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으므로 감사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신혜영
오늘은 눈이 시리도록 화창하고, 가을기분이 물씬 풍기는 날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 무엇을 해볼까 망설이다가 갈대숲이 우거진 삼천천 산책로를 찾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용흥 중학교 앞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말로만 듣던, 억새와 갈대가 무성하게 피어있었다. 사이사이에 이름 모를 꽃들이 섞여서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돼지감자 꽃이 군데군데 무더기로 피어있는 것을 보니, 뿌리에 주렁주렁 매달려있을 돼지감자가 떠올랐다. 돼지감자는 쓰임새가 많아 인기가 좋다. 말려서 차를 끓여 먹기도 하고, 장아찌를 담으면 아삭아삭 씹는 맛이 일품이며, 몸에도 유익하다 해서 해마다 장아찌를 담가 맛있게 먹는다.
다른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걷기도하고 뛰기도 하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야하니 남들에게 폐가 될까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걸어서 다닐 수 있었다면 분위기와 느낌도 훨씬 좋았을 텐데․․․․․․. 주변은 아름다운데 망상에 사로잡혀 잠시 나를 잊고 있었다. 말을 타면 종을 두고 싶다는 옛말이 있다. 걸을 수 없어도 오토바이를 타면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못갈 곳이 없지 않은가. 오토바이를 타보지 못한 사람은 이 맛을 모를 것이다. 다시 한 번 두 다리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오토바이가 새삼스럽게 감사했다. 온 몸이 장애가 되어 문밖에 한 번 나오지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나는 가진 게 많고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냇물에서 백로와 왜가리, 청둥오리들이 먹이 사냥을 하는지 자맥질을 하고 있다. 먹히는 물고기는 가엽지만 사냥하는 모습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한테 오리들이 참 예쁘다 고하니 그렇다고 하면서 밤에는 너구리도 나온다고 했다. 밤에 너구리를 볼 수 있다니 뜻밖이었다. 들에 사는 너구리는 한 번도 본 일이 없어 새롭기 그지없다. 짐승들이 모여든다는 것은 주변 환경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모든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것이 아닌가. 처음으로 삼천천에 나와 봤는데 듣던 말보다 훨씬 좋았다. 살아있으니 감사하고 가끔씩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더욱 열심히 살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2012․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