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외수 선생님은 유쾌하면서도 진지함이 담긴 글을 쓰는 소설가입니다. 또한, 세월에 녹슬지 않고 푸르른 마음으로 살아가시는 ‘횽아’입니다. 10대, 20대는 이외수 선생님과 채팅을 하면서 ‘횽아’라고 하기 때문이죠. 시의적절할 때마다 통쾌하고 당당한 발언을 하시는 시민이기도 하죠.
2월 21일, 수려한 산세와 탁 트이는 공기에 절로 상쾌해지는 감성마을을 찾았습니다. 늘 그렇듯 많은 사람들이 이외수선생님을 뵈려고 찾아오더군요.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어주신 이외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60대 횽아’와 나눈 재미있는 이야기 속으로 초대합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술, 담배 끊고 나서 건강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너무 말랐었는데, 이제는 체중이 10kg 늘었어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닌텐도에 나와 있는 몇 가지 스포츠를 아들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독자사랑방 모월당이라는 강당이 있는데 거기에 탁구장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식구들과 보통 2-3시간씩 ‘1박 2일’에 나오는 막장 탁구를 치면서 건강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름에 찍었던 모월당 사진, 여기서 벙개도 하고 문하생들을 가르칩니다.
“정치가 바르지 못할 때는 작가로서 분명히 지적”
-선생님의 소신발언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늘 화제가 됩니다.
“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특히 요즘 시국에 왜 관심을 가지냐, 니가 머리 기르고 신선이나 된 듯이 살다가 세상일에 갑자기 관심가지냐, 그럽니다. 저는 옛날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초기작 때부터 현실비판, 문명비판, 정치비판, 다했어요. 그때는 거들떠도 안 보다가 늙으니까 요새 좀 신경써주는 거 같네요.^^
대통령이나 공직자가 제대로 못할 때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바르지 못하다고 분명히 지적한단 말입니다. 그러면 정치 이해 관계상 자기하고 안 맞아서 반감을 가지거나 정략적으로 육성한 알바들이 벌떼처럼 몰려와서 안 좋은 소리하면, 그때 씁쓸해요. 저는 초딩들하고 자주 얘기 나누고 홈페이지에서 초등학생들 위해서 연재도 하고 합니다만, 제가 무슨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초딩하고 대화를 주고받겠어요.
그런데 그것을 정책하시는 분도 오해하거나 또는 정치적으로 육성된 알바들도 오해합니다. 제가 지적하는 것은 함께 숙고하고 반성하자는 의미에서 제시하는 겁니다. 그것이 묵살되어버렸을 때는 저 역시도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죠. 그것은 작가로서 그러는 것이지 정치적인 목적은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악성 댓글 다는 사람들에게 많이 시달리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인터넷 들어가면 어차피 디씨(dcinside)같은 경우, 막장의 소굴이니까, 저도 감안하고 거기서 놉니다만, 버르장머리없는 건 둘째 치고 정말 한글을 터득한 벌레들도 득실거리고 한글을 터득한 동물들도 득실거린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입니다. 거의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을 팽개치고 사는 세대를 만들고 있어요. 한국인이 버린 개념 때문에 천문대로 보면 안드로메다가 안 보여요.^^ 그럴 정도로 개념이 없어요.
제가 볼 때는 한국 교육이 난독증 환자들을 만들어나서 사람들이 감상력이 없어요. 전부 따지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만 주력하고 그게 마치 다 옳은 줄 알고 있어요. 비난하는 논리에 합리성이 있든 없든 어떻든 간에 그래야만 되는 것처럼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도대체 논리가 될 수 없는 거조차도 논리인 것처럼 행세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단 말입니다.
글자를 읽을 줄 안다고 책까지 읽을 줄 아는 건 아니거든요. 학교 교육이 바르게 읽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문학을 감상하고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바르게 읽는 법, 두뇌로 읽는 법보다 가슴으로 읽는 법을 가르쳐야 해요. 저는 글장이니까 사람들이 글을 많이 읽어주기를 바라죠. 그리고 바르게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수능에 대비해서 책읽기를 하는 건 수박겉핥기입니다.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고, 그렇게 배워서 문학작품들에 똑같이 대하면, 장님이 코끼리다리만지기나 수박겉핥기밖에 안 되는 겁니다. 바르게 많은 사람들이 책 읽는 행복감을 주기 위해 저도 열심히 쓰겠습니다만 사람들도 책을 읽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한국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따져야 합니다 @오마이뉴스 김한내
“솔직하게 아무리 내 글이라도 100점 만점에 20점 맞을 자신 없다”
-학교교육에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얼마 전 디씨에서 어떤 친구가 선생님께서는 선생님 글이 수능에 나온다면 몇 점 맞을 자신 있어요, 묻기에 솔직하게 아무리 제 글이라고 100점 만점에 20점 맞을 자신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시인은 자기 시를 가지고 출제했는데 40점 이하로 맞았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지금 교육이 망하자는 교육이라는 겁니다.
저는 항상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소설 속에서도 그렇고, 교육제도 잘못 되었다고 그럽니다. 개념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개념을 교과과목에 안 나오잖아요. 어디서도 도덕이나 사회에서 잠시 배운다고 하더라도 시험 보면 다 잊어버려요.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요. 스스로 성적싸움만 벌이고 암기에 시달리고 있지요.
이런 일이 꼭 당사자들의 책임은 아니란 말입니다. 개념 없는 개인이 몇 명 없으면 당사자의 책임일 수 있는데. 이게 보편화 되어버렸어요. 자기인생의 주인이 아닌 채로 다수가 살고 있어요, 이건 국가 책임을 물어야 해요.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우리나라는 늘 그렇듯 대형사고의 책임자가 없어요.
정부는 늘 개혁을 한다고 하고, 정치가들은 부르짖습니다. 그런데 60년 살면서 말은 개혁한다고 하는데, 개혁하는 거 못 봤습니다. 개혁하려면 백년지대계 교육부터 손대야 하잖아요. 그런데, 교육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고 이럴수록 학원은 좋지요.
그럼 이걸 누가 개념을 만들어줘야 하는냐, 결국 자신이 만들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보편화 된 것을 당연지사라고 알고 있는데, 거기에 휩쓸려가는 인생을 자기 인생으로 설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젊었을 때, 남들 대학 가는 거 따라가듯 살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 인생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개척정신, 창조정신을 자기가 만들어야 합니다. 젊었을 때 인생 설계를 미리 스스로 해야 합니다.
-사람 교육을 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까요?
“그야말로, 정말로 바른 가치관을 가지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날, 정말 가치가 있는 게 무엇인가, 반드시 간판인가, 돈인가, 이걸 고민해야 합니다. 모든 교육기관, 학교, 가정, 학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걸 중시해야 됩니다. 자기 삶에 부끄러움이 없으려면 자기 인생에서 주인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자기 인생에서 주인이 되려고 공부하는 거지 꼭 일류대학 간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얼마든지 가치기준을 바꿀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모든 교육기관이 높은 성적, 일류대학, 대기업만을 강조한단 말이에요. 세상에 알바구하기도 힘들고 청년백수가 400-500만 이라는데, 저 같은 놈은 후진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교 중퇴하였는데, 직업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결국, 자기 인생을 창조할 줄 아는 것, 바른 가치관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다른 가치들이 있다는 걸 부모도 인식하고 선생님도 인식하고 젊은이들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답답한 게, 인터넷에서 다니다보면 젊은이들이 자기 미래를 저에게 물어요. 저는 특기도 없고 취미도 없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 인생인데, 제가 몇 줄 보고 알 수가 있나요. 그런데 이런 젊은이들이 많다는 겁니다. 이들은 미래 세대아닙니까, 그렇게 되어버리면 사회전체가 불안정한 사회가 된다는 거죠. 특히, 교육일선에 계시는 분들은 인성의 중요성이라든가 가치관의 대해서 진지하게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외수 선생님
“남들 다 영어할 때 파푸아뉴기니어를 해라”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고 불안한 미래에 힘들어 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예술 한다고 하면 다 굶어죽는다고 그러는데 아니에요. 공부 아무리 잘하고 아무리 좋은 대학 나와도 실력이 어중간하면 어느 분야든 굶어죽게 되요. 상위 10%에 들어가면 먹고 살 걱정 안 하지만 어디가든 10%되기는 힘듭니다. 그렇다면 남들 따라서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 곤란하죠.
너도나도 다 영어할 때, 나도 영어하면 바보 된다고 그래요. 남들 다 하는 거 나도 하면 뭐해요. 경쟁률만 높아지고 돋보일 리가 없잖아요. 남들 다 영어할 때 파푸아뉴기니어를 해라, 그럼 거기서도 요긴하게 쓰이고 여기서도 대접받는다. 이게 바로 실제로 말하는 틈새시장이고, 정말 자기가 자기 인생을 창조하는 거 아니겠느냐는 거죠.
구두를 닦아도 상위 10%에 들어가면 굶어죽지 않고 그는 이미 자기 인생을 창조했다는 말이 됩니다. 우리가 한번 봅시다. 일류대학 안 나온 사람 중에서 생활의 달인 봐요. 이 사람들 되게 4년차, 5년차예요. 표정 끝내주게 밝고 자신만만합니다. 물어보면 그것가지고 아파트사고 자동차사고 아이들 키웠다고 합니다. 늘 표정이 밝고 당당하고 행복해요. 자기가 인생의 주인이 된 겁니다.
열심히 4.5년 자기 분야를 즐기면서 일한 거예요. 수입을 보면 짭짤합니다. 10%에만 들어가면 짭짤합니다. 10년차는 다 어디 갔을까, 사장되었어. 생활의 달인 이런데 안 나가, 생활의 달인 오너가 되어 있는 거예요. 대기업을 가야만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거로 착각하는데, 그런 의식만 붙들고 있지 말고 다른 방식들이 많이 있으니 젊은이들은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젊은 나이 때, 꼭 그렇게 강박과 불안, 초조 속에서 경쟁을 해야 되느냐도 다함께 생각하고 고민해봐야겠지요.“
-나이가 드실수록 더 인기가 좋아지시는 비결이 있다면?
“10대와 맞짱을 뜰 때, 키배틀을 뜰 때, 인기를 느낍니다.^^ 누가 60먹은 놈에게 횽아라고 합니까, 그런데 저는 ‘형’소리 듣잖아요. 10~20대에게 횽아야, 횽아, 이건 뭐 자지러지는 인기 아닙니까, 또는 본좌나 지존이라고 해요. 제 갤러리에 와서 성지순례 왔습니다, 이러는 친구들도 많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평소보다 3배정도 더 열심히 일합니다. 어차피 소설은 평생의 업입니다. 권투선수라든가 축구선수들은 매트위에서 대자로 죽는 게 영광이다, 그라운드에서 뛰다가 공이랑 같이 죽는 게 영광이라고 하듯 소설가도 마찬가지예요. 글 쓰다가 코피 흘리고 코 박고 죽는 게 영광이죠. 이제는 자판에 엎어져 죽는 게 영광이에요 쓰다가 죽는 거 그게 사명이겠죠.“
“스스로 봄이 되세요, 사람을 사랑하세요”
-이제 3월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덕담 한마디 해주신다면?
“실제로 시간으로 따지면 태양이고 달이고 다 헌 거예요, 새 거가 없어요.^^ 자기가 새 거라고 인식해야 새 거죠, 따라서 자신을 먼저 새 것이라고 인식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세월이 왔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새 거라고 여기고 자기 스스로 새 것이 되려고 노력해야 해요.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새 봄이 오면 자신도 새것이 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죠. 스스로 봄이 되세요! 사람들이 돈을 사랑하는 거만큼 사람도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곧 계절상 봄이지요. 또한, 스스로 봄이 되세요! @오마이뉴스 이명화
이외수 선생님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보니 어느새 감성마을에 어둠이 찾아왔네요. 이외수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감성마을을 떠났습니다. 캄캄한 밤이었지만 두둥실 마음에는 커다란 달이 뜨는 기분이었습니다. 팍팍한 세상살이지만 팔팔하게 살아야겠지요. 마지막으로 이외수 선생님이 쓰신 시<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을 띄웁니다.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