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 교육위원의 <학부모를 위한 교육학 강의> 6
단군신화와 학교붕괴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 살면서 환웅에게 자꾸 사람이 되도록 해달라고 빌었다. 이 때 환웅은 영험 있는 쑥 한 타래와 마늘 20개를 주면서 말했다(時神遺靈艾一炷, 蒜二十枚曰).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쉽사리 사람의 형체로 변할 수 있으리라(爾輩食之 不見日光百日 便得人形)." 곰은 이것을 먹으며 21일 동안 금기를 지켜 여자의 몸으로 바뀌었는데(熊虎得而食之忌三七日 熊得女身), 호랑이는 금기를 지키지 않아 사람의 몸을 얻지 못하였다(虎不能忌 而不得人身). ― 삼국유사
교육붕괴, 학교붕괴, 교실붕괴 등 용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교육이 예전 같지 않다는 아우성이 대단하다. 그것도 '소리 없는 아우성(유치환,「깃발」)'이 아니라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교육기관, 교육단체 등 어느 누구 빠지는 법 없이 다투듯 큰 목소리로 우리 교육과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이들 목소리에는 공통되는 인식이 깔려 있으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교육관료든 전교조든 학부모든 가릴 것 없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예전에는 교육이 제대로 되었는데, 지금 와서 우리 교육이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채 표류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있던 예절이 없어지고, 있던 대화가 없어지고, 있던 공경심이 없어지고, 있던 질서가 없어지고, 있던 속담(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이 없어지고, 있던 고사성어(형설지공)가 없어지고…… 그리하여 있던 교육공동체(교실, 학교)가 없어질 지경이 되었고, 교육의 사회적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어째서 과거에는 21세기 현대보다 교육이, 학교가 좀 더 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단군신화는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준다. 교육자가 하라는 대로 하면 사람이 된다! 호랑이같이 어리석은 조급증 환자가 아니라면 누군들 교육자의 지시에 복종하지 않으랴! 아직 사회의 변화가 느리고 직업체계 등이 단순하던 지난날에는 교육자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그의 교육을 받으면 과거 급제 등을 통해 바로 권력을 향유할 수도 있고, 적어도 1960∼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취업은 할 수 있었다. 그만큼 교육기관은 사람의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는 권력과 경제의 생산공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교육붕괴, 학교붕괴, 교실붕괴를 우려하는 어른들(교육자, 학부모 등)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대학 4년간 교수가 가르쳐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고교 3년간 교사의 수업을 성실히 경청한다고 해서 권력과 경제가 주어지는 게 아님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결국 교육이 변해야 한다. 학교가 변해야 한다. 주산과 부기 대신 컴퓨터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않다가 결국 폐교 상황까지 내몰린 상업고교의 사례가 그 단적인 반증이다. "아, 옛날이여!"라는 노래를 아이들은 모르는데 어른들만 자꾸 불러대는 일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교육붕괴, 학교붕괴의 책임은 시대 변화에 둔감한 어른들에게 있고, 그 결과 국가와 민족이 피폐해지면 지금의 아이들만 장차 애꿎게 삶의 곤궁함에 시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