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의 부친은 향교(鄕校)를 관리하는 전교(典校)였다.
그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배운 것이 이웃,
특히 약한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하였다.
김황식은 2008년에는 감사원장으로 취임했고,
2010년 10월 정운찬 전 총리의 사퇴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신임 총리로 전격 발탁됐다.
정부 수립 이후 첫 번째 광주ㆍ전남 출신의 총리였다.
임명 당시
야당은 “또 한 명의 대독 총리가 될 것”이라 했다.
여당에서도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타(代打)”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존재감은 커졌다.
급기야 퇴임 시에는
"대타가 홈련을 쳤다" "모처럼 명총리가 났다"란 찬사를 받으며
국민의 신망을 얻는 데 성공했다.
오랜만에 박수받고 떠나는 총리를 보게 된 것이다.
- 퇴임 앞둔 '명재상' 김황식 국무총리
(세종=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명재상'이란 평가를 남기고
오는 26일 퇴임하는 김황식 국무총리. 정부세종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소회를 밝혔다. 2013.2.22
김 전총리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가슴이 따뜻한 총리였다.
아무도 부러울 것 없는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는데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다.
직원들에게 큰 소리 한 번 낸 적도 없다고 한다.
총리실 말단 여직원이 인생 고민을 토로하는 편지를 보내자,
성심성의껏 답장을 써준 일화는 김 총리의 따뜻함을 보여주는 좋은 일화다.
총리실의 한 공무원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복은 유능하면서도
따뜻한 상사를 만나는 것인데 내가 그런 상사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여러 편의 시와 시조를 외우고 있을 정도로
풍류(風流)도 즐길 줄 안다.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를 문약(文弱)한 서생(書生)으로 보기가 쉽다.
그러나, 이는 천부당 만부당(千不當萬不當)한 말씀이다.
고등학교 때 배드민턴과 농구의 학교 대표선수로 활약했던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그는 현안이 발생했을 때에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밀어붙일 수 있는 탁월한 추진력도 가지고 있다.
묻지마 범죄와 성폭력 대책, 택시지원법, 불법사금융 척결,
복지전달체계 개편,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
동절기ㆍ하절기 전력수급 대책, 정부기관의 세종시 이전,
재난관리 대책 등이 모두 김 총리가 주도한 작품이다.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과학벨트 입지 선정, 검-경 수사권 조정,
제주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등도 김 총리 재임기간 이뤄졌다.
무엇보다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소신을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전총리는 재임 기간 29회의 간담회와, 190회의 현장방문을 했다.
소통의 일환으로 2011년 3월부터 시작한 '연필로 쓴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친구가 28만8천여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가장 열심히 민생을 살핀 공감의 총리, 소통의 총리란 칭호도 얻게 됐다.
- 김황식 총리가 2010년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파독 간호사’를 다룬 글에 대해 질의하자
울먹이며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 전총리는 재임 기간에 굵은 눈물을 세 차례 흘렸다.
2010년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얘기를 할 때,
2011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자 1주기 추모식에 참석했을 때,
페루 댐 건설공사 사전 조사차 헬리콥터를 타고 나섰다 목숨을 잃은
7명의 해외건설 역군에게 2012년 11월 훈·포장을 추서할 때 그랬다.
김 전총리의 눈물은 행사장의 권위와 엄숙함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공감과 연민을 그토록 여실히 드러내는 총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이슬비 총리"이다.
2011년 1월 대학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소나기가 아니라, 소리없이 내리지만 대지에 스며들어
새싹을 피우고 꽃을 피우는 이슬비 같은 총리가 되겠다”고
다짐한데서 연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적절치 않은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필부의 눈물은 개인을 위함이요,
군자의 눈물은 만인을 위함이라"고
일찌기 노자(老子)가 논한 바 있다.
그의 눈물은 필부의 값싼 감상(感傷)의 눈물이 아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앞에서 보였던 박정희 전대통령의 눈물과 같이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에서 우러나오는
'만인을 위한 눈물', '군자(君子)의 굵은 눈물'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승리, 서울의 승리를 염원하는 참 군자(君子),
김황식의 승리를 기원하며
'헤르만 헤세'의 시, '봄의 말'을 전해드린다.
김황식의 굵은 눈물에서 떠오르는 비에 관한 노래와 함께...
< 어린애마다 알고 있습니다. 봄이 말하는 것을.
살아라, 자라라, 꽃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내밀라.
몸을 던지고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