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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며 진지하게 얘기하는 남자를 기억하는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 중 하나로 손꼽히는 천호식품 산수유 광고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들으면 들을수록 머릿속에서 맴도는 카피로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지갑을 열었고 엄청난 매출로 이어졌다. 광고를 통해 시청자의 뇌리에 깊이 남은 주인공이 바로 천호식품 김영식 대표. 회의 시간에 나온 멘트를 그대로 광고에 가져다 쓴 아이디어도 주효했지만 그의 푸근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광고가 나간 후 여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몸살을 앓기도 했다. 더불어 그의 파란만장한 성공 스토리까지 알려지면서 최근 대학과 기업체 강사 1순위에 꼽히기도 했다.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막 서울 사무실에 도착한 김영식 대표를 어렵게 만났다. 에디터 배만석 포토그래퍼 이창주
내가 스타가! 진실된 마음을 본 거지
최근 부쩍 바빠졌다던데. 오늘도 부산에 갔다가 지금 막
도착했다. 내가 비행기를 몇 번이나 탔는지 알아? 어디 보자(비행기 티켓을 보여주며), 대한항공만 1770번 탔네. 이거 봐 정말이라니까.
아시아나항공도 200번 정도 탔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를 가장 많이 탄 사람일 거다.
그 정도면 항공사 입장에선 최우수 고객이겠다. 당연히
VIP지. 마일리지만 해도 136만 마일인데. 대우가 다르다. 그러고 보니 돈 벌어서 대한항공에 다 퍼준 것 같네(웃음).
CF 출연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제 알아보는 사람도 많겠다.
너무 알아보니까 골치가 다 아프다(웃음). 어딜 가든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산수유 회장
아이가.” “ TV에 나온 사람 아이가.” 그런다니까. 나같은 사람도 이런데 연예인들은 오죽하겠어. 처음엔 알아봐주니 기분이 좋았는데 점점
힘들어지더라고. 모자에 선글라스라도 끼고 싶다니까.
실제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진 않나 보다. (격한 경상도
사투리로) 내가 스타가! 하하. 그건 진짜 스타들이나 하는 거지. 난 그냥 기업인일 뿐이다.
광고를 기획하다가 갑자기 CF에 출연하게 됐다고. 상상을 많이
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게 돼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 회의하다 “산수유가 말이야.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라고 얘기했는데 다들 그게 좋다는 거야. 바로 이 방에서 카피를 만들고 이틀 있다가 촬영했다. 그냥 반응만 보려고
2000만원만 들여 싸게 찍었지. 근데 그게 대박이 났다.
제작비 줄이려고 직접 출연하진 않았을 텐데. 물론이지. 아마
일반 모델을 써서 광고를 만들었으면 이렇게 반응이 좋지 않았을 거다. 촌놈 같은 사람이 자기가 만든 제품을 알리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진실을 본 거지. 어색한 말투가 재미있기도 했을 테고.
모델로 촬영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 있는 그대로 찍었는데
어려울 게 뭐 있어. 연기한 게 아니었으니까. 처음 찍은 게 잘되니 2탄까지 찍게 됐다. 내년 1월부터 광고가 나갈 건데 기대해도 좋다(웃음).
1탄처럼 진실한 얘기를 할 거니까. 사람도 서로 진실된 얘기를 하면 금방 친해지잖아.
지금 광고 모델은 김창완이던데,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나.
그건 시청자들이 판단하겠지(웃음). 아무래도 김창완이 낫지 않겠나. 김창완은 스타고 난 장사꾼인데.
그러니 돈 주고 모델 쓰는 거 아니겠어.
광고를 통해 남자한테 산수유가 좋다고 했는데. 산수유가 신장과
전립선을 좋게 하거든. 방광염이나 요실금이 있는 사람들한테도 좋고, 소변을 본 뒤 잔뇨감이 남는 이들에게도 효과가 있다. 아침에 힘이 세진다는
사람도 있고(웃음). 그래서 내가 직접 말하기도 그렇다고 한 거다. 신장과 전립선이 건강해지면 스태미나도 좋아지거든.
천호식품에서 나오는 제품이 170종이나 된다던데 어떤 제품을 주로 마시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는 산수유, 술 마신 다음날은 헛개나무를 마신다. 혈압이 올라간다 싶으면
양파, 지구력이 필요한 등산을 할 때는 마늘, 피곤하다 싶을 땐 비타민 C를 마시지. 자동차에도 사무실에도 가득 쌓아놓고 그때그때 필요한 걸
골라 마신다. 꾸준히 마시는 건 간에 좋은 표고버섯이다.
건강음료를 꾸준히 마셔 병원에 갈 일이 별로 없겠다. 무슨
소리, 사람은 나이가들면 아플 수밖에 없다. 의사들 중에서도 아픈 사람이 있지 않나. 아직까지 병원에 간 적은 없지만 건강은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침저녁으로 몸무게를 재면서 관리는 하지. 자고 일어나면 1㎏ 정도 빠지는데 조금 적게 빠진 날은 아침을 거르고 운동한다. 그러니
지금도 배가 안 나왔지. 건강식품을 만든다는 사람이 자기 몸도 관리 안 해서 배가 불룩하게 나오면 누가 그걸 사겠어.
젊은 직장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건강식품이 있다면. 대개 건강식품은 노인네들만 마시는 걸로 생각하는데 젊은 사람들도 건강식품을 마셔야 한다. 몸은 건강할 때부터 관리해야 하는 법이거든. 차가 고장난 다음에 부속을 갈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남자들은 신혼여행 갈 때부터 산수유를 챙겨가는 게 좋다. 머리를 많이 쓰고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에게는 포도당을 추천한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힘들다
성공 스토리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패 스토리가 더 파란만장하더라.
1994년만 해도 내가 현금 보유율로 부산에서 100등 안에 들었다. 근데 1998년엔 빚이 많기로
부산에서 100등 안에 들었지. 돈 까먹는 건 한순간이다. 돈을 벌어서 엉뚱한 분야에 투자했으니 망할 수밖에. 건강식품 팔아서 번 돈으로 건설
사업, 황토방 체인 사업, 서바이벌 게임 체인 사업, 찜질방 체인 사업, 엄청나게 했다. 결국 무리하게 투자해서 다 망하게 된
거지.
잘될 거라 생각해서 투자한 것 아니었나. 처음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지. 뭐든 하면 잘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시작했는데 너무 욕심을 부렸다. 당시 30억을 갖고 있었는데 2년 만에 다 털어먹고 집, 공장 다
은행에 담보로 잡히고 사채까지 끌어 썼는데 결국 망해서 빚밖에 남은 게 없었다. 잘 데도 없어서 사무실에서 지새웠는데 9층 창문에 발을 몇
번이나 내밀었는지 몰라. 손만 놨으면 바로 떨어지는 거였다. 그때 문득 깨달은 게 있었다. 자살할 각오로 독하게 마음먹고 살자고. 자살은
자신한테 살인을 하는 거고 사회로부터 도피하는 거다. 1998년 1월부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했다. 힘들 땐 초심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그게
참 생각대로 안 된다.
처음 성공하는 것보다 실패한 다음 재기하는 게 더 힘들다던데.
초심으로 돌아가려면 머릿속에 가진 걸 버려야 하거든. 학교를 어디 나왔고 얼마나 부자였는지 하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변할 수 없다. 그때부터
새벽에 나가 강남역 2번 출구에서 전단지를 돌렸다. 천호식품을 만들고 처음 했던 것처럼. 그때 하루 밥값이 1000원이었다. 600원짜리 소시지
한 개와 소주 한 병. 돈이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지. 전단지를 다 돌리고 돌아가는데 삼겹살을 먹는 사람들이 보이더라. 어찌나 부럽던지.
6개월만 이를 악물고 참자고 다짐했다.
재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나 보다. 6개월만 이를 악물고
하면 분명 변한다. 대부분 6개월을 넘기지 못하니까 문제지. 물이 끓으려면 100℃가 돼야 하는데 99℃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난
6개월을 임계점이라고 하지. 정말 죽을 각오로 6개월을 하면 그 다음은 탄력받아 더 빨리 갈 수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전단지를 돌리고 나서
1월 매출이 1100만원이었다. 2월엔 1900만원, 3월엔 3300만원, 4월엔 9800만원, 5월엔 1억5000만원, 6월엔
2억5000만원, 이렇게 매출이 올랐고 7월엔 매출이 9억8000만원까지 나왔다. 결국 다시 시작한 지 1년 11개월 만에 빚 20억원을
갚았다. 6개월 동안 이를 악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다들 대단하다고 하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생각한 걸 행동으로 옮겨야 가능한 일이지. 난 그렇게 했다. 근데 생각만 하고 무덤까지 가는 사람도
있다. 해볼까 말까 생각만 하다가 한 달이 가고 1년이 가는 거야. 이제 2010년이 보름 정도 남았는데 목표가 없었다면 지금이라도 목표를
세우고 보름 동안 실천해야 한다. ‘내년 1월부터 해야지’ 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배경 화면을 보여주며) 내
목표가 뭔지 알아? 바로 여기 있다. ‘노벨상에 도전한다’가 바로 내 목표다. 이렇게 휴대폰에 적어놓고 매일 들여다봐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노벨상이 목표라니 예상 밖이다. 목표를 적으라면 꿈을 적는
사람들이 많다. ‘성공하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이런 건 그냥 막연한 꿈이다. 노벨상도 꿈 아니냐고? 이건 분명한 목표지.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목표로 삼는 건 노벨의학상이다. 병 때문에 자기 명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그런 사람들이 수술하지
않고 나을 수 있는 걸 만들면 노벨의학상을 받을 수 있지 않겠어.
천호식품은 재구매율이 87%나 된다던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아마 정직하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얼렁뚱땅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겠나.
농사 짓는 사람들, 건강식품 파는 사람들, 심지어 해외 바이어까지 우리 공장에 견학을 오는데 와서 보고 다들 깜짝 놀란다. 제조 시스템이 정말
위생적으로 깔끔하게 돼 있거든. 게다가 가격도 싸니 재구매를 할 수밖에.
건강식품이라고 하면 불신의 눈으로 보는 이들이 많을 텐데.
그것 때문에 내가 정말 속상해 죽을 지경이다. 어디 가보면 노인들 모아놓고 50만원, 100만원짜리
건강식품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말이 되나. 우리 회사에도 다단계 업체에서 제안을 한 적 있었는데 딱 잘라 거절했다.
해외에도 진출했는데 반응은 어떤가. 지금 미국, 일본, 중국
등 9개국에서 팔고 있는데 반응은 제법 괜찮은 편이다. 한국에 있는 천호식품에서 만든 건강식품이 좋다는 걸 다들 알더라고. 지금까지는 내가
부자가 되려고 사업했는데 이제 직원들을 부자로 만들 거다. 얼마 전 생산부에서 일하는 한 아주머니가 집을 샀다고 해서 직원들이랑 같이 갔는데 내
마음이 다 뿌듯하더라고. 바로 이 맛에 사업하는 것 같다.
천호식품의 계획에 따라 직원들의 미래도 달라질 텐데. 양산에 있는 공장이 3000평 정도 되는데 해외 매출이 올라가면 2~3년 후에 포화 상태가 될 거다. 그렇게 되면 새로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이번엔 3만 평 정도로 부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제 나더러 쉬라는 사람도 있는데 직원들 부자 만들 때까지 계속 해야지. 가끔 와서 잔소리하는 재미도 있고 좋잖아(웃음).
직원들을 부자로 만들어야 성공한 CEO
지금까지의 이력 중에 특이한 게
하나 있었다. 국제장애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던데.
1995년에 장애인 60명을 데리고 백두산에 간 적 있었는데 그게 인연이 돼 활동하게 됐다.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깝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데 그걸 모르고 말이야. 따지자면 안경 낀 사람도 장애인이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편안한 이미지인데 실제로는 어떤가. 그건
똑같아. 편안해 보이니까 광고도 히트 치지 않았겠어(웃음). 내가 못되게 보이는 사람이었으면 광고가 그렇게 인기를 끌진 못했겠지. 내가
여자들한테도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원래 여자들을 잘 챙기는 편이거든(웃음).
직원들에게도 자상한 CEO일 것 같다. 그런 건 직원들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함께 자리한 홍보팀 직원들을 향해) 너희들이 얘기해 봐. 내가 자상한 편 아이가(웃음). 근데 직원들이 자상한
CEO를 더 무섭게 생각하더라. 엄한 CEO는 겉으로만 큰소리를 치는 법이지만 자상한 사람이 한 번 따끔하게 질책하면 더
무섭지.
들어보니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른 것 같은데. 직원들이
즐겁게 일해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 근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공장에 가면 ‘우리 제품은 나의 정직과 혼이 들어가서 만들어진다’고 써
있다. 직원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부모님께 드린다고 생각하며 만드니까 좋은 제품이 나오는 거다. 얼마전 직원들이 우리사주조합을 만들어
투자했는데 그걸 100배로 갚아줘야지. 그렇게 되면 아마 발가벗고 춤이라도 출걸(웃음). 500만원이 5억이 되는 건데 얼마나
좋겠어.
지난해부터 출산 장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던데. 우리나라가
저출산이 심각 하잖아. 원래 나이가 들면 나라와 조국을 걱정하게 마련이다. 다들 그렇지 않나(웃음). 어쨌든 그런 이유로 시작하게 됐다. 2년
전에 낸 자서전 <10미터만 더 뛰어봐>를 팔아서 받는 인세와 외부에 강의를 해주고 받는 강사료 등을 합해 5억원을 마련했다. 내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뚝심이 있어야 부자가 된다’를 통해 셋째아이 낳을 사람들 신청을 받았는데 벌써 4000명이 넘었고 출산장려금을 받은
사람이 135명이다.
자서전에서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10m라고 얘기했는데, 어떤
의미였나. 100m밖에 못 뛰는 사람한테 200m를 뛰라고 하면 절대 못 뛴다. 근데 10m만 더
뛰라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실제로 더 뛸 수도 있고. 10m를 뛰면 10m를 더 뛰라고 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200m까지도 갈 수 있다. 10m를 더 뛰느냐 안 뛰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게 되는 거지.
직원들에게 ‘난 성공한 CEO가 아니다’라고 말한 적 있다던데. 난 부자가 됐지만 아직까지 직원들을 부자로 못 만들었으니 성공한 CEO라 할 수 없지. 500만원을 5억원으로 만들어주고 직원들한테 술 한 잔 얻어먹을 수 있어야 성공한 거 아이가(웃음). M
천호식품 대표 김영식
1951년 경남 고성 출생. 제대 후 스물네 살에 일일 학습지 지국을 운영하며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신발 깔창과 금연 파이프를 만들어 팔며 경험을 쌓다 1984년 천호식품을 설립했다. 1989년 식용달팽이농장을 운영, 분양사업을 시작하면서 건강식품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1년 ‘달팽이 엑기스’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뒀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IMF로 인해 1997년 최대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재기에 성공했고 ‘강화사자발쑥’ ‘산수유환’ ‘성장환’ ‘다시마환’ ‘석류액’ ‘구운마늘환’ ‘통마늘진액’ 등 히트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천호식품을 명실상부한 건강식품 대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뚝심이 있어야 부자가 된다(cafe.daum.net/kys1005)’를 통해 부자가 되고픈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으며, 희망의 스위치 프로젝트와 출산 장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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