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성녀 힐데가르트( 1098년~1179년)의 영성-(3)
천사들의 합창(성녀 힐데가르트 현시에 의한 9품 천사)
힐데가르트가 천연색으로 그린 ‘천사들의 합창’은 만다라 형상처럼 매우 섬세하면서도 상징적으로 마감되어 있다. 천사들의 대열은 하얗게 비워둔 구심을 중심으로 아홉 줄을 이루고 있다. 아홉 줄의 서열은 신비적 상징과 영성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바깥의 두 줄은 영혼과 육체로 행해야 할 인간적 삶의 의무를 일깨워준다.
그 다음의 독특한 다섯 행렬은 인간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과 예수 그리스도의 오상을 상징한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는 이미 십자가의 오상으로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즉 오감을 치유하고 축복하셨다. 다섯 줄의 천사들은 예수의 상처로 이제 깨끗하게 씻은 인간의 오감을 절도있게 다스려 내적 계명의 바른 길로 인도한다.
중심부를 둘러싼 마지막 두 줄의 천사들은 붉게 상기된 어울려 춤추고 있다. 그들은 인간들에게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역동적 자세로 북돋우고 있다. 그들의 진심어린 열정과 희망에 따라 인간들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이끌어진다.
1. 첫째 줄의 수호 천사
수호 천사들은 대열 밖의 여백에 존재하며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인간과 하느님을 중재한다. 천사들의 큰 날개는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는 소망의 몸짓이고, 엷게 상기된 얼굴은 ‘하느님의 모상’을 상징한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향해 창조되었으며, 모상의 냉철한 이성과 자유로운 의지는 창조의 선물이다. 후광으로 더욱 빛나는 천사들의 미소는 하느님의 모상이 이성과 의지를 통하여 좋은 것, 즉 선을 행하고, 나쁜 짓, 악을 피하라는 참된 행복의 기준을 알려주고 있다.
2. 둘째 줄의 대천사
‘대천사들은 사람과 같은 얼굴에 날개를 달고 있으며, 그들의 가슴에는 거울과 같이 그리스도의 얼굴을 반사하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 사람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대천사들은 하느님의 뜻을 알아들으려는 소원을 간직하고, 스스로 이성적 영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순수한 방식으로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을 찬양하고 있다. 그들은 하느님의 숨을 계획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비밀을 미리 여러 번에 걸쳐 선포하였다.
3. 셋째 줄의 역품 천사(눈 : 眼)
역품 천사들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어깨 아래에서 밝은 빛이 나온다. 그들은 35개 치유력의 수호자로서 신자들의 가슴으로 파고들어 감정을 움직이는 미덕을 지니고 불타는 사랑으로 업적의 높은 탑을 쌓아올린다. 그들은 자신들의 통찰로 선택된 사람들의 업적을 드러내고, 찬란한 구원의 빛을 밝혀 선하게 끝을 맺도록 인도하기 때문이다.
4. 넷째 줄의 능품 천사(귀 : 耳)
능품 천사들은 너무나 빛나고 밝아서 바로 볼 수 없을 정도이다. 그들은 에너지와 구원의 수호자로서 사람들을 세상과 연결하고 우주적 질서로 통합하는 능력을 지니며, 하느님의 권능이 베푸는 은총과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타락한 천사들을 물리치면서 균형 잡힌 우주를 보존하려고 애쓰고 있다.
5. 다섯째 줄의 권품 천사(코 : 鼻)
권품 천사들은 하얀 대리석처럼 보이며, 인간과 똑 같은 머리를 가지고 있고, 머리 위에 타오르는 불꽃이 있다. 그들은 지구위의 사회적 정의의 수호자로서 이 세상 사람들을 다스리도록 선택된 사람들에게 보다 강력한 정의의 잣대를 들이댄다. 통치자들은 진실을 향한 불타는 사랑으로 성령의 은총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 끝날 때까지 언제나 굳건하게 정의의 힘 안에 머무르기를 요청받고 있다. 통치권을 지키는 권품 천사들은 백성들을 위해 흔들리지 않는 정의를 주문하고 있다.
6. 여섯째 줄의 주품 천사(혀 : 舌)
주품 천사들도 인간의 얼굴과 발을 가지고 있으며, 머리에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있다. 그들은 이성과 일반적 이해의 수호자로서 언어 능력으로 표현되며, 믿는 이들이 천상에 희망을 두고, 선한 업적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가지고 대비하도록 한다. 주품 천사들은 하느님이야말로 원죄로 타락한 인간의 이성을 회복시키며 사람의 아들을 통해 회복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7. 일곱째 줄의 좌품 천사(몸 : 身)
좌품 천사들은 인간의 모습을 한 것이 아니라 붉은 서광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그들은 천상 비밀의 수호자로서 움직임과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으로 표현되며,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신비를 시각화하고 있으며, 안으로는 신성이 인성을 감싸는 형태의 독특한 화환이 상징처럼 둘러져 있다.
8. 여덟째 줄의 지품천사(케루빔)
케루빔은 스스로 천상 비밀의 신비를 바라보고 하느님의 의지를 향한 열망을 내쉬는 가운데 하느님의 전지하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은 하느님 지식의 수호자로서 하느님의 지혜를 나타내며, 하느님의 지혜는 성서적 이해에 따르면 사랑하는 지식을 의미한다. 그 지혜는 케루빔은 천상 비밀의 신비와 함께 사랑의 지식으로 출렁이면서 천상을 바라보는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다.
9. 아홉째 줄의 치품천사(세라핌)
세라핌은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수많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 그 날개는 교회의 모든 위계 질서를 마치 거울 속에 비추듯 상징하고 있다.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의 수호자로서 순수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사랑하고, 천상의 삶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올라 온갖 그리움으로 하느님을 포옹하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은 신실하게 본받을려는 자들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세라핌은 의무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진실로 말을 걸고 있으며, 은총이 가득한 소명을 받은 모든 성직자들의 품격을 상기시키고 있다.
천사들의 합창은 ’하느님이 행복한 영혼에 이룩하신 기적은 메아리를 놀라운 목소리와 모든 악기‘를 통하여 울리고 있다. 겹겹이 집중하는 천사들의 행렬은 하얀 핵심을 향해 하느님의 신비로 귀결된다. 누구나 이 신비에 다가가기를 희망하지만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통하여 순수한 영혼들에게만 허락될 것이다. 중심부의 핵으로 응축되어 있는 하느님의 신비는 심오한 외경 속에 숨겨져 있다. 이 세밀화는 천사들의 윤무가 출렁이는 대열의 핵을 하얗게 비워 두었다. 하느님의 신비는 영원한 빛으로 감싸여 있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들이 노래하며 돌아가는 대열 밖에 오늘의 우리는 존재한다. 우리들은 매일 선과 악의 기로에서 살아가고 있다. 늘 첫발을 디디듯 조심하되, 이제 더 이상 고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를 참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은 선한 행위요, 나를 진짜로 불행하게 하는 것은 악한 행위이다. 그렇게 영원한 행복을 찾아오라고, 케루빔과 세라핌, 역품, 능품, 권품, 주품, 좌품 천사들, 그리고 대천사와 모든 천사들이 천상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고 있다.
「힐데가르트 영성학교」 서행자 수녀님저서 및 강의,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