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7시, 날씨가 춥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 같다. 오늘은 언니가 이사를 가는 날이다. 그 집을 본적이 없길래 설랜다. 부모님과 트럭을 타고선 집을 나섰다. 기분이 좋다. 허나 누가 알았을까? 2시간 넘는 눈과의 사투를? 트럭은 우리 세식구와 귤 3컨테이너를 싣고 신나게 달린다. 이어폰을 한쪽만 끼고 눈을 감는다. 따뜻한 차안은 감미로운 음악 소리와 부모님의 대화로 푸근 하다.
잠깐 잠이 들었을까? 간간히 눈을 떴을 때 도로밖은 눈이 쌓여 있다. 이정도 까지야? 라는 생각에 눈을 감는다. 오히려 운치있고 좋다며 미소를 띤다. 10분이 지났을까? 트럭은 거북이 걸음이다. 부모님의 불안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온통 눈 천지다 바닥은 빙판 이였고 올라가는 차는 우리외엔 없었다. 반대차선 차도 거북이 걸음이다.
아버지는 어떻게 하실지 고민하셨다. 돌아가려니 달려 온 거리가 아깝고 트럭을 세워놓고 가려니 시간이 촉박했다. 정신이 바짝 든다. 도로는 반 빙판, 반 눈길이다. 아버지는 빙판 길을 피해 트럭을 몬다. 아마 사람이 뛰어도 이보단 빠를 것이다. 온 몸이 앞으로 쏠린다. 어머니도 허리를 더 굽히셨다.. 우리들은 빙판길만 바라보고 있었다. 차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차안의 따뜻한 공기마저 불편하다. 트럭이 바닥에 붙어있듯 우리들의 신경도 차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아차, 어어어어,,,, 차가 도로밖으로 쏠린다. 도로밖은 눈에 덮힌 돌이 숨어 있었다. 아버지께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으셨다. 차가 미끄러진다. 몇 센티를 남겨놓고 겨우 차가 멈춰 섰다. 식은땀이 난다. 몸이 앞으로 쏠려 숨이 막힌다. 고비 고비를 넘기면서 입이 바짝 마른다. 몇 번 아버지는 브레이크를 밟으셨고 우리들은 막상막하의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티비의 빙판길 사고를 떠 올린다. 피할려고 하면 피할수 있는 상황이것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그 안에는 편리성에 대한 집착과 안전 불감증이 섞여 있었다. 곡예같은 상황은 계속 되었다. 더 이상 눈은 낭만이 아니였다. 곡예사 외줄타기였다. 눈에 대한 동경이 한순간에 사라져 간다. 오히려 부분부분 남아있는 아스팔트길에 희망을 걸었다. 한시간이 지났을까? 원래라면 제주시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였다. 하지만 우리는 겨우 산업전문대를 지난 후였다. 목이 탄다. 트럭이 조금만 휘청 거려도 가슴이 철렁거린다. 차라리 트럭을 세워놓고 버스를 타갈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때였을까? 저저저저저.... 새끼? 오이꼬시 하나? 중형차 한 대가 우리를 앞질러 간다. 몸이 경직된다. 옆을 지나치자 트럭이 출렁인다. 트럭도 놀랐을 것이다. 아버지 손은 굳어 있었다. 손에는 실핏줄이 선명했고 붉었다. 한쪽으로 차을 세웠다. 놀란 듯 보인다. 중형차가 싫었다. 남은 신경도 쓰지 않은채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미운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초보 운전을 비웃었던 예전이 부끄럽다. 그 웃음이 생명과 관련있는 중요한 문제였을텐데 말이다.
우리는 제주대학교를 넘어서야 숨을 돌렸다. 꼬여있던 장기들이 펴지는 것 같다. 막혔던 숨통이 트인다. 무엇보다 머리가 시원해진다.
차가 속도를 낸다. 이젠 살았다. 몸도 살고 정신도 살고 차도 살았다. 호주머니에 있던 귤 하나를 꺼낸다. 이제야 갈증을 느낀다. 지나치는 차들을 바라본다. 저들도 눈과의 사투에서 승리한 이들일 것이다.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트럭은 언니 집에 와 고단한 몸을 세운다. 짐칸에 실려 있는 귤에 눈이 쌓여 있다. 그 매섭던 눈이 꼬랑지를 내린다. 언니의 집을 구경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인내는 쓰고 결과는 달다. 어려움 끝엔 행복이 있다고 실감 한다. 행복은 늘상 도착지에 와 있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우리는 앞으로 달려가는 것 뿐이다. 끝까지 가는냐? 마느냐? 는 자신이 선택할 사항이다. 행복 ,,,,,참 오늘은 행복하다.
아버지
빙판길 또 빙판길 갈까? 돌아설까?
저 저 저 앞질러가는 자들에 대한 탄식
덜덜덜 트럭가는 소리 아버지를 닮았네
첫댓글 휴^^;; 다행입니다. 마음졸이며 읽었습니다. 무사해서 다행이고 또 글을 쓰셔서 다행이고 모든 게 다행입니다. 아버님, 조심하세요!!
그당시는 정말 조마 조마했는데 나중엔 글감이 생겨 기쁘더라구여 ^^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당^^
빙판길을 운전하고 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네요. 저도 숨을 졸이면서 읽었습니다. 좋은 경험하셨네요^^
네^^ 하늘이 글감을 주신것같아요 ^^고맙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휴~~ 하고 어렵사리 왔노라고 하면 그만인 것을... 덜덜덜 아버지트럭 소리가 따뜻하게 들리는 작품 건진 거 축하드려야 되는 거죠?? 고생하셨습니다.
작품으로 봐주시고 고맙습니다 ^^ 이젠 어려움이싫지 않을것 같아요
어려움이 싫지 않으시다.. 멋져, 멋져요!!
회장님이 훨씬 멋있으세요 ^^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는'행복' 이란 명사를 배웁니다. 그리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인내와 그 진중함에 ...어른은 그냥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테지요.
댓글을 보고있으면 그 깊이에 더 놀라곤 합니다 정말 대단하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