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키가 왜 필요해..스마트폰 디지털키에서 생체인식 진화전우빈 입력 2022. 04. 23. 09:00 댓글 2개
모터바겐 페이턴트
자동차 키는 크게 잠금,열림 기본 기능 이외에 시동에 필요한 무선 신호를 주고 받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즉 차 문을 열고 잠그는 보안 장치와 엔진을 일깨워주는 시동 장치다. 최초 내연기관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차 키가 없었다. 시동을 걸려면 엔진 쪽의 플라이휠을 직접 돌려야 했다. 이후 등장한 방식이 포드 모델 T에서 선보인 핸드 크랭크 스타터다.
출처: Los Angeles Public Library
핸드 크랭크 스타터는 크랭크축에 막대를 연결해 직접 돌리는 시동 방식이다. 과거 경운기 앞에 시동을 위한 ‘ㄱ’자 손잡이를 달았는데 이게 핸드 크랭크 스타터 방식이다. 이 방식은 건장한 남성이 힘껏 돌려야 시동이 걸렸다. 크랭크 반대 회전으로 인한 사고도 잦았다. 당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었던 부유층은 시동을 거는 사람을 따로 데리고 다녔다. 이들이 앉던 자리를 ‘어시스턴트 시트’라 불렀고 운전석 옆자리를 조수석이라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전기식 스타터는 찰스 케터링이 처음 발명했다. 크랭크 반대 회전으로 친구를 잃은 당시 캐딜락 사장은 찰스에게 새로운 방식의 시동 장치를 주문했다. 이때 개발된 게 배터리와 코일을 이용한 시동 방식으로 자동차 표준으로 자리를 잡는다. 차 키가 잠금과 시동 장치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1949년부터다. 크라이슬러가 최초로 열쇠를 돌려서 시동을 거는 턴키 스타터 방식을 적용했다. 이때 우리가 흔히 아는 자동차 키의 모양(검은색 플라스틱+열쇠)도 처음 등장했다.
고유 패턴으로 가동된 키를 돌려 잠금과 시동을 거는 턴키 스타터 방식은 제작이 쉽고 단가도 낮다. 하지만 복제가 쉽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한 키가 이모빌라이저다. 고유의 암호가 부여된 칩을 열쇠 손잡이 부분에 넣어 ECU와 인증하는 방식이다. 키 패턴을 복사하더라도 칩이 없다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현재 스마트 키에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모빌라이저가 보안성을 강화했다면 리모컨 키는 편의성을 높였다. 원격주파수를 이용해 차 문을 열고 잠그거나 시동을 걸 수 있다. 이외에도 경적을 울리거나 트렁크를 여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시동은 여전히 열쇠를 넣어 돌리는 턴키 스타터 방식을 사용했다. 초기 리모컨 키는 보통 금속 재질의 열쇠와 리모컨으로 구성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4세대 S클래스(W220)에서 시동 키와 리모컨을 하나로 합친 플라스틱 키를 선보였다. 리모컨과 열쇠를 구분하지 않아 편리했지만 주파수 범위가 짧고 리모컨으로 차 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 안에 숨겨진 금속 키를 꺼내기가 불편했다. 리모컨 키 보급 이후 열쇠와 리모컨은 점차 하나가 되어 리모컨 본체에 키를 접어 넣는 폴딩 방식까지 발전했다.
스마트키와 버튼 시동의 보급은 운전자가 차 키를 만질 일을 현저하게 줄였다. 리모컨을 꺼내 조작했던 부분을 몸에 지니기만 해도 잠금 해제가 가능하다. 키를 소지한 채 가까이 가거나 손잡이를 터치하면 문이 열린다. 트렁크도 키를 소지하고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린다. 앞뒤로 움직이는 간단한 원격 주차도 가능하다. 키를 넣어 돌리던 시동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모양도 다양해졌다. 기존 리모컨과 비슷한 모양부터 포르쉐나 테슬라가 선보이는 자동차 모양, 휴대성을 높인 카드 모양까지 여러 가지다. 또 디스플레이를 달아 차량을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키는 물론 팔찌처럼 생긴 아웃도어 활동용도 있다.
스마트키는 지원하는 기능이 많아질수록 크기가 커진다. 디스플레이가 달린 키의 경우 성인 손바닥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주머니에 넣으면 불룩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미 스마트폰이 한자리를 차지하는데 차 키까지 크면 부담스럽다. 최근 많은 제조사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방식을 선보인다. 스마트폰은 필수품이라고 할 만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앱을 이용하는데 거부감이 없다. 기능이 한정된 물리적 키와 달리 앱을 이용하면 차량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차 키를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단점도 있다. 스마트폰을 거쳐야 한다. 스마트 키의 경우 몸에 지니면 따로 꺼내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 앱 방식은 사용할 때 앱을 켜고 터치해야 한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되면 차도 이용할 수 없다.
기아 K9에 적용된 지문 인식 시스템
자동차 업계는 디지털 방식 다음으로 생체 인증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 몸을 차 키로 사용해 강력한 보안이 특징이다. 차 키를 깜빡해서 집에 다시 가거나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물론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다른 분야에서는 사용한 지 오래고 특히 금융과 관련해서 발달했다. 현대차는 2018년 중국형 싼타페에 잠금장치와 시동을 걸 수 있는 지문 인식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문으로 일부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자동차 키는 시동을 거는 목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110여 년 전 핸드 크랭크에서 전기식으로 변화가 가장 컸다. 이후 발전은 보안과 편의 위주로 발달했다. 최근 폴스타와 볼보가 전기차를 선보이며 따로 조작 없이 키를 소지한 채로 기어를 변속하면 시동이 걸리는 방식을 선보였다. 아직은 키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사람과 자동차가 바로 연결되는 방식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