김종헌씨는 매주 월요일 카페의 신제품(메뉴) 개발에 대해 회의를 갖는다. 회사에서 신제품을 만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메뉴는 늘 15개 이내로 제한하지만 개발은 매주 계속된다. 기존 메뉴 중 손님들의 호응이 적은 메뉴를 내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메뉴를 넣는 방식으로 메뉴의 개수를 유지해 나간다. 메뉴를 정하는 것은 제빵기술자인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아마존닷컴에서 해외의 요리, 제빵 관련 책을 구입해 아내에게 제안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자연히 책 구매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라가 카페 운영으로 얻는 이익은 많지 않지만 단골들의 입맛을 잡는데는 성공했다. 서울에서부터 찾아와 빵을 사가는 손님들 때문에 강남에 서울서비스센터를 개설할 계획도 세웠다.
피스 오브 마인드는 특별한 메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은퇴 후를 생각하는 이들이나 사이가 소원해진 부부의 카운슬링이다. 지난해 결혼 30주년을 기념해 《빵굽는 아내와 CEO 남편의 전원생활(동아일보사)》를 출간한 후 노후생활이나 부부 문제를 의논하러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가 늘었다. 한 번은 책을 읽고 45세에 회사를 그만두고 현악기 제작을 배우러 이탈리아로 떠날 결심을 했다는 이가 찾아오기도 했다.
상담을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김종헌씨는 노후를 두려워하는 40대들을 특히 많이 만났다. 결국 자신의 40대를 돌아보며 지난달 25일 두 번째 책인 《남자나이 마흔에는 결심을 해야한다(정신세계원)》를 출간했다.
“지금은 남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여도 저 역시 마흔에는 느닷없이 회사에 가기 싫고 앞날이 걱정되곤 했었죠. 그때 저는 새로운 꿈을 가졌습니다. 바로 전원카페 주인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죠.”
그는 두 번째 책에서 마흔살에는 인생의 2막을 꿈꾸고 차근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꼭 저처럼 전원카페 주인이 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인생,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으세요”라는 말도 덧붙인다.
처음 홍천에 자리를 잡았을 때 지인이 “억대 연봉을 버렸으니 손해가 막심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서울에서 정년퇴직하고 소일거리도 없이 지출만하며 살면 1년에 7000∼8000만원이 생활비로 들어갔겠지만 시골에서는 2000만원이면 우리 부부에게 충분하다. 그럼 나는 매년 5000만원씩 벌고 있는 게 아니냐”고 화답했다. 물질적인 이익 외에도 홍천에서 카페지기로 제2의 인생을 살면서 건강을 찾고 가족애·부부애가 더 깊어졌으니 실(失)보다 득(得)이 많지 않은가? 거기에 가족 만큼 정겨운 이웃과 빵을 나누어 먹는 것은 도심에서 누릴 수 없는 특권이다.
전원카페 차리기부터 운영까지
“돈만 벌려하면 실패…하는 일을 즐겨야” ▷ 장소 물색하기-2003년 6월 사표를 내고 북&베이커리 카페를 열 곳을 찾았다. 인터넷을 뒤지고 한 달 간 발품을 팔았다. 처음에는 강원도 정선의 폐교를 터전으로 잡고자 했지만 서울에 있는 아이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홍천, 마침 건축이 다 된 비어있는 카페 장소를 발견했고 통창 너머 보이는 공작산의 절경에 반해 주저 없이 이곳을 전원카페의 장소로 선택했다. 서울서 거리는 불과 1시간 30분에서2시간 거리였다.
▷ 인테리어-도심처럼 세련될 필요는 없다. 다만 오는 사람이 친구 집에 온 듯 편안한 느낌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주방은 공개적이고 깨끗한 것이 믿음을 줄 수 있다.
▷ 운영하는 마음가짐-기대가 클수록 실패도 크다. 돈을 구하기보다 내가 하는 일을 즐기는 것이 수익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고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돈을 얻고자 하면 사람을 잃을 수 있지만 사람을 얻으면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후에 성공이 보장된다.
▷ 맛은 기본-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흔한 커피, 녹차를 시골까지 와서 굳이 마시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2시간이나 투자해서 말이다. 특별한 메뉴, 허브차와 씨앗이 들어있는 빵 등으로 손님을 유혹하자. 그리고 새로운 메뉴 개발은 늘 계속돼야 한다.
▷ 홈페이지로 고객과 가깝게-홈페이지를 만들고 메뉴부터 피스 오브 마인드가 소개된 기사까지 소개해 고객들이 쉽게 정보를 접하도록 했다. 전원카페를 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주방기기부터 인테리어에 도움을 준 업체들의 사이트도 링크시켰다. 홈페이지를 통해 카페지기의 미니홈피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 고객과의 친밀감을 높였다.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면 특별한 생일축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
피스 오브 마인드 창업 정보
·창업자금 : 1억5000만원(카페 임대료, 인테리어, 주방설비)
·아파트 임대료 : 1960만원×2채=3920만원
·갤러리 토지 구매비용 : 평당 7만∼8만원(1500평)
·향후 갤러리 시공 비용 : 평당 250만∼350만원 선(1500평)
·카페 일일매출 : 주중 하루 30만원, 주말 100만원
·손님 수 : 주중 20여 명, 주말 50여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