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요에 차세대 별 뜨다 [음반평] 남자경기명창 희문/야국 고주랑 명창, 신나라
▲ "남자경기명창 희문/세파에 시달린 몸 만사에 뜻이 없어 고주랑 명창" 시디 표지 ?신나라
경기민요(京畿民謠)는 서울 ·경기 지방에 전승되어 오는 민요을 말하는데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로 지정되었다. 장단은 주로 굿거리 ·자진타령 ·세마치장단 등이 쓰이며, 무가(巫歌)류의 노랫가락·창부타령. 속요류의 아리랑·이별가·도라지타령·태평가·닐리리야·군밤타령, 선소리[立唱]류의 양산도·방아타령·한강수타령·경복궁타령 등이 있다. 서도나 남도 민요에 견주어 맑고 깨끗하며, 경쾌하고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이 경기민요는 여성 소리꾼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기 드문 남성 소리꾼 이희문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바로 그 이희문이 “남자경기명창 희문”이라는 음반을 신나라(회장 김기순)에서 냈는데 어머니 고주랑 명창의 30년 전 녹음한 음반 “세파에 시달린 몸 만사에 뜻이 없어”를 같이 발매했다. 하지만, 이희문의 등장은 사실 갑작스러운 것이기보다는 희문에게 존재하는 두 사람의 어머니 내공이 낳은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 희문에게 낳아주고 대선배가 되어준 친어머니 무형문화재 제57호 이수자 야국(野菊) 고주랑 명창과 희문이 경기소리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도록 적극적으로 이끌어준 소리 어머니 무형문화재 제57호 예능보유자 이춘희 선생이 그들이다. 음반에서 희문의 소리가 울린다. 희문의 목소리에서는 무슨 애절한 사연이 응축되었는지 절절한 회한의 소리 곧 애원성(哀寃聲)이 보인다. 또 남자 소리꾼 특유의 젊고 패기 넘치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순간 앳되고 연약하며 묘한 서정성이 함께 하는 아름다움이 들린다. 그의 이런 목소리는 경기민요 특유의 흥겨움과 맑음 그리고 애절함을 잘 드러낸다는 평을 듣는다.
▲ 음반을 녹음한 고주랑 명창(왼쪽)과 남자경기명창 이희문 ?신나라
같이 들어 있는 어머니 고주랑 명창의 음반은 30여 년 전 녹음한 것을 복원해서 발매하는 것이다. 고주랑 명창은 이창배, 정득만, 묵계월 선생에게서 공부했다.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원 최종민 교수는 이 음반에 대해 “고주랑이 오래전 녹음한 음악들이지만 지금 들으면 훨씬 새로운 맛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 민요도 연도에 따라 반주형태나 녹음방식이 달라서 1970년대 후반의 녹음과 1980년대 초반의 녹음을 들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아 많은 사람이 들어보기를 권한다.”라고 추천한다. 예전 남성 소리꾼이 드문 요즈음 희문과 같은 남성 소리꾼의 등장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지금 젊은이들이 우리 음악을 홀대하고 관심을 두지 않을 때 희문은 경기소리에 대해 우리가 정성스럽게 보존해야 할 귀중한 재산임을 굳게 믿고 있다. 그가 혜성이 아니라 붙박이 행성이 되도록 모두가 나서야 할 일이 아닐까? 경기소리를 일부 사람들은 마치 기생소리 대하듯 한다. 하지만,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전승해온 무형문화재임이 분명한 경기소리를 기생소리라고 말하는 것이 스스로 우리 문화를 깎아내리는 부끄러운 행위는 아닌지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경기소리를 좋아하는 일이야말로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의 발전을 이끄는 일이 될 것이다. 해가 저무는 양력 설밑을 맞아 희문과 고주랑 명창의 음반을 사서 듣는 일이야말로 작지만 우리 문화를 살리는 소중한 일이 될 것이다. 송년회를 그저 술과 음식만으로 맞을 일이 아니라 경기민요를 들으며 의미를 새기는 날로 만들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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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김영조
첫댓글 멋지십니다 두 어머님께 큰 힘이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