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삼룡이』읽기
나도향
<줄거리>
주인댁 외아들은 잔인하고 포악하다.
그가 가장 못 살게 대하는 사람은 충성스럽고 부지런한 벙어리 삼룡이다.
주인댁 아들은 예쁘고 정숙한 색시를 아내로 맞는다.
사람들은 주인댁 아들의 철부지 행동을 제어하기 위해 색시를 곧잘 들먹였다.
그러자 아들은 자신의 부자유가 색시 때문이라 생각하고 아내를 학대하기 시작한다.
삼룡이는 천사 같은 색시가 학대를 당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루는 주인댁 아들이 술에 취해서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삼룡이가 업어다 눕힌 일이 있다.
색시는 이를 고마워하면서 비단 부시 쌈지를 만들어 준다.
그것이 서방의 눈에 띄어 색시가 맞게 되자 삼룡이는 이를 제지한다.
이튿날 삼룡이는 주인도 몰라본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몹시 맞는다.
삼룡의 색시에 대한 동정심은 어느덧 연모의 정으로 바뀐다.
하루는 술에 취해 들어온 아들이 색시를 때려 실신시킨다.
그녀의 안부가 궁금한 삼룡이는 밤에 담을 넘어 색시 방의 문틈을 들여다보다가,
목매어 자살하려는 색시를 발견하고 이를 말린다.
그러다가 주인집 식구들에게 발각되어 오해를 사고, 매질을 당한 뒤 집에서 쫓겨난다.
주인집에 불이 난다.
삼룡이는 불길 속에서 아씨를 찾아낸다.
삼룡이는 이미 숨이 끊긴 그녀를 안고서 지붕으로 올라간다.
그 곳에서 삼룡이는 아씨를 무릎에 뉘고서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죽어간다.
<읽기>
관심은 사랑으로 변하고,
사랑은 문제 해결의 수단을 창출하는 마술사로 변한다.
소설『벙어리 삼룡이』에서도 우리는 그러한 삶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삼룡이는 주인댁 색시에게 관심이 많다.
충성스럽고 부지런한 하인인데다가 벙어리인 삼룡이가
천사 같은 새악시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관심은, 특별한 절망의 계기를 만나지 않는 한에는,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사랑으로 승화되는 법이므로
마침내 삼룡이는 남편에게 얻어맞는 장면에 개입하여 새악시를 구출하거나,
목매어 자살하려는 순간의 새악시를 발견하여 극적으로 구출해내기도 한다.
말하자면, 사랑의 힘은 마침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까지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물론 삼룡이가 불길 속에서 아씨를 찾아내기는 하지만
그녀의 생명까지 구출해내지 못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완전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미 숨이 끊긴 그녀를 무릎에 안고서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함께 죽어가는 장면은
인간 세상에서는 적용되지 않지만 새로운 세상에서는 찬란하게 통하는 문제해결 방안이다.
이승에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저 영생의 세계에서는 함께 나눌 것임을 극적으로 암시하는 결말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입시제도로 등장한 논술도
개인과 사회에 대한 지극한 관심을 요구한다.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진술하라는 요구가 논술 시험이라면,
이는 곧 이기적 차원에 머무르는 개인적 삶을 영위하지 말고
공동체적 사회를 유지 . 발전시키는 일에 늘 관심을 가지라는 촉구와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결국
어떻게 하면 현대사회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사려깊은 천착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논술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뿌리깊은 암기위주 입시교육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묘책이 되지는 않을까 하여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 나도향 : 현진건 등과 <백조> 동인으로 활동.
초기에는 낭만적 경향을, 후기에는 사실주의적 경향을 띤 소설가로
『환희』,『뽕』,『벙어리 삼룡이』,『물레방아』등이 대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