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premier Pas - Paul Mauriat
주인공은 대략 30대 초반의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젊은 여성이고, 그녀의 남편은 방송국의 메인 앵커로, 뛰어난 외모와 정확한 언어구사로 뭇사람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는 유능한 젊은 남성이다. 둘은 소개로 만났고, 결혼생활은 대략 5년 쯤 된 것 같고, 아이는 없다.
어느 날 주인공은 아기부처의 꿈을 꾼다. 동남아시아 어디쯤, 아름답기로 소문난 아기 불상을 보러 간다. 아기부처는 동굴 속에 진흙으로 빚어져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방문객 자신의 손으로 주물러서 만들어진 얼굴을 보고 오는 것이라고 한다. 캄캄한 동굴 속 흔들리는 촛불 아래 한 얼굴이 진흙 바닥에 어렴풋이 드러났을 때, 그것은 눈꼬리가 위로 찢어진데다 음흉하게 입꼬리를 들어올린 얼굴이었다. 주인공은 진흙으로 다시 얼굴을 주무르기 시작했지만 빚으면 빚을수록 눈초리는 더 날카로워졌다. 그러다가 여자는 꿈에서 깬다
3년 전부터 여자는 남편과 잠자리를 거의 하지 않았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여느 부부처럼 이들 부부도 신혼 때부터 종종 다투었고, 그러다가 여자는 무척이나 남편에게 냉담해졌다.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남편은 얼굴과 목의 앞부분, 양 손을 제외한 전신화상을 입은 사람이었다. 여자는 얼굴도 직업도 평범한 여자였고, 남편은 뛰어난 외모에 화려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여자가 결혼을 결심한 것은 남자가 헤아릴 수 없는 용기와 두려움의 눈빛을 한 채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었을 때였다. 여자는 흉터와 용기를 함께 받아들이기로 했다. 흉터를 드러내 보여준 것이 자신에 대한 신뢰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는 완벽주의자였고 독단적인 성격이었다. 여느 앵커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실수도 그는 용납하지 않았다. 단어 하나를 씹으면 집에 와서 몇 번이나 되뇌는 성격이었다. 여하튼 여자가 냉담해진 것은 남편의 이런 성격에 따른 다툼이 계기가 되었고, 이 계기는 몸의 흉터를 다시 일깨웠다. 여자는 남자의 몸이 닿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 즈음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 그 여자는 음대 대학원을 갓 졸업한 그가 일하는 방송국의 교향악단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명문대학 경제학 교수이고 어머니는 정신과 의사, 남동생은 의대생이라고 한다. 그녀는 목소리도 외모도 아름다웠다. 주인공은 남편과 정리할 준비를 한다.
주인공 여자의 어머니는 이태 전 의식을 잃었고, 지금은 회복 중에 있다. 어머니가 의식을 회복하고 자식들에게 처음으로 던진 말은 “후회가 된다..... 다 후회가 돼”라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이제 3천 장씩 불화를 베끼는 것으로 소일을 하고 있다. 어머니와 딸은 산책을 하게 되고, 어머니는 다음과 같은 말을 딸에게 한다. “살다보면 너한테도 언젠가 그런 날이 있을 거다..... 수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후회되는 날이. 그날이 빨리 오면 좋은 거고, 너무 늦게 오면 후회해도 늦은 거고. ..... 하지만 그걸 말로 남한테 설명할 수가 있나. 자식한테라고 설명할 수 있겠나. 자기가 느끼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걸. 너희 외할머니가 눈감으시기 전에 나더러 ‘돌아보기가 부끄럽다, 부끄러워 어떻게 가나’ 하시던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으니.”
어느 날 남편은 하룻밤을 밖에서 보내고 자정을 넘어서 집에 들어온다. 술에 취해 그의 혀는 형편없이 꼬부라져 있고, 토한 술 같은 역한 냄새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남자는 혀 꼬부라진 소리로 벽에 부딪치며 욕을 해댔다. “씨팔 더러운 더러운.....” “여자들이란..... 씨팔, 인간들이란 다 똑같아” (그 여자가)“당신을 존경한대” “우스워..... 우스워 못 살겠어. 씨팔, 당신한테 자기가 큰 잘못을 했다는군!”
부축하려다 남편과 함께 욕실에서 나동그라지면서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깨닫는다. “아프지 않은 손등으로 젖은 뺨을 문질러 닦으면서 나는 흥분하지 않았다. 그 눈물이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내가 전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그의 반의 반만큼도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여자는 다시 한번 아기부처의 꿈을 꾼다. 그러나 어두운 동굴 속에 아기부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이 깨었을 때 그녀의 머리맡에는 남편이 검푸른 피멍을 한 채 잠들어 있었다.
봄이 왔고 연푸른 솔잎을 보며 여자는 문득 다음과 같은 말을 떠올린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