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글자를 쉽게 지도할 수 있나?

[이주일]

- 아동의 흥미를 먼저 자극하라. -

머리 좋은 자는 노력하는 자를 따라갈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갈 수 없다고들 합니다. 이것을 장애아동에게 적용해 보아도 마찬가집니다. 교사가 아무리 온갖 힘을 다해 장애아동을 지도해도 아동이 흥미를 주지 않는 채 지도하면 그 효과는 미미합니다. 따라서 아동에게 제공되는 자료는 아동이 흥미를 가질만한 것이라야 합니다. 유아일수록 그림자료나 소리가 들어 있는 그림책을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 흥미의 원리 때문이지요. 그런데 아동이 흥미를 느끼는 것은 단지 문자 그대로 ‘재미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흥미를 느낀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특히 아동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동의 ‘눈높이’에 맞거나 대개 ‘성공경험’을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것은 글자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를 지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아이들이 일반영화보다 만화영화를 좋아할까요? 그것은 이미지들이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또 대화들이 그들의 수준에 알맞기 때문에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말이든 그림이든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복잡한 실제 사진이미지보다 단순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미지를 더 좋아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눈높이는 바로 성공경험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눈높이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나 구성을 가지고도 대상학생을 지도하기 어렵습니다. 도리어 그 대상을 장애로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필자가 다녔던 학교에선 장애아동들과 교사들이 아침에 한 시간씩 여러 활동을 하였는데, 그 중에서 라틴댄스가 있었습니다. 이 라틴댄스는 일부 학생이나 젊은 교사들을 제외하고는 따라 하기가 무척 어려워서 저와 같은 교사들조차 가만히 서 있곤 하였습니다. 필자는 그 라틴댄스를 통해 실제로 장애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무엇인가를 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장애인 것이지요. 이처럼 아동의 수준에 맞지 않는 활동이나 자료는 도움을 주기는커녕 실패경험만을 쌓게 만듭니다. 따라서 장애아동의 글자지도에는 흥미가 있는 자료가 중요한 것입니다. 즉 눈높이 자료로서 글자의 크기,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 구성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동에게 성공경험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지요.

필자는 그 동안 장애아동들을 지도하면서 ‘공부가 재미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나 전 담임선생님에게 해당 아동이 고백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런 말을 한 장애학생들은 중학교 3학년에서 전공과 1학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말은 잘하는 편이었지만 하나같이 글자를 잘 읽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수준도 다양해서, 어떤 학생은 자신의 이름밖에는 몰랐던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문장에선 매끄럽게 읽지 못했습니다. 이 학생들은 그 이전엔 글자만 보면 주눅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몇 개월 안에 공부가 재미있다고 고백했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이 학생들에게 글자를 지도했던 주이레교육에서 나온 한글짝꿍카드의 여러 사용법과 지도사례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미 앞에서 단순 짝꿍카드 찾기를 소개했다면 지금부터는 좀 더 재미있고 활기찬 활동들입니다. 이 활동은 학교 현장이나 가정에서, 친구들이나 형제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로 교사나 부모가 아니더라도 지도하기 용이합니다.

짝꿍카드는 6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그림카드 각각 2장씩, 글자카드 각각 2장씩 하여 총 24정도가 가장 적당합니다. 다만 필요에 따라 7단어 총 28장으로 구성하기도 합니다. 카드를 구성하는 글자는 1음절부터 3음절까지의 낱말로 아동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만일 이 짝꿍카드를 구입하지 못했을 때는 라벨지에 인쇄해 트럼프에 붙여 사용하면 됩니다. 짝꿍카드를 만드는 법은 이 장의 맨 마지막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교대로 짝꿍 찾기 게임 1>

이 게임은 2인 이상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정신연령이 어리거나 중증의 장애아동에게 적합합니다. 다만 손의 힘을 조절하지 못해 종이카드를 꾸기는 아동들에게는 화투나 고무로 만든 중국식 음식점의 광고명함을 이용하여 제작하여 사용하면 됩니다. 게임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그림과 같이 가로 세로의 크기가 30Cm 크기의 방석이나 A3용지의 크기의 판에 카드를, 모두 한 곳에 그림이나 글자가 아랫방향으로 가도록 해서 쌓아놓게 합니다(우측 그림). 단지 교사나 학무모와 할 때의 카드 위치는 아동의 주로 사용하는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가 적당합니다.

2. 다음 아래 그림과 같이 순서를 정해서, 돌아가며 카드 한 장씩 그림이 보일 수 있게 하여 바닥에 내려놓게 합니다. 아동이 손에 잘 잡지 못하면 B그림처럼 맨 윗장의 카드를 살짝 빼어 잡을 수 있게 해줍니다.

A B 3. 아래 그림과 같이 자신의 차례에서 같은 짝꿍카드가 나오면 가져가도록 합니다. 즉, 같은 그림카드와 그림카드, 같은 글자카드와 글자카드, 같은 그림카드와 글자카드끼리 서로 각각 짝을 맺게 합니다.

이 때 다음 그림과 같이 자신이 획득한 카드는 바닥판(방석, 종이판) 바깥에 쌓아 두도록 하여 판 안에 있는 바닥카드와 섞이지 않도록 합니다.

4. 게임이 다 끝나면 각자가 획득한 카드의 개수를 세어보게 합니다. 만일 세지 못하면 교사가 세어주며 아동으로 하여금 따라 세어보게 합니다. 이때 새우깡과 같은 과자를 준비했다가 일등을 한 아동부터 꼴찌한 아동에게 각각 차등해서 줍니다. 중요한 것은 꼴찌에게도 반드시 강화물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어린 아동이나 장애아동들은 게임 중 10회에서 9번 이기고 한 번이라도 꼴찌하면, 그 꼴찌했을 때는 기분이 상해서 게임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교대로 짝꿍찾기 카드게임을 시킬 때, 실무사나 자원봉사자 그리고 반에서 경도의 장애아동들을 교사로 활용하여 실시하곤 합니다. 이들에게 발달장애아동들이 잘 하지 못하는 카드 섞기나 카드게임을 이끌어 가도록 하는 방식이지요. 게임 도중, 과자나 칭찬을 해주는 것도 이들의 몫입니다. 이렇게 해서 한 팀당 3명씩 4개의 팀으로 구성해서, 한글을 잘 읽지 못하던 10여명의 반아이들 전체에게 한글지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교대로 짝꿍 찾기 게임 2 - 밀어주기 카드게임>

이 게임은 짝꿍카드 찾기 게임 1의 변형으로서, 2~3인 이상이 가능하며 교실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게임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2인이 할 때 >

< 2인이 할 때 > < 3인이 할 때 >

2. 인도자와 아동 2인만이 하는 게임의 경우, 인도자는 아동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네가 가진 카드와 그림이나 글자 짝꿍카드가 나오면 무조건 다 네 거야” 그리고는 질문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줍니다. 아동이 고른 카드들을 보여주며 “이 카드가 누구 것이라고?” 그러면 아동은 “내 꺼!”라고 말하게 됩니다.

3. 교대로 서로 카드를 뒤집기 하다가 인도자의 순서에, 만일 아동이 미리 가지고 있는 카드의 그림이나 글자의 짝꿍카드가 나오면 무조건 해당 아동에게 줍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아동에게 각각의 짝꿍카드 4장씩, 총 8장의 카드를 먼저 준 것이나 다름없기에 게임을 하면 무조건 아동이 이길 수 있게 됩니다. 즉 이 방법은 아동으로 하여금 인도자(교사나 학부모)에게 무조건 이기도록 하여 기를 살려주는 방법입니다. 이 게임에 과자를 강화물로 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지라도 이기는 그 자체가 아동에게 보상을 주기에 글자학습을 하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4. 이 때 아동이 짝꿍카드를 획득할 때는 인도자는 다음과 같은 추임새를 매번 넣어주면 더욱 좋습니다. “우와, 너무 잘한다.”, “난 안 되겠는데”

5. 획득한 후 카드 개수를 세어보게 하여 이긴 아동에게 과자로 보상해주는 방법은 앞의 1번 게임과 동일합니다.

6. 만일 아동에게 글자지도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면, 아동이 미리 선택한 카드의 글자짝꿍카드가 나올 때마다 아동에게 따라 읽거나 스스로 읽게 합니다. 그러면 아동은 1회 게임 시 최소한 동일한 글자를 4번 반복해서 읽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획득하는 것이라 그 읽기효과는 배가 됩니다.

* 3인의 아동끼리 이 게임을 하는 경우에는 인도자(교사나 학부모)가 아동 각자에게 각각 두 장의 그림카드를 고르게 하거나 아니면 카드게임을 이끌 수 있는 아동이 본인을 포함하여 나머지 두 명의 동료에게 의미대로 나누어 주게 합니다. 즉 후자의 경우 카드 게임을 이끄는 아동은 인도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과 같습니다. 게임방법은 위와 같이 동일합니다. 3명의 하는 게임에서는 각자가 두 장의 카드를 먼저 쥐고 시작하기에 게임결과 2단어 총 8장의 카드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렇게 반복하면서 각자의 장애아동은 2개의 단어씩 알게 되어 부담이 없이도 글자를 학습하게 됩니다.

<민화투 방식의 짝꿍 찾기 게임 3>

이 게임은 3명이 하는 게임으로서, 활동적인 발달장애 중학생 이상이, 경쟁을 통해 장애학생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또 이 게임은 글을 읽을 수 있는 일반학생을 봉사자로 하여 통합교육 하는 것도 좋습니다. 게임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게임은 7개의 단어를 한 세트로 한, 총 28장의 짝꿍카드로 진행합니다. 맨 처음 인도자는 카드를 골고루 섞은 후 아동 각자에게 임의대로 각각 4장씩 나누어주고, 바닥판에 4장을 내려놓게 합니다. 나머지는 가장자리 한 곳에 쌓아놓게 합니다.(민화투나 고도리 하는 방식과 유사) 이 때 아동이 받은 카드는 2열로 정리하게 하여 산만하지 않게 배열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카드의 방향은 그림이나 글자가 보이도록 위를 향하게 합니다.

2. 순서를 정하여, 순서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와 바닥판에 있는 카드가 짝꿍이라면 획득하게 합니다. 만일 바닥판에 짝꿍카드가 없을 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게 합니다.

3. 바닥판 한 곳에 쌓아 놓은 카드를 한 장 뒤집어서 바닥판에 있는 짝꿍카드를 찾게 합니다. 만일 짝꿍카드가 없으면 그대로 둡니다.

4. 이때 각 아동이 획득한 카드는 바닥판 바깥쪽에 있는 카드들과 섞이지 않도록 한 곳에 그림이나 글자가 보이지 않게 쌓아놓게 합니다.

5. 게임이 모두 끝나면 각자가 획득한 카드의 개수를 세어보게 한 후 우열을 가립니다. 마찬가지로 보상은 앞의 게임들과 같습니다.

<민화투 게임 방식 응용 4>

이 방식은 두 명의 인도자(교사 2명, 학부모 2명)가 아동 1명과 하는 게임으로서, 양쪽에서 아동에게 카드를 밀어주어 주며 아동으로 하여금 이기게 하는 게임입니다.

1. 이 게임은 아동으로 하여금 먼저 진행하게 하거나 만일 아동이 획득할 짝꿍카드가 없으면 인도자 중 한 명이 시작합니다. 이 때 인도자는 아동에게 짝꿍카드를 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먼저 합니다.

2.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도자들은 아동의 카드를 볼 수 있기에, 만일 아동이 가지고 있는 카드가 바닥판에 나와 있다면 비록 인도자 자신이 가지고 카드로 획득하면 안 됩니다. 즉 아동이 획득해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인도자 자신은 다른 짝꿍카드를 획득합니다. 예를 들어, 앞 그림처럼 인도자 A는 글자 ‘똥’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동도 ‘똥’ 글자카드를 가지고 있기에, 다른 ‘삽’ 그림 짝꿍카드를 획득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3. 아동이 가지고 있는 짝꿍카드가 바닥판에 없다면, 바로 아동 직전에 차례가 된 인도자가 다음 차례에 아동이 획득할 수 있도록 카드를 내어 줍니다. 이렇게 카드를 밀어주어 아동으로 하여금 게임에서 이기도록 해 줍니다. 예를 들어 인도자 B는 자신의 순서가 되면, 아동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바닥판에는 없는, ‘해’나 ‘귀’ 그림카드의 짝꿍인 ‘해’ 그림카드나 ‘귀’ 글자카드를 내어줘서, 아동으로 하여금 획득해 갈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 민화투 방식의 밀어주기 놀이를 사용하여 중 3학년의 지적장애학생을 지도한 바 그 효과는 실로 놀라웠습니다. 이 학생은 말은 잘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글학습을 위한 엄마의 극성으로 인해 한글을 배우는데 실패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단어라고는 10여 단어정도 밖에 없을 정도였습니다. 교실에서 따라 읽기는 잘해도 막상 글을 읽혀보면 입을 떼지 않을 정도로 의기소침하던 아이였지요. 그녀는 지금 글을 잘 읽을 수 있고, 20대 중반이지만 아직도 엄마 앞에서는 글을 읽으려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런 학생의 엄마에게 이 방식의 놀이학습법을 소개해 주고,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와 함께 놀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권했습니다. 그랬더니 약 한 달 만에 60여개의 짝꿍카드의 단어들을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단어는 대개 일반아동들에게 실시하는 사설학습지 교사들이, 한 주 동안 4단어 총 16단어를 읽히는 그 4 배 정도가 됩니다.

참고로 짝꿍카드의 실제의 동영상들은 동영상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