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산재환자, 우울증 못이겨 자살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환자들의 이런 고통을 아는가
1. 11월 5일 오후 2시경 근골격계직업병으로 요양치료 중이던 여종엽조합원(31세, 금속노조 경기지부 SJM지회)이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심한 우울증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고 여종엽 동지는 92년 입사하여 10년 넘게 작업해오다가 지난 2001년 목과 어깨 등의 근골격계질환으로 요양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며 그 이후에도 산재, 공상 등의 형태로 치료와 복귀를 반복했다. 그러나 몸은 나아지지 않았고 더 심한 고통으로 지난 4월 근로복공단 안산지사에 목, 어깨 등의 근골격계질환 요양신청을 다시 하게 되어 재 요양치료를 두 달여정도 받았으며, 4월에 추가로 허리 부분에 대한 근골격계질환 산재신청을 하였는데 아직까지도 공단은 승인여부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 과정에서 고 여종엽 동지는 병원, 공단 등에 대한 불신과 견딜 수 없는 심리적 불안함과 스트레스, 정신적 고통에 괴로워했으며 지난 10월에는 더욱 심각한 상태가 되어 주요우울증 및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 진단을 받아 10월 21일 근로복지공단 안산지사에 요양신청서를 접수한 상태이었다. 최근 정신병원과 절 등지에서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자 회복을 위한 약물치료와 요양을 계속해 왔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동지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2. 고 여종엽 조합원의 죽음은 산재환자들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자본 그리고 보수 언론은 산재환자들이 현장에서나 병원에서 겪는 고통을 '나몰라'라 하고 심지어 교통사고 환자보다 치료기간이 두 배나 더 오래 걸리니 "꾀병환자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붙이려고 하고 있다. 또한 노동부는 내부 지침을 만들어서 골병 든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요양 신청을 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산재보험료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로봇도 아닌 인간에게 아픈 부위에 따라 치료 기간을 정하는 등 노동자를 위해 만든 공공기관이 맞는 지 의심스럽다.
3. 도대체 누가 열심히 일하던 젊은 노동자를 근골격계 환자를 만들고, 요양치료 신청 중인 산재환자를 죽게 만들었는가? 누가 단란했던 한 가정을 파탄 내고, 한창 재롱부릴 다섯 살 아이에게 아빠를 빼앗아 갔는가? 지금 당장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일하다 골병 든 노동자를 제대로 치료하고 산재 환자들의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완치하려는 노력이다. 노동부는 환자들이 보다 원활하게 직업병 신청을 할 수 있고, 제대로 치료를 받고,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하고, 현장의 개선을 통해 복귀 후에도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금속산업연맹은 근골격계 산재노동자들에 대한 심리적 정신적 치료 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또다시 산재환자들이 최악의 상황에 몰려 죽음을 선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첨부: 요구사항 / 고 여종엽 산재요양 치료과정 / 고 여종엽 유서>
<우리의 요구>
하나, 정부는 "근골격계 질환 업무관려성 인정기준 처리지침"을 즉각 폐지하라. 하나, 정부는 근골격계 환자들이 원활히 치료를 신청하고, 제대로 치료받고, 복귀해서도 아프지 않는 현장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라. 하나, 정부는 자본이 획책하는 산재보험의 민영화를 거부하고, 산재보험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개혁을 실시하라.
<고 여종엽 조합원 산재 요양 치료 과정>
2001년 근골격계 산재 요양 - 목과 어깨 2002∼3년 산재, 공상 등 치료와 복귀 반복 2004년 4월 산재요양 신청 목과 어깨 등 재요양 승인, 허리는 심사 계류중 2004년 6월 치료 종결 2004년 10월 주요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의 정신질환 상병으로 산재요양 신청 - 현재 계류 중 대구에서 정신 병원, 절 등지에서 약물치료와 요양 치료 병행 중 2004년 11월 5일 14시경 사망(대구 고령부근, 자살 추정-유서 남김)
<여종엽 조합원 유서>
큰누나에게 누나한테 거짓말시키고 지금 여기까지 왔다.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든다. 너무 힘들고 그래서 이 길을 선택했어. 나도 겁이나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 우리 집이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고 내 자신도. 너무 힘이 들고 부모님도 오래 사셔야 하고 이모 저모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 일규 정말 똑똑해 똑똑한 일규 누나가 잘 키워 줬으면 좋겠다 누나는 천사다. 정말 말로 표현은 못하겠다. 죽을 생각을 하니까 눈물이 난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가 이런 생각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말 미치겠다. 몸도 몸이고 할 수 없다. 이 길이 나는 제일 행복해. 겁이나. 그만 쓸래. 일규 잘 부탁해 우리 일규 판사 만들어 내 꿈이었어. 씩씩하게 키우고 그래. 누나 사랑해. 작은 누나도 사랑해. 경옥이 정범이 잘살아.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지 잘알겠지. 정범이는 정신차리고 형 먼저 간다. 우리 일규 작은 아버지 노릇 잘해라. 그만 쓸께.
[금속연맹 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