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스로 배우는 한입 한자 17화] 엔비디아 칩<베라 루빈> 원가 5540만 원 중 메모리 가격이 3400만 원이래요
반도체 가격, 부품 수 바탕으로 계산... 메모리 가격이 62% 차지 AI가 빠르게 계산하려면 메모리 용량 많이 필요하기 때문
김지선 기자
입력 2026.08.13. 16:54
엔비디아에서 공개한 AI 칩 ‘베라 루빈’. 베라 루빈은 은하의 회전 속도를 관측하며 우주 질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암흑 물질’의 존재를 증명한 여성 천문학자다.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세상의 이해를 바꾼 과학자의 업적이, 지금 AI가 해야 할 일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이유로 칩 이름을 베라 루빈이라고 지었다. /조선일보DB
여러분이 5000원짜리 햄버거 하나를 샀다고 해봐요. 가게는 이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빵, 고기, 치즈, 채소 같은 재료를 사야 하고요. 고기를 굽는 데 가스비도 들고, 햄버거를 싸는 포장지도 필요하죠. 이처럼 어떤 물건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원가(原價)’라고 해요. 그렇다면 인공지능(AI) 칩의 원가는 얼마일까요?
지난 11일, 세계에서 가장 비싼 AI 칩 하나를 만드는데 드는 원가를 계산한 재미난 결과가 나왔어요. 주인공은 엔비디아의 칩 ‘베라 루빈(Vera Rubin)’이에요. 이 칩은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중앙처리장치’와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계산하는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가 함께 들어 있어요.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은 베라 루빈이 이제껏 등장한 칩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빠르고 똑똑하다고 발표할 정도였죠.
베라 루빈은 은하의 회전 속도를 관측하며 우주 질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암흑 물질’의 존재를 증명한 여성 천문학자다.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세상의 이해를 바꾼 과학자의 업적이, 지금 AI가 해야 할 일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이유로 칩 이름을 베라 루빈이라고 지었다. /조선일보DB
이번 결과에 따르면, 베라 루빈 속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처리장치를 모두 만드는데 원가만 총 5540만 원에 달한다고 추산(推算)했어요. 엔비디아도 이익을 남겨야 하니, 실제 판매 가격은 이보다 높죠.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5540만 원 가운데 약 62%, 즉, 3460만 원 정도가 ‘메모리 반도체’ 원가로 추산된다는 거예요. 쉽게 말해 5500만 원짜리 칩을 만드는데 메모리 가격만 3400만 원 넘게 쓰이는 셈이에요. 이는 AI가 똑똑하게 일하려면 수많은 정보를 저장할 공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베라 루빈에는 ‘HBM4’라는 초고속 메모리와 ‘SOCAMM2(소캠2)’라는 대용량 메모리가 들어가요. HBM은 여러 장의 메모리 반도체를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아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만든 반도체예요. 소캠2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쓰이는 메모리를 AI와 함께 묶어 놓은 제품이죠.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왜 원가를 ‘추산’한다고 표현할까요? 추산은 현재 알고 있는 여러 자료를 이용해 실제 값이 어느 정도일지 계산해 보는 것을 뜻해요. 엔비디아가 직접 ‘HBM4는 정확히 얼마, 소캠2는 정확히 얼마에 구입했다’고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번 결과를 발표한 금융회사 ‘UBS’는 반도체 가격, 부품 수 같은 여러 자료를 모아 ‘베라 루빈에 이 정도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라고 추측해서 계산한 거예요. 이것이 바로 ‘추산’이죠.
마치 우리 반 친구 30명이 문구점에서 쓴 돈을 정확히 조사하지 않았더라도, 친구 5명이 평균 5000원을 썼다는 자료를 가지고 ’30명이라면 약 15만 원을 썼을 것’이라고 추산해볼 수 있는 것과 같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