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NR900
온쿄의 TX-NR900 AV리시버는 기존 TX-DS898의 뒤를 잇는
신제품으로 7채널에 6Ω 기준 145W의 강력한 출력과 THX
셀렉트 인증 사양을 갖춘 고급 제품이다. 지원
서라운드 포맷은 THX 서라운드 EX, DTS-ES, Neo : 6, 돌비
프로로직 II, DTS 96/24를 망라한다. 이로써 플래그십
모델인 TX-DS989를 제외하고는 온쿄의 AV리시버 라인업이
좀더 기억하기 쉬운 모델 번호와 함께 최신 기능과
성능으로 재정비되었다.
최근에는 중저가 제품의 급속한 성능 향상으로 중고급
기종에서는 관심을 끌 만한 제품이 드문 편이었다.
그러나 온쿄에서 의욕적으로 개발한 TX-NR900으로 이런
아쉬움은 일거에 사라진 느낌이 든다. 이 제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랜케이블을 경유하여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넷 튠기능과 콤포지트 및 S 비디오 신호를
컴포넌트 신호로 변환하는 트랜스코더 기능을 탑재한
것이다.
NETWORK 단자로 Net-Tune을
위한 LAN 접속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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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튠은 기존 컴퓨터를 통한 통신 서버 접속도
가능하지만 직접 랜과 연결도 되며, 디코딩 가능한
포맷은 MP3, WMA, WAV를 망라한다. ‘넷 오디오’ 선택
스위치를 누르는 것만으로 작동이 가능하며, 내장된
프로로직 II나 Neo : 6를 작동시켜서 2채널 음악
파일에서도 서라운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를
통해 온쿄에서는 그들의 AV리시버가 향후 가전 시장의
화두가 될 홈 디지털 네트워크 시스템의 일원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랜스코더 기능은 이전에는 고급 분리형
제품에서 주로 지원되었던 것으로, 디스플레이와
리시버의 비디오 신호 연결을 컴포넌트 케이블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멀티 룸 출력 단자를 별도로 마련하는 다른 제품과
달리 서라운드 백 채널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전용으로 사용하도록 통합시켜 놓은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내부 구성도 과연 고급 모델다운 기술이 투입되어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미 본지 11월호에
소개되었지만, 다시 한 번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프런트 3채널의 D/A변환부에 VCLS(Vector Linear
Shaping Circuitry)라는 신개발 회로로 투입했다.
이는 변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펄스
노이즈를 필터링하는 소극적인 방식 대신에 아예 벡터
제너레이터를 사용해서 순수한 신호만을 재생해
낸다는 획기적인 사고방식을 구현한 것이다. SACD, DVD-오디오의
광대역 신호에 대응하는 와이드레인지 앰프
테크놀로지(WART)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내장 DSP는
후지쯔의 32비트 타입이며, D/A컨버터는 192kHz/24비트에
대응한다. 내부 사진을 보면 방열판을 교묘하게
활용해서 증폭부를 입력부와 전원부에서 격리해
실드로 사용하는 등 역시 AV리시버 분야에는 일가견
있는 메이커라는 생각이 든다.
TX-NR900에서 인증을 받은 THX 셀렉트 규격은 THX
울트라보다 출력등에서는 약간 양보한 것이지만
여전히 영화 사운드 트랙 재생에 사용되는 THX 고유의
네 개 기술(리이퀼라이제이션, 서라운드 디코릴레이션,
팀버 매칭, 서브우퍼 크로스오버)을 포함한다. 따라서
AV리시버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성능은 물론이고,
가정에서의 영화 감상에 적합하도록 튜닝되었음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전면 디자인은 동일한 크기의 입력 선택 버튼을
일렬로 깔끔하게 배열함으로써 세련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THX 인증 마크나, 온쿄의 고급
브랜드인 인테그라 마크는 구입한 사람들에게 상당한
만족감을 줄 것 같다. 후면 단자의 배열도 어떤
제품보다도 깔끔하고 통일성 있게 처리되어 있다.
다만 온쿄의 다른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스피커 단자에
바나나 플러그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
전원 케이블은 고급 모델답게 교체 가능한 부착형으로
되어 있다.
시청 기기에는 DVD플레이어로 데논의 DVD-3800, 그리고
트라이앵글의 Celius와 Sextan, B&W LM-1로 5.0 스피커
시스템을 사용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제품의
음질은 가히 동급 최고이며, 부분적으로는 각 제조
업체들의 플래그십 모델 수준에 육박하는 놀라운
것이다. 아직 해외에서도 본격적인 리뷰가 실리지
않은 최신 제품인 관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청
했지만 그 실력 만큼은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다.
탁월한 좌우 음원 이동
특히 앞서 언급한 VLSC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고음역대의 디테일과 뉘앙스 재현이 획기적일 정도로
크게 향상되었다. ‘에너미 라인스’ 사운드 트랙에서
배경 음악을 들어보면 압축 코딩한 DVD가 아니라 흡사
고급 CD 플레이어와 하이파이 앰프에서 듣는 것처럼
선명하고 깨끗하게 들린다. 필자가 이것이 VLSC의
공로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회로가 채택된
프런트 3채널에서의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그려지는
이동감이 다른 AV 리시버에서 느껴보지 못했을 만큼
짜릿하고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전에 부족했던
2채널 음악 소스의 재생에서는 모든 면에서 일약
최고로 떠올랐다.
시네마 사운드에서는 전후의 이동감도 양호하지만,
좌우에서의 음원 이동은 다른 AV 리시버에서는 접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심지어 ‘글래디에이터’의
숲 속 전투 장면에서 날아가는 불화살의 자릿수가
달라진 것처럼 들린다. 또 배우들의 목소리가 훨씬
젊게 들리며, 꼭 아나운서가 말하는 것처럼 정확한
발음과 억양으로 들린다. ‘와호장룡’의 격투
장면에서 무기의 충돌 시 금속의 느낌이 정말 제대로
재생되는 느낌이다.
이전에는 흡사 수건으로 감아 놓은 듯한 둔탁함을
들려주거나, 피크에서 소리가 찌그러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제품은 아주 깨끗하면서도 사실적인
효과음향을 들려주어 음량을 크게 올려도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저음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으며
여유로움에서만은 상급 모델이 게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이 부분이 선택 시 한 가지 변수가
될지 모르겠지만 통제력이나 탄력에서는 전혀
부족하지 않으므로 적절한 서브우퍼와 매칭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제품을 듣다보면 온쿄에서 자랑하는 것처럼 이제는
AV리시버의 평가 기준을 한 단계 올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로 등장하는 타사의 제품들은 싫든
좋든 시장에서 온쿄 TX-NR900과 견주게 될 것이다. 타
업체들이 음질의 모자람을 가려 줄 수 있는 DSP나,
아날로그 증폭부의 용량 증가, 고급 부품의 채용 등을
소비자들에게 자랑해온 것에 비하면 D/A변환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집중한 것 자체가 결정적인 시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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