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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박태수 본지한방의료자문위원 성모한의원 원장
한의원에 오기는 왔는데 한약을 먹으면 살찔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왜 이런 말이 생겼는지 분명히 알아보고 사실이 어떤지도 분명히 알아두어야겠다. 주로 한약을 먹으면 입맛이 좋아지니 많이 먹게 되고 그러면 살찌는 것 아니냐고 많이들 생각한다. 이 말이 듣기에는 아주 그럴듯 하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 보자. 보통 건강한 사람이 식욕이 없는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비만해지는가? 그것도 아니다.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자기 키에 알맞은 체중을 유지하면서 식욕도 좋으며 적당히 먹고 나면 배가 불러 자연히 과식을 하지 않게 된다. 반면에 살찌는 사람들은 식욕이 지나치게 좋아(식욕항진) 절제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과식과 포식을 하게 되며, 비정상적으로 시장기를 빨리 느껴 간식을 자주 하게 된다. 또한 위의 기능이 지나치게 항진되어 과식과 포식을 함으로써 위가 쉴 새 없이 무리하게 혹사당해 운용능력이 떨어져 정미로운 영양을 만들지 못하고 불필요한 습기가 포장되어 불량품(헛살)을 생산하게 된다. 한약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입맛이 없는 사람은 위장의 기능이 식은 것이니 다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앞에서 말했듯 식욕이 지나치게 좋고 허기가 잘 지는 사람은 위장이 달아올라 있는 것이니 이를 바로잡아서 식욕항진이 없어지고 허기가 지지 않게 하여 과식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조절해 주는 것이 한약이다. 체격에 있어서도 야윈 사람도 뚱뚱한 사람도 정상이 아니니 보통 체격이 되도록 도와주는 게 한약이지 야윈 사람이 한약을 먹고 뚱뚱해진다든지 뚱뚱하던 사람이 한약을 먹고 말라깽이가 되도록 하는 게 한약이 아니다. 이렇게 설명해 줘도 아직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위에 보니 한약인가 보약인가를 얼마쯤 먹고 난 뒤로 주체할 수 없이 밥을 막 먹더니 결국 뚱뚱해졌다는 사람들이 여럿 있더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물론 한약을 잘못 써서 위장이 달아오르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막힌 도랑에 물 붓기 격으로 뻑뻑한 위장(습울)에 걸쭉한 보혈제(사물탕, 육미지황탕 등)를 남용한다면 위장이 더 달아올라 식욕항진이 되기도 하겠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비전문인이라면 몰라도 정식 6년제 교육을 받은 한의사라면 거의 없는 일이다. 덧붙여, 한 가지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은 한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밥맛이 유달리 당기게 되는 경우가 혹시 있을 수 있다. 이때에는 가급적 음식을 자제해 주어야 하며 이 시기가 지나면 정상적인 식욕이 유지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지나치게 살이 찌는 것은 오히려 한약 탓이라기보다 요즘같이 비만해지기 쉬운 음식과 환경, 운동부족이 문제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