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이한택 주교의 교구장 착좌식에서 교구 사제단이 손을 잡고 주님의기도를 노래하는 모습. | | ‘찾아가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 구현
신자·현장중심 사목 위해 8개 지구로 개편 교회서 기쁨·희망 찾는 ‘잔치 사목’ 실현 젊은 사제단 특성·역량 살려야 할 현안도
한국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게 하며 힘차게 출범한 의정부교구가 6월 24일로 교구 설정 1년을 맞았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의정부교구는 설립 1주년을 앞두고 지난 5월 26일 사제 인사를 바탕으로 한 교구 개편을 통해 약동하는 교회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인 바 있다. 「찾아가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를 표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온 의정부교구의 발걸음을 되돌아보며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한국교회가 함께 그려가야 할 밑그림을 살펴본다.
걸어온 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구 창설에 관한 칙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가 시작될 무렵 처음으로 한국교회와 보편교회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의정부교구는 첫 발을 떼는 시점에서부터 수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런 기대는 단순히 의정부교구가 한국교회 사상 19번째 교구로 1989년 군종교구 설립 이후 15년만에 맞는 「교회의 딸」이라는 점에만 있지 않았다. 당시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이한택 주교가 『자랑스럽다』고 한 표현에서 집약돼 나타나듯 교구 설립과 체제 정비 과정에서 드러난 자발성과 능동적인 모습은 교구민들은 물론 한국교회가 거는 기대의 단면을 엿보게 했다. 또한 모 교구인 서울대교구가 사목 영역의 광역화와 급속한 다변화로 인한 「규모의 비경제」라는 어려움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의정부교구의 설립은 그 자체로 새로운 사목 양식과 영역의 발굴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면이 적지 않아 기대치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기대감은 신생 교구의 어려움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173명의 사제들이 의정부교구를 택한 것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의정부교구는 출범과 함께 모 교구인 서울대교구가 축적해온 사목적 역량을 이어 받으면서 이에 더해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급격한 사목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새로운 사목 방향과 의제 설정이라는 과제 또한 부여받았다. 이로 인해 지난 1년에 걸친 의정부교구의 모색은 대부분 새로운 시대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쇄신과 체질 개선을 위한 시도로 이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의정부교구의 모습은 교구장 이한택 주교의 착좌미사를 통해 제시된 「찾아가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에 맥이 닿아 있다. 이주교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던 가난한 백성을 기꺼이 찾아가셨던 주님을 본받아 우리에게 맡겨진 양들 가운데 단 하나도 잃지 않겠다는 뜻으로 「찾아가는 교회」이고자 하며, 용서받은 죄인으로서, 또 그래서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이들의 교회로서 갈등 속에서도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 「함께하는 교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이주교는 이를 사고의 전환이며 의정부교구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11일 교구장 이한택 주교의 착좌를 전후해 본격화한 의정부교구의 행보는 여러 면에서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보좌 신부 없이 주임과 부주임 신부 등으로 편재한 본당 체제라든지 교구 전 사제가 예외없이 참석하는 사제 총회 모습 등은 의정부교구의 걸음에 기대감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신선하다」는 평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는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더해 왔다. 의정부교구가 내건 「찾아가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상은 이주교의 착좌미사 강론에서도 드러나듯 『부활하신 주님께서 보여주신 교회, 즉 형제자매들, 그 중에서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려움 중에 있는 형제자매들을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교회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 이주교는 「그리스도적 인간관계」를 새로 출발하는 의정부교구의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아울러 그 가능성과 시발점을 교구 사제단이 하나되는 모습에서 찾는 행보를 보여 왔다. 이런 모습은 사제 총회 등 교구 사제들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일관되게 확인돼 신자들에게는 「열려진 사목」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었다. 특히 의정부교구 사제들 사이에는, 신자들이 미사를 비롯한 각종 사목에 흥겹게 동참케 함으로써 교회를 통해 기쁨과 희망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잔치 사목」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공유돼 사목이 십자가일뿐 아니라 기꺼운 잔치 마당이라는 긍정적인 의식을 낳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지난 한해 동안 의정부교구가 거둔 큰 결실은 사제들간의 돈독한 신뢰와 이를 바탕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희망이 넘치는 비전을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정부교구의 선택과 실천은 예상됐던 설립 초기의 어려움들을 큰 무리없이 극복해내며 사목의 공백을 최소화시켜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의정부교구 2지구장 서춘배 신부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지만 사목자들이 머리를 맞댐으로써 보다 성숙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를 현실화시킬 수 있었다』며 『형제적 사랑을 나누고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사목적 역량을 키워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지난 1년의 결실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의정부교구의 노력은 신자들 사이에 확산된 자신감과 아울러 신자들의 의식을 한 단계 승화시키는 성과도 함께 낳았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적잖은 문제가 교구 현안으로 대두되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모 교구 시절보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재정 여건은 차치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사제들이 지닌 사목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시급하게 안착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떠오른 것이다.
새로운 사목적 시도와 기대
의정부교구는 교구 설립 1주년을 앞둔 지난 5월 26일 교구 개편을 통해 지구 중심 사목과 공동 사목이라는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다. 이 또한 교구가 일관되게 펼쳐온 「찾아가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상 실현을 위한 시도로 읽힌다. 이를 위해 의정부교구는 교구 내 57개 본당을 5개 지구에서 8개 지구로 개편해 지구 중심 사목체제를 실제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또한 지구장 신부를 사제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함으로써 지구 중심 사목에 힘을 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조직 개편은 교구의 사목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평균 연령이 40세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사제단의 특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대화시켜 나가야 하는 과제가 교구 현안으로 대두된 것이다. 이같은 교구 구조 변화에 대해 이한택 주교는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봉사하기 위함』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각 지구의 특성과 필요성에 부응하는 사목 방침과 양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교구 변화의 요체는 「지구 중심 사목」에 있다. 지구 중심 사목은 교구 설립 이전부터 줄기차게 제기되어온 과제이기도 했다. 획일적인 기존의 사목 방침과 양식으로는 더 이상 다채로워지는 신자들의 요구는 물론 기본적인 이해마저도 충족시키기 힘들어지는 시대적 조류에 더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지역적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 교구의 특성을 감안한 새로운 사목적 패러다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온 것이다. 특히 이같은 교구의 선택은 교구 사제단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것이어서 힘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목 방향은 그간 전면화되지 않았을 뿐 이미 교구 곳곳에서 추진되어 왔다. 예를 들어 구리본당이 속해 있는 2지구는 이주노동자가 많은 지역적 특성에 맞는 사목 활동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클리닉을 운영하는 한편 지난 4월에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상담소를 열어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이 상담소는 2지구 소속 본당들이 의기투합해 어려운 본당 형편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지닌 것을 내놓은 결과물이어서 지역 공동 사목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아 왔다. 사목의 최일선인 본당 사목자들 사이에서도 지구 중심 사목에 거는 기대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1지구장 허영민 신부는 『지역적 차이나 특성을 감안해 현장 중심의 사목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최소 단위가 지구』라고 설명하고 『지구 중심 사목은 본당이 제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사목적 구조』라고 밝혔다. 교구 홍보전산국장 최성우 신부는 『교구 설립이라는 계기를 통해 사목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마련되어온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신자들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신자 중심 사목이 명실상부하게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