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 5월 22일
리조트에서 아침을 먹고 보조 좌석까지 펼쳐야 모두 앉을 수 있는 미니버스에 올랐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동서로 남쪽 해변을 따라 돈다.
거북 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작은 거북은 바다로 뛰어들려 한다.
아 ! 바다!
바위 뒤편으로 가서 바다를 가까이 만나 본다.
바닥에 바다 우물이 있네~.
입담 좋은 기사님이 가이드도 하신다.
울릉도에 관한 설명과 농담을 들으며 어느새 북서쪽 태하항 모노레일 타는 곳 까지 왔다.
두 대가 붙어 다니는 모노레일 객차를 타니 소나무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아름답다.
숲길을 조금 걸어 무심재님 따라 간 곳,
아아, 환상적인 풍광.
한 바퀴 돌면서 어느 곳을 봐도 너무 멋지다.
울릉도 향나무가 사는 기암절벽, 그 밑의 황홀한 에메랄드빛 바다, 그림 같은 해안선,
나물 심으려 다듬어 놓은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낸 경사진 땅, 우거진 동백나무....
태하 등대에 들리고 우린 다시 무심재님이 슬쩍 가르쳐준 길을 따라 내려온다.
발밑은 푹신 푹신 카펫을 깔았다.
바다가 보이는 곳엔 계단과 다리가 만들어져 태하 황토굴 앞까지 올 수 있었다.
바다는 잔잔하다.
파도가 아니고 바다 주름이 진다.
해남의 물질 모습도 보이고 미역 따는 아낙도 보인다.
가슴이 확 트인다.
차에 올라 현포를 거쳐 북쪽 해안을 따라 간다.
바닷물을 한 없이 들이키고 있는 코끼리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 찍고
송곳봉, 노인봉을 마음에 품어 본다.
울릉 천국으로 갔다.
그냥 아늑한 곳이었다. 이장희씨를 만나 기념 촬영도 했다.
구멍이 4개라는 절벽 밑 만발한 아카시아 꽃 뒷짐을 진 성불사 앞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
이제 북쪽 해안 천부에서 나리 분지로 간다.
울릉도엔 신호에 따라 외길을 상 하행 같이 사용 하는 곳이 여러 곳 있다.
기사님, 가파른 구불길을 잘도 가신다.
명이나물은 씨 받으려 꽃을 피우고 있고 부지갱이 나물은 어디에도 한창이다. 더덕 밭도 있다.
가파른 곳에서 나물 뜯다 사고가 자주 난단다.
너무 경사진 곳은 레일을 이용해 농사짓고 생필품도 나른단다.
헉헉 거리고 올라온 곳에 갑자기 울릉도 유일의 평지 나리 분지가 얼굴을 드민다.
화산 폭발 분화구가 다시 주저앉아 생긴 것인데(칼데라 화구) 백두산 천지는 물이 고인 곳이고
이곳은 물이 모두 스며들어 맨 땅이 들어 난 곳이란다.
초록 산에 둘러싸인 한 눈에 들어오는 평지.
아 평온하다.
너와집도 있고 투막집도 보인다. 호호, 점심 먹을 집도 보이네.
기분 좋게 살랑거리는 바람 부는 나무그늘 아래 식탁에서 산채비빔밥에 씨껍데기막걸리를 맛봤다.
세상에 무엇 부러운 게 있으랴.
이제 나리 분지 숲길 트레킹!
손에 손잡고 걸어도 좋을 넓은 산책로가 나온다.
초록의 향연 속에 몸을 맡긴다.
성인봉 오르는 길 중간에서 아쉽지만 우린 되돌아 왔다.
쉼터에서 발이 저리도록 찬 물에 발 담그고 재미있어 한다. 찬물이라도 발이 개운해 졌다.
오는 길에 백리향 자생지에 대한 설명도 듣고 투막집도 둘러보았다.
관광객이 잘 오지 않는 다는 북쪽 해안 길로 다시 들어선다.
홀로 있는 딴바위 지나 세 선녀가 내려와 노느라고 하늘에 못 올라가고 바위가 되었다는,
두개로 보였다 세 개로 보였다하는 삼선암이 나타났다.
막내가 놀자고 졸라 바위가 된거라 막내 바위엔 풀한 포기 자라지 않는단다.
검푸른 빛깔로 일렁이는 깊은 바다는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그 속에 에메랄드빛이 섞여 있다니.
북쪽 해안 도로 끝 마을 섬목으로 간다.
섬목 깎아지른 암벽위엔 갈매기가 떼 지어 사나보다.
관음도가 바로 앞이다.
바다에서 본 관음도
이제 내수전 옛길 트레킹만 남았다.
다시 차를 돌려 내수전으로 향하는 길목에 죽도가 환히 들여다보이는 곳에 발걸음을 멈췄다.
죽도 가는 배가 고장 났는데 수리하러 가서 내일도 못 온단다.
죽도에서 더덕 쥬스 먹어 보라는데.....ㅠㅠ
내수전 트레킹 할 곳에 내려 준다.
트레킹 시간 2시간이란다. 배터리 방전 직전 상태.
그런데 숲길에 접어들자 기운이 난다.
비누 향을 풍기며 방금 세수하고 나온 풋풋한 소녀의 얼굴을 한 나뭇잎들.
풍성한 연 초록의 합창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만족감을 안겨 준다.
정말 여기 행복이 있구나.
초록의 소리를 즐기려 제일 마지막에 서서 걷던 난 갑자기 발밑에 뭉클한 것을 느꼈다.
동시에 찌익~ 찌익~. “으악~ ”나도 모르게 소리 질러진다. 살아 있는 쥐가 발밑에 있다니!!
도대체 일행 중 제일 마지막에 좇아가던 내 발밑에 들어간 넌 뭐니?
그런데 어쩌니. 네가 중상일 텐데 놀라 달아나 버렸으니.
트레킹 거의 끝 무렵 쉼터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평상에 누워 초록하늘을 바라보니
세상 근심이 어디 자리할 데가 있겠는가?
마지막 힘을 다해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도 갔다 왔다.
차는 우리가 내린 반대편으로 돌아와 있었다.
저녁 먹으러 저동항으로 간다.
온갖 방파제용 시멘트와 함께 서있어 불쌍해 보이는 촛대 바위도 만났다.
모시개식당에서( 저동을 모시개라고도 부른단다) 따개비 칼국수를 먹고 칸 모텔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가 길다
< 3일> 5월 23일
새벽 산책길에 나섰다가 공사 중, 길이 막혀 다시 돌아와 아침 식사.
예정했던 죽도행이 해안 관광 유람선으로 대체되었다.
어제와 달리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었네.
갑판 위 자리에 잽싸게 중무장 하고 앉아 울릉도 얼굴들을 둘러본다.
거칠고 가파른 해안 암벽과 가파르지만 부드러운 초록 산이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해가 없어 바다는 더욱 검푸른 심연이다.
갈매기가 따라 붙으며 유람선 탄 기분을 내 주고.
점심 전 행남 등대 쪽 해안으로 다시 갔다.
좀 더 가고 싶은 사람은 더 가고 쉬고 싶은 사람은 찰랑이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쉬었다.
무심재님이 따 주신 미역도 먹어보고.
어제 먹었던 따개비도 따 볼 수 있었다.
바다를 만질 수 있는 곳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횡재다.
점심 식사 후 독도 박물관에 들리고 망향봉 전망대 케이블카를 탔다.
5시 30분 배를 타고 묵호항에 되돌아 옴.
출발 시간도 늦어지고 배 운행시간도 늦어졌다.
많은 여성 동지들 때문에 맘 급해지신 무심재님 특명으로 우린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배에서의 우선 탈출에 성공.
정말 대단들 하십니다.
10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막국수를 먹이려고 기다려 주신 아주머님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조용하고 말 잘 듣던 동반자 여러분도 감사합니다
즐겁고 아름다운 여행이었습니다.
똑딱이의 어설픈 사진 보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첫댓글 너무 가보고 싶은 울릉도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