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변화 중 하나는,이상한 관전평이 발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한 순간 상대의 마음이 너무나 공감이 되어 그 상대가 느꼈을 감정이 그대로 내게 전달되어 진다는 것이다. 내가 상대의 마음을 비쳐주는 거울이 된 듯 하다.
어제 밤에도 그랬다.
우연찮게 프로야구 경기를 보게 되었다.
롯데와 KIA의 7차전 경기였다.
내가 마주하게 된 상황은,
8회말 롯데 공격이었으며, 7대7인 경기를 하고 있었다.
KIA 김기태 감독은 8회말 2사 3루 7대7 상황에서 현재 마무리 투수로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김윤동(24세) 불펜 투수를 세워놓고 있었다.
김윤동이 손아섭선수를 볼 넷으로 진루시켜 놓은 상황이였고 그 다음은 4번 타자 이대호였다.
절체절명의 순간,그 순간 김윤동이 느꼈을 극도의 긴장과 불안과 두려움.
절체절명의 순간.
이 순간이 내게 예사롭지않게 비쳐졌던 것이다.
안타 하나면 역전 되는 순간.
그 이후엔 강판을 당할 수도, 패배할 수도 있었다.
그 때 KIA 김기태감독이 벤치에서 마운드로 올라와 배터리는 물론 내야수 전체를 불러모았다. 그리고 김윤동에게 던진 한마디.
"이대호 연봉이 얼마냐? 네가 정면승부해서 맞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다."
리그 1위의 KIA 마무리 선수가 롯데 4번 타자를 피해 갈 이유가 전혀 없으니 소신껏 씩씩하게 기죽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는 메세지.
결국 땅볼로 잡아내고 9회초 타수의 힘에 10-7로 세이브를 챙길 수 있었던 김윤동 투수.
절체절명의 순간에 느꼈을 긴장, 불안, 두려움, 도망가고 싶은 마음. 마운드에서 모든 가족 (같은 팀을 가족이라 부르고 싶다)들이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느꼈을 외로움. 고독…….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자리에서 인간이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고뇌를 한 몸으로 막아 싸웠을
그 대상(김윤동)을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리고 그는 해내었다.
그 두려운 시간들과 싸워 낸 후 당당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마운드에서 감독으로부터 받은 그 메시지는
김윤동 투수의 미래를 건배했던 것이다.
그는 그 축복의 잔을 마실 수 있는 자격이 충분히 차고도 넘치며
먼 훗날 타 팀의 감독이 하위 타선의 선수에게
“김윤동 투수의 연봉이 얼마냐?
네가 번트를 대다 실패하고,
땅볼로 잡힌다 하여도 너를 원망할 선수가 여기엔 없으니 맘 편하게 쳐다오.“라고 할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세상이 던져준 고독에서 처절하고 외로운 싸움을 헤쳐 나가야하는 김윤동의 그 순간이 내게 오버랩되어 내 뇌리 속에 머물고 있다.
그 순간을 착실하게 이겨낸 김윤동 선수에게 무한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