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초중고리그 데뷔 유상철 감독, "선수들과 경기 즐기고 싶어"

[양승미]

초중고리그 데뷔 유

상철 감독, "선수들과 경기 즐기고 싶어"

[ 2010-03-05 ]

인터뷰 중인 유상철 ⓒ이상헌

삼 월이다. 어제는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듯 눈이 내렸다. 세상은 순간 하얗게 변했다. 아름다웠다. 사람 사는 마을도 늘 이렇데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 월이 시작되면서 전국의 축구 꿈나무들은 가슴이 부풀어 있다. 2010 초중고리그 개막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3월부터 10월말까지 긴 겨울동안 혹독한 칼바람을 맞으며 훈련한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싶은 축구 꿈나무의 무대가 주말마다 전국에서 열리게 된다. 공부하는 축구 선수 육성과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시작한 전국 초중고리그가 지난해 큰 시행착오 없이 진행되었다. 2010년은 지난해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여 지역마다 준비된 초중고리그를 진행하게 되었다.

기자는 지난해 축구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고등학교 팀의 창단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춘천기계공고 유상철 감독을 만났다. 춘천기계공고 축구부를 이끌고 '2010 대교눈높이 고등부 강원리그'에 참여하는 유상철 감독은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02 한일 월드컵에 참가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게다가 현역에서 은퇴한 후에는 유소년 축구 교실을 열어 슛돌이 감독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용의 대부분을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에 대하여 역설했다. 어린시철의 작은 습관 하나가 그 선수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지론이었다.

춘천기계공고 유상철 감독 인터뷰 내용이다.

- 드디어 2010 고등부 강원리그가 이번 주말에 시작됩니다. 동시에 학원축구의 지도자로서 공식적으로 데뷔하는 데뷔전이기도 합니다. 각오가 있으실 텐데요?

가장 먼저 부담이 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에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하지만 학원축구는 선수를 육성하고 지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니 부담 없이 선수들과 게임을 즐기고 싶습니다. 우리 선수들과 축구를 즐기면서 같이 연구하고 배워나갈 각오입니다.

- 팀을 창단한 것이 지난해 10월입니다. 현재 춘천기계공고의 선수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요?

2학년 선수와 1학년 신입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원은 32명이고요.

- 현재 강원도 학원 축구는 이상한 기류에 빠진 부분도 있습니다. 2년 전 팀을 창단하면서 전국대회에 처음 참가하여 우승을 한 강릉문성고의 영향으로 창단하면서 바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치입니다. 게다가 문성고는 창단 후 2년 연속 전국대회에 나가 우승을 했습니다. 감독님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지는 않을 텐데요?

솔직히 저는 진정한 축구 선수를 지도하고 싶습니다. 성적을 위한 축구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저는 시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팀을 창단하면서 성적에 대한 확실한 선을 긋고자 선수 선발도 고학년은 뽑지 않았습니다. 교장선생님께도 그 부분은 확실하게 의사표시를 하고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제 시작하는 팀인데, 전국의 수 많은 명문 팀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닐까요? 기다려주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강원도에 둥지를 마련한 지가 이제 4개월이 지났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강원도 학원 축구에 대한 정보와 분석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요?

사실 많은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팀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고요. 작년 10월에 팀을 창단하고 12월에 동계훈련을 다녀왔고, 설 휴가를 보내고 나니 지금이 되었습니다. 시간도 없었지만 솔직히 정보를 얻을 통로가 없습니다. 제가 강원도 출신이 아니어서인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조금은 낯설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조금은 낯설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다만 저는 춘천지역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강원도 전체의 축구 시스템에 관해서는 기존의 시스템에 따라가야겠지요. 그러나 한가지의 문제점은 깊이 있게 생각해보았습니다. 현재 춘천에는 두 개의 고등학교 팀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는 후평중 한 팀이고, 초등부 역시 한 팀입니다. 그리고 박종환 감독님의 축구교실을 통하여 유소년 축구교실이 열려 있습니다.

이 점을 생각하다보면 고등학교 감독으로서 선수확보에 대한 어려움입니다. 결국 외지에서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야 한다는 결론인데요, 저는 춘천에서 좋은 선수를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좋은 선수를 발굴하는 게 저한테 주어진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하거든요. 춘천기계공고 축구팀에 모든 선수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온 선수들로 짜여있는 현실은 합리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춘천 출신의 선수 발굴을 위하여 유소년 축구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춘천에도 진정한 축구 열기가 뜨거워 질 것입니다.

- 유상철 감독은 국가대표 팀에서 멀티플레이어로 오랜 동안 활약했고, FIFA 센츄리클럽에도 가입된, 다시 말하면 검증된 축구 선수 출신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고등학교 감독입니다. 고등학교 선수들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축구를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고등학교 선수들을 지금 몇 개월째 지도를 하면서 정말 안타까운 것이 선수들의 기본기입니다. 고등학생 선수들이라면 이미 기본기는 익숙해져서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패스의 강약은 물론이고 정확도마저 심각할 정도로 떨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지금 우리 선수들도 대부분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선수들인데도 떨어집니다.

축구 선수로 성공하는 데 가장 우선하는 게 기본기이고, 다음은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정이 없는 선수는 운동장에서 움직임이 능동적이지 못하게 됩니다. 열정이 없는 선수는 절대로 발전할 수 없습니다. 많은 축구선수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하지만 어떤 선수는 국가대표가 되고 프로선수가 되는데 어떤 선수는 낙오가 됩니다. 그 차이는 바로 열정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는 페어플레이를 하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페어플레이 정신이 없으면 그 선수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 축구선수로서 많은 영광을 누렸고, 이제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임에도 유소년 축구교실과 학원축구에 관심을 갖고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유상철만의 축구지도자로서의 철학이 있을 텐데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너무 거창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우연히 축구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언제부턴가 그냥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서 유소년 축구교실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맑은 생각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커가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정말 축구 선수가 되어야 한다면 정말 잘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의 작은 습관 하나가 그 선수의 미래를 좌우하게 되니까요. 지금 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이 아주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고치지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애타게 가르쳐도 그 습관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유소년 축구에서부터 잘못된 습관이 된 것이지요. 그래서 유소년 축구교실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요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좋은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축구 지도자로 생활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축구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 이제 고등학교 감독이 되었으니 제자들의 대학 진학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야겠는데요, 원칙과 대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도 그 문제로 모든 고등학교 지도자들이 힘들어할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은 3학년 학생이 없으니까 깊이 있게 고민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원칙은 있습니다. 대학 팀에 가서 선수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본인입니다. 지도자에게 의존하여 자기의 삶을 이어가는 맹목적인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이면 그런 정도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고등학생 선수일 때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선수가 되어야 대학에 갈 수 있고, 프로 팀에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축구선수로서만이 아닌 축구를 통하여 할 수 있는 직업이 많으므로 고등학생 선수들이 자신의 길을 미리 생각하고 진로를 잘 정해서 노력해주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대학 팀에 간다는 생각만 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봅니다. 고등학생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대학 진학에 대한 결정을 하면 축구를 통하여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3월 6일 초중고리그 개막전이면서 감독으로서의 데뷔전인데, 상대가 전통의 강호인 강릉농공고입니다. 상대에 대한 전력은 분석하고 계신지요?

(웃음)없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정말 없었고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승부를 가려야 하는 스포츠이니까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경기에 임할 각오입니다.

-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겠습니다. 건승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인터뷰=초중고리그 명예기자 이종득(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