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품의 지혜
1. 우수식품들의 집합소 : 이른 봄나물
식보(食補)가 약보(藥補)보다 낫다는 조상들의 슬기는 수많은 의학서적에도 강조되고 있거니와 왕실 밥상차림의 기본원칙으로 확립돼 있었다.
예를 들어 이른 봄의 산야는 각종 우수한 식품들로 뒤덮여 있다.
민들레, 질경이, 소루장이, 두릅, 쑥, 달래, 도라지, 더덕, 씀바귀, 느릅나무, 죽순, 참죽나무순, 머위 등으로 심지어 옻나무 어린순까지 나물 반찬이자 훌륭한 약이 되는 식품들이다.
궁중에서는 산야초를 덮어놓고 쌈 싸먹지 않았다.
우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내고 물에 우려 독성을 제거한 후 약 간장(30년 이상 묵은 간장), 약 된장, 참기름, 마늘 등 양념으로 나물을 무쳤다.
예부터 봄의 산나물을 데쳐 만든 산나물 된장국은 고기보다 맛있고 영양가가 있다고 여겨져 왔다. 실제로 이들 산나물은 체내의 독소를 풀어주고 백혈구 임파구 등의 면역성을 높여준다. 산나물 속의 약성섬유질이 독소들을 동반해 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2. 왕들의 스태미나 식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린 날 왕은 솔밭에서 꿩 사냥을 하며 체력을 단련했다. 이때 포획한 꿩이 훌륭한 스태미나식이 된다.
즉 꿩의 모이주머니 속에서 방금 쪼아 먹은 솔 씨를 꺼내 꿀과 함께 갈아서 만든 송실밀이 그것이다.
이 밖에 야외에서 몸을 녹이는 데는 뜨거운 꿩 만두국이 애용됐다.
왕실에서 전해 내려오는 스태미나 강화식품으로는 다음과 같다.
◉ 서해안 갯바위에 붙어 자라는 생 돌굴 먹기.
◉ 겨울 꿩 사냥 도중 나오는 꿩 만두.
◉ 초여름 준치를 뼈째 다져서 만든 만두.
◉ 꿀에 잰 산삼.
◉ 가시오가피(오갈피)로 담근 술(향온주).
◉ 백도라지와 가양(家釀)식초 무친 나물.
◉ 밤 말린 가루, 잣가루 등으로 만든 찹쌀 죽.
이들 스태미나(stamina)식 가운데 한 가지 공통점은 꿩 만두 이외에는 육식(肉食)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인들은 육식(肉食)을 스태미나(stamina)의 근원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극히 잘못된 상식(相識)이다.
옛 전통식품의 특색은 반(半)생식으로 현미식(玄米食), 종자식(해바라기, 도토리, 머루, 호두, 호박씨 등), 소채(채소), 야생초식(野生草食)으로 요약되는 저 칼로리(calorie)식품이다.
전해 내려오는 양명술에 따르면 이들 전통식품을 일상적으로 섭취하면 소화불량, 변비, 암, 당뇨 ,심장병 등이 현저히 예방된다고 한다.
전통식품 중에 죽 종류를 살펴보면 잣죽, 청태콩죽, 박죽, 방풍죽, 보리죽, 붕어죽, 굴죽, 율무죽, 연실(蓮實)죽, 마름죽, 칡뿌리 가루 죽, 건율죽, 전복홍합죽, 구기자죽 등이 보이는데, 이런 죽들은 암, 당뇨, 비만, 혈관질환을 물리치는 성분과 소재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3. 상처 치료에 탁월한 참게
왕의 경호를 담당한 지밀내관(상선) 문지기내관(상문) 금위영 별장 등이 활이나 칼 혹은 창에 다칠 경우 이들의 치료와 상처의 재생에 참게가 요긴하게 사용됐다.
늦은 가을 벼를 벤 논에서 잡히는 참게는 입 거품을 많이 내는데, 이 참게를 10년 이상 된 궁중간장에 담가 여러 번 장물만 달여 부은 참게장 속의 노란색 창자는 전투 중 뼈가 상하고 힘줄이 끊어진 장졸(군사)들의 상처회복을 돕는 최고의 회복식품이었다.
평안도 강계포수나 강화의 택견무술 고수들은 외침이 있을 때 최전방 돌격부대원으로 차출되었는데, 이들에게도 참게장이 찹쌀밥과 함께 특별 배식됐다. 끊어진 혈관, 부러지고 부스러진 뼈, 곪은 살을 회복시키는 응급식품이 참게 장이었던 것이다.
일 년 이상을 보관해 먹을 수 있는 참게 장은 반드시 논게(참게)를 사용하지 꽃게나 대게는 제외되었다.
참게 장 이외에 외과적 질환(종기 등창 화살 독) 수술 후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 사용된 회복식품은 세발낙지, 엄마의 젖을 먹는 어린 아기의 똥을 먹인 황구탕, 식초에 담갔던 오리알이나 오골계알, 잉어 고아낸 것, 풀 속의 개구리, 토란찜질, 뽕나무 재나 쑥잎, 송진가루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