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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가족 여행기(2009년 여름)
2009년 8월 5일(수) 내 나이 54세 생일날 아침이다. 어언 결혼 22년이 지났다. 결혼 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여행하고 싶은 곳을 물어보면 늘 대답한 곳이 ‘변산반도’였기에 올해는 큰 마음먹고 가족여행하기로 하였다. 그 동안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 노심초사 헌신적으로 수고해온 전업주부 집사람을 위로하는 여행이다. 전부터 가려고 마음먹어왔으나 늘 여의치가 않다가 이제야 실현하게 되었고, 가족이래야 대학 3학년인 큰 아들이 6월 말경 미국에 6개월 기한으로 어느 제약회사에 인턴사원으로 취직되어 가고 없으므로, 올 봄에 서울 모 대학 입학한 딸을 데리고 달랑 셋이서 6년 전 사격부 감독교사 시절에 간절히 필요해서 구입한 11인 승 스타렉스 차에 필요한 짐을 여유 있게 싣고, 오전 9시 30분 수성구 지산동에 있는 집을 출발하였다.
그토록 집사람이 가보고 싶어 하였던 변산반도 가족여행을 이제야 성사시킨 내 기분은 미안함과 기쁨이 뒤섞여 묘한 것이었으나, 함께 산지 6년째인 푸들 강아지 ‘루이’가 동행되어 몹시 즐거워하는 딸과 아내의 모습을 운전하면서도 흐뭇하게 훔쳐보며, 그 동안 바쁘게 살아왔던 지난날들의 주요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변산반도 여행길의 목적지 가는 길로 삼은 신천대로와 88고속도로 노면 위에 오버랩 되면서 수를 놓으며 스쳐지나갔다. 혼자 반추하기가 아까운 것은 집사람과 딸아이에게 가끔 물어 확인해보기도 하면서.......
피서가 한 창일 8월 초이지만 주중이기도 하고, 올해는 유별난 기상이변으로 덥지 않은 여름 탓인지 고속도로가 한산하였고, 지리산 휴게소에서 간단한 휴식을 가진 후 얼마 전에 마련하여 장치된 아이나비 네비게이션에 목적지인 변산반도를 입력하여 처음 가보는 여행의 길 안내를 전적으로 맡기고는, 눈에 익숙하지 않은 호남지방 여행의 이런 저런 풍경이야기로 운전의 졸음과 지루함을 달래었다. 남장수IC에 이르자 네비는 우회전으로 톨게이트를 빠져 나갈 것을 안내하므로 톨게이트 요금수납 아가씨에게 통행료를 지불하면서, ‘변산반도에 갈려고 하는데요.’라며 길이 맞는지 물으니까 왔던 88고속도로로 다시 진입하여 계속 더 가라고 안내하지 않는가.......다시 길을 잡아 계속 갔고, 광주 가까이에 다다르자 북광주IC 방향의 도로 이정표와 네비의 일치되는 안내로 호남고속도로와 접속하여 위쪽으로 쭉 올라가서 해미IC에서 빠져나왔다.
실시간 위치 정보안내세상의 편의성을 생생히 체험해보며, 첫 관광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국립공원 변산반도 여러 관광명소 중에 남쪽 입구에 위치한 내소사이었다. 오후 1시 조금 지나서 주차장에 주차한 후 우리 집의 반려견인 ‘루이’를 안고 입장하려는 데 애완견 입장은 사절이란다. 다시 차에 데려다 놓고 입장하여 관광하였는데 나에게 인상 깊은 내소사 장면 3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는 절 입구의 할아버지, 할머니 느티나무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수령이 무려 700년과 1000년이란다. 그리고 대웅전에 보통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단청 채색이 칠하여져 있지 않아, 소박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더욱 더 중후하고 고고한 멋을 내뿜고 있음을 느낀 점이 두 번째였으며, 그 큰 대웅전이 못 하나 사용하지 않은 채 자연석과 나무들로 지어졌고, 대웅전 정면의 나무 문 장식 무늬가 오묘하게 수놓은 연꽃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세 번째였다.
루이가 걱정된 30분가량의 내소사관광을 마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 유명한 곰소 젓갈류를 여행객에 판매하고자 호객 홍보하던 중인 어느 아저씨 한 분이 대구에서 온 우리 차를 식별하여 반겨주며, 자신의 가게에 와서 시식도 해보고 아직도 먹지 못한 우리식구의 점심식사를 그 곳에서 먹고 가라고 권유하지 않는가....... 그도 그럴 것이 아침 생일 찰밥을 간단한 여행 점심으로도 준비해온 집사람이 먹을 장소를 걱정하고 있던 차이였기에 흔쾌히 승낙하여, 그 아저씨가 직접 선행하며 인도해주는 차를 따라 젓갈 판매단지 내에 위치한 어느 가게에 이르러서는 우리 집에서 먹을 낙지 젓갈 1통을 샀고, 가게 안의 간이식탁에서 인심 좋은 안주인이 굴과 조개, 창란 3가지 젓갈반찬을 정성껏 내주어서, 출발하면서 준비한 우리 집 반찬과 함께 맛있게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다. 타지에서 온 여행객에 대한 그 분들의 배려가 감동적이어서 이웃 지인들에게 선물할 젓갈 2통을 더 사서 다음 여행지로 출발하였다. 물론 출발하기에 앞서서 인심 좋은 아저씨에게 가볼만한 곳을 물어보고는 친절한 안내를 지도에 표시하여 받아두고 출발하였으므로 다음 여행지에 대한 고민 없이 모항해수욕장 등 서해안 절경코스를 경유하는 도로를 선택해서 2차 목적지인 ‘채석강’과 ‘적벽강’을 관광할 수 있었다.
채석강은 퇴적된 토양 지층이 산을 이루며 암반이 되어 있었는데 해안의 침식으로 지층이 마치 두꺼운 책들의 책갈피 마냥 가지런히 쌓여져 있는 모습을 그대로 생생히 보여주고 있었다. 3~4백 미터의 해안 절경을 산보하며 감상하였으며, 그냥 지나치기에 아까운 곳에서는 몇 장의 가족 여행 사진을 찍었다. 다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 ‘적벽강’에 도착하였으며, 그 곳 모습은 중국의 유명한 적벽강과 흡사한 풍경이어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몽돌 해안가에서 집사람과 딸이 산책을 하는 중에 주위의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나의 성격으로 혼자 이상하게 여겨진 곳으로 직접 걸어가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500미터가량 떨어진 곳 절경 언덕에 ‘수성당’이라는 서해안 바다여신을 모시는 사당이 있었고, 경치가 참으로 좋았다. 멀리 새만금방조제가 보여 혼자 보기가 아까워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 와서 식구들과 함께 차로 이동하여 수성당 관광을 하였다.
변산반도 관광 마지막 코스로 우리나라 간척사업의 백미인 새만금방조제 현장으로 가보았다. 가는 길에는 하도라는 섬이 보였고, 매달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물이 빠져 걸어서 가 볼 수 있다는 지점에 와서는 차를 세워두고 잠시 쉬었다 갔다. 오늘이 보름이라 직접 건너가보는 체험을 경험하여 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었으나 아쉽게도 이번 음력은 보름 이틀 후인 열이레가 그 날이란다. 새만금에 도착하여 보니 끝이 없는 바다를 메워 방조제가 완성되어 있었고, 방조제 안쪽으로는 아직도 무수히 많은 배들이 고기를 잡고 있었으므로, 그 넓은 바다를 무엇으로 메워서 새로운 도시와 시범 영농단지를 조성하여 상상을 현실로 꿈을 실현시키게 될는지 인간의 무한한 힘과 야심에 감복하면서도, 국가예산 낭비의 우려감이 목을 메이게 하여 조금은 울적하였다. 방조제 중간 지점에 공사관계자 외에는 관람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는 차단 방어 철책이 있어서 되돌아 나왔으며, 아직도 해가 서산에 높이 떠 있었으므로 시간을 확인하여보니 오후 6시 30분이었다. 서해 낙조 풍경이 멋있다고는 하나 석양의 모습을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서 다음 여행 목적지와 숙박할만한 곳을 아내에게 물어보니 고창의 선운사에 가보고 싶단다.
왔던 길을 되돌려 서해 해안의 절경을 다시 한번 감상하며 1시간가량 남쪽으로 내려와 고창의 도솔산 선운사에 도착하니 어두움이 산사에 내려앉기 시작하였다. 이제껏 다녀본 관광지 사찰 중에 한 고을 전체를 몽땅 어떤 절의 관광지로 이처럼 개발해 놓은 곳을 보지 못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대대적으로 공원화되어 가꾸어져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찰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는 미리 둘러보려 안으로 입장하려 하였으나, 내일 아침 6시 이후에 입장하라는 개표소 안내인의 지시를 듣고는 되돌아 나왔다. 이제 할 일은 숙소를 정하고 저녁식사를 해결하여야 하였으므로, 유스호스텔을 찾아가 알아보니 만원사례였고, 몇몇 민박집은 비싸거나 우리 집 반려견인 ‘루이’를 옥외 개집에 재워야지 함께 방을 사용할 수 없다며 완곡히 거절하기에 무거운 발길로 되돌아 나왔으며, 배가 고프기 시작 하였으므로 저녁식사부터 해결하기로 하였다. 식사할 만한 곳을 차로 둘러보니 온통 풍천장어 요리 전문 식당뿐이었다. 딸아이가 먹기를 싫어하는 요리이었으므로 몇 집을 더 살폈으나, 달리 찾을 수 없었기에 어느 집에 차를 세워두고는 사유를 설명한 후 다른 음식으로는 식사가 안 되는지를 물어보니 풍천장어 1인분을 기본으로 하여 십여 가지 반찬과 된장찌개가 가능하다는 어느 식당주인의 권유에 그렇게 저녁식사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물론 루이는 잠시 차에 가두어져 있어야 하였고.......그런대로 괜찮은 식사를 해결한 후에는 딸아이가 피곤해 하기도 하고, 루이 잠을 해결할 방도가 난감함을 느낀 아내가 “편하기만 하는 대구 우리 집으로 도로 가버릴까 보다.”라는 독백 섞인 한숨을 듣고서는, 그 얼마나 벼른 모처럼의 가족여행을 당일로 마무리해서는 안 되겠다고 여겨서 한 번 더 잘만한 곳을 알아보자고 설득 한 후에 ‘청원민박’집이라는 곳에서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게 되었고, 민박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어서 조금은 생소한 이번 우리가족 나들이의 예약 없는 숙박 여행 첫날 잠을 그럭저럭 잘 해결하였다.
이튿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주인장에게 잘 자고 간다며 인사를 깍듯이 올린 후 새벽 산보를 겸해서 선운사 사찰입구의 쭉쭉 뻗은 나무 터널과 길 옆 개울에서 맑게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상하며, 성미 급한 내가 여남은 걸음을 앞장서 걷고, 모녀 둘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면서 맑은 정신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경내에는 시골 운동회 때 내걸려 있는 만국기 마냥 기와성불 성금기탁 불자들의 인적사항이 적힌 종이들이 이곳저곳에 매달려 대롱이고 있었다. 넓은 경내를 20분가량 둘러보고 나와서는 바로 태안반도를 향해 출발하였다.
태안반도를 향해 올라가는 길이므로 전주 덕진공원에 가서 연꽃도 보며, 그 유명한 전주비빔밥을 먹어보자는 아내의 의견으로 1시간가량 내륙으로 이동하여 전북대학 켐프스 부근에 위치한 덕진공원에 도착하였다. 청소년 대상으로 한국철도공사에서 특색사업으로 실시한 7일간의 전국 여행을 권장하는 코레일 여행상품을 친구들과 함께 4일간 이용한 직 후 연이어서 이번 가족여행에 동참한 딸아이는 피로가 누적되어 차에서 누워 잠자며 내리려 하지 않았다. 부부 둘이서만 연꽃이 만발한 덕진호수 산책길을 걸으며 형형색색의 연꽃을 감상하다가 그냥 눈으로만 담아놓기가 아까워 디지털카메라를 가지려 주차해놓은 차로 다시 오게 되었고, 내키는 김에 차를 또 다른 연꽃 만발한 가까운 주차장으로 옮겨 놓고는 연꽃을 배경으로 부부 사진을 찍었다. 공원을 돌아 나오는 길에 늦은 아침식사 해결하려고 공원 주차장 입구에 있는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길 건너편 ‘고궁’이라는 식당으로 가보라고 안내하여 주었다. 찾아가보니 입구에 11시에 문을 연다는 입간판 안내판이 안내되어 있어서 헛걸음이 되자, 이구동성으로 배고픔을 많이 느끼지 않기에 태안반도 가는 길목인 서산에 도착해서 아침과 점심식사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로 합의 결정하여 다음 여행지인 태안반도로 다시 출발하였다.
서산에 도착하니 오전 11시쯤이었다. 길가에 차를 비상등 켜서 임시로 세워놓고 어떤 가게에 들어가 이곳에서 식사하기 괜찮은 곳을 물어보니, 길 건너편 어느 곳을 가보라며 친절히 안내를 해주신다. 따뜻한 국밥이 생각나서 우리 부부는 함께 갈비탕을 시켰고, 딸아이는 시원한 물냉면으로 아점을 해결하였다. ‘이제는 태안반도 어디로 안내해 드릴까요?’라며 내가 집사람에게 정중히 물으니 그 유명한 서산 마애3존 석불에 가서 백제의 미소를 감상해보잔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대로 차를 몰고 가보니 산 중턱에 위치한 마애석불은 자연돌 조각의 윤곽이 세월에 많이 흐려져 있어서 알려진 바대로의 감동적인 미소를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어서 몹시 안타까워하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가볼만한 곳으로 희망한 집사람의 의견에 따라 간혈암에 가보았다. 무학대사가 지는 해를 바라보며 도를 깨우쳤다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으며, 매일의 밀물과 썰물의 물길에 때를 맞추어 건너보는 체험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막상 가보니 변산반도의 수성당 풍경에 미치지 못하였으나 또 다른 서해안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멀리 색다른 곳에 왔으므로 또 다른 곳을 가보고자 하였으나, 딸아이가 서울 하숙집으로 한시 빨리 돌아가 쉬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집사람도 동의하여 태안반도 여행을 멈추고 되돌아 나왔다. 서산 터미널에서 딸아이와 작별을 한 후에 둘이서 다음 여행지를 의논한 즉,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상기하고는 하루 더 예상하였던 남서해안 관광계획을 이 다음 가족여행으로 미루고 이쯤에서 우리도 집으로 되돌아가기로 하였다. 이 다음 기회의 여행 때는 남쪽 서해안을 제대로 여행하여보자며 빨리 비 오기 전 대구 자택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모았다. 대구를 종점으로 네비에 입력하여 출발하니,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평택IC까지 되올라가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이용하기를 안내하지 않는가? 많이 의아해하면서도 네비를 믿고 가 보자며 안내해주는 대로 가다보니 당진에서 대전까지 새로이 개통된 고속도로 안내 이정표를 보고는 네비가 새 고속도로 개통을 아직 모르는가 보다고 판단하고는 과감하게 네비 안내를 무시하고, 우회전하여 내려온 즉, 예상보다 한 시간 빠르게 6시 조금 지나 대구에 도착하였다. 여행의 피로가 똑 같을 텐데 또 둘을 위해 저녁 준비하여야 할 집사람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어린이회관 앞 포항물회 집에서 저녁을 내가 쏘겠다며 서로 기분 좋게 해결하고 집에 도착하였고, 사람들이 왜 그토록 자기 집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새삼 실감할 정도로 둘이서 편안해하였다........
우리 가족의 2009년 8월의 변산, 태안반도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전신에 밀려오는 피로로 함께 좋아하는 매일 저녁 테니스 운동 실천도 쉬기로 한 채 여행출타로 읽어보지 못한 조간신문을 보거나, TV를 시청하면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였다. 먼 훗날 우리 부부와 우리 직계 후손들이 이번 여행을 반추해보고자 할 때 회상되어지는 한 폭의 그림이 되도록 노력하였으나, 필력이 많이 모자람을 절감하고, 여행 후의 들뜬 감정을 가라앉힌 며칠 후에 이렇게 여행기를 써둔다.
첫댓글 부럽다. 너무 좋은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효진이 데리고 오붓한 세 식구가 함께 전국 어디든 여행을 다니면 되지 뭐가 아쉬워서 못난 이 삼촌을 부러워하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