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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9월 2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0902수]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학가 추문
최근 지방의 유명국립대에서 발생한 추문은 시정잡배에게나 어울릴 만한 수준이다. 대학병원 교수가 잦은 회식비를 으레 전공의들에게 부담시키고, 상습적으로 성매매 비용까지 감당토록 했다는 것이다. 거부하면 불이익을 주었다는 게 전공의 측의 주장이다.
지목된 교수는 이미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측이 진상조사에 착수한 데다, 전공의협의회도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는 입장이어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해당교수는 부인하고 있어 주장을 기정사실화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언필칭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에서 이런 추문이 끊이지 않는 자체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앞서는 서울에서 여교수가 조교와 학생들을 가정부 부리듯 하다 징계를 받고, 이에 불복했다가 재판에서도 패소한 사실이 알려졌다.
무엇보다 개탄스러운 것은 이런 사안들이 발생할 때마다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능히 그럴 만하다고 지레 결론지어 버리는 세간의 인식이다. 대학에 대한 불신이 그토록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피해자 측의 문제 제기가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대학가처럼 폐쇄적이고 불합리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는 곳도 드물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포함한 다른 사회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판과 감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학생 교직원 일반을 대상으로 한 학교행정은 많이 공개되고 절차적 민주화도 상당 수준 이뤄졌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교수들의 권한 남용은 밖에서 알기도 어렵고 그만큼 개선도 어렵다. 교수가 학생의 장래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대학가의 교원 충원시스템과 함께 내부 고발인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전반의 풍토 탓도 크다.
그러므로 소원 수리나 심사절차를 정교하게 하고 징계를 강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은 필요하나 이것만으로는 근원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참으로 막연하고 답답하지만 대학인들의 각성과 인격 회복을 통해 대학문화를 바꿔가는 것 외에는 별 방법이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0902수] 꿈틀거리는 물가, 대비책 있나
하락세에 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워낙 금리가 낮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이라 물가가 한번 불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물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2월 4.1%에서 7월 1.6%로 줄곧 하락하다가 급등했다는 점이 걱정된다. 전달 대비 상승률도 6월 -0.1%를 기록한 이후 7~8월 두 달 연속 0.4%씩 올랐다. 3~6월 넉 달 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외 여건을 살펴보면 물가가 오를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 경기회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있다. 국제 원유값만 봐도 지난해 말 배럴당 44.6달러였던 서부텍사스유(WTI)가 70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국제 원유값이 다시 10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시중에 과잉유동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로 계속 유지하면서 시중 부동자금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달구고, 이에 편승한 전월세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국제 원자재값 상승세를 부분적으로 상쇄하게 된다. 하지만 하락 속도가 느린데다 시중 자금이 너무 많아 이것도 안전판은 되지 못한다.
지금 세계 각국에선 인플레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위기를 막느라 나라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 이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내년까지 시중에 돈을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상태에서 오르는 물가를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작은 움직임에도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물가는 한번 오르면 다시 내리기 힘들 뿐 아니라 주변 물가와 임금을 연쇄적으로 상승시키는 특성이 있다. 특히 공공요금 인상은 2차적인 물가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공기업 경영합리화를 통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장기적으로는 금리인상을 통해 시중 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동아일보 사설-20090902수] ‘선진국’과 거리 먼 노인빈곤 현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소득빈곤율이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노인 100명 중 45명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순서로 배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소득)의 절반이 안 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사실상의 절대빈곤층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도 노인빈곤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지난해 5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3%로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 아들딸이 당연히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어 노인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 노인문제를 국가의 주요 정책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OECD 연금편람에 따르면 한국 고령층이 퇴직 후 연금을 포함해 어떤 형태로든 손에 쥐는 수입은 일할 때 소득의 평균 42.1%로 OECD 평균(59.0%)보다 크게 낮다. 노인 일자리 부족과 연금체계 부실이 주요 요인이다. 빈곤 노인층은 국민연금에서도 제외돼 있다.
노인의 빈곤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질병과 고독이 따르고, 국가의 부담이 커진다. 가난하고 아픈 노인은 병원과 약국 신세를 많이 지게 되므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 돌봐줄 가족이 없으면 국가의 부양서비스 부담이 늘어난다.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노인 빈곤층 줄이기에 나서야만 한다.
요즘 노인은 건강과 교육 수준에서 옛날 노인과는 다르다. 보통교육 이상을 받은 경우가 많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 한다. 일하는 노인은 상대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노인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 최고의 사회안전망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노인고용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노인고용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무조건적 복지보다는 노인 재교육, 노인에게 맞는 일자리 창출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노인인구를 부양하려면 젊은 노동인구가 늘어야 한다. 급격한 고령화사회는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노인대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가가 개인의 노후를 책임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년의 삶에 대한 충실한 대비가 긴요하다.
[조선일보 사설-20090902수] 진작 타파했어야 할 교수채용 순혈(純血)주의
연세대가 올 2학기 채용한 신임 교원 34명 가운데 다른 대학 학부를 졸업한 타교 출신이 65%인 22명이었다. 그 가운데엔 경제학부에서 1년간 전임으로 강의를 맡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릭 매스킨 교수를 비롯한 석학급(級) 5명을 포함해 외국인 교수가 15명이나 됐다.
자기 대학 출신 직속 후배를 교수로 뽑는 이른바 순혈주의(純血主義)가 차츰 개선되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 대학들에 뿌리가 깊다. 연세대만 해도 전체 교수 가운데 모교 출신이 65%나 된다. 서울대의 경우는 작년 9월 1일 기준으로 재직 1761명 가운데 89.3%인 1573명이 서울대 학부를 졸업했다.
교수 채용이 타 대학 출신들에게는 문을 닫아걸고 벌이는 자기들끼리의 경쟁이 돼서는 능력 있는 교수를 영입할 수가 없다. 교수 자리가 같은 학교, 같은 학과 출신 선·후배들로 채워지면 학문적 비판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되는 분위기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교수들이 파벌을 만들기 위해 직접 가르친 조교나 가까운 후배들 위주로 교수직을 채워나가면 그런 대학, 그런 학과는 실력 없는 교수, 필요 없는 전공의 교수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관점과 영역과 접근방법이 다른 이론들이 서로 부딪히고 경쟁하는 과정이 있어야 강한 이론, 강한 학문이 등장한다. 창의성이 사라진 학문의 근친교배(近親交配)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열성(劣性) 학문만 만들어낼 뿐이다.
조선일보와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가 올해 처음 공동으로 실시한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홍콩대·홍콩 중문대·홍콩과기대 등 홍콩의 대학들이 1·2·4위를 휩쓸었다. 홍콩대 교수의 절반은 50여개국에서 모인 외국인 학자들이다. 홍콩 중문대 경영학과에는 11개 국적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2006년 포항공대 교수들이 홍콩과기대를 방문하고 돌아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홍콩과기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교수의 3분의 1만이 홍콩과 인연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연줄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으로 교수를 채용하는 풍토라야 최고 수준의 대학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090902수] 국민 체감 낮은 서민정책 되짚어 보라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행보에 부쩍 공을 들인 지 석 달이 돼 간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이후 이 대통령이 중도강화론과 함께 친서민 행보를 기치로 내세운 뒤로 정부 각 부처는 말 그대로 서민대책 수립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한데 엊그제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자료를 보면 정부의 친서민 행보가 그다지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듯하다. 조사대상 500명 가운데 60.4%가 정부의 서민대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특히 청년층과 고학력층의 민심이 더욱 싸늘했다고 한다.
조사표본이 워낙 적은 데다 지난 7월에 조사해 정책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경기회복의 온기를 가장 늦게 체감하는 계층이 서민이라는 구조적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희망근로사업이나 청년인턴제 등 응급처방용 불황정책들은 그동안 적지 않은 실효성 논란을 빚어온 게 사실이다. 엉성한 복지전달 체계로 인해 도움이 절실한 영세민에게 정부 재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늘지 않는 현실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좋은 정책상품도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헛돈만 쓴 무용지물일 뿐이다. 지금까지의 서민대책이 전시행정에 그친 것은 아닌지 부처별로 되짚어 보기 바란다.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처방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정책체감지수를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이를 통해 정책이 잘못됐는지, 홍보가 잘못됐는지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이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첩경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0902수] 지역경제 활성화 새 모델 제시한 홍성-일진그룹 협약
우리나라의 지방 경제는 중앙만 바라보는 천수답 경제인가.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지방 경제를 획기적으로 활성화할 방법은 과연 없을까. 엊그제 홍성군청에서 열린 충남도 · 홍성군 · 일진그룹간의 투자 양해각서 체결은 지역 경제의 살길이 무엇이고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훌륭한 사례였다.
충남도와 홍성군이 양호한 입지조건과 함께 각종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내세워 전력 통신 분야의 중견그룹인 일진을 오랜 기간 설득한 데 힘입어 결국 유치에 성공함에 따라 2015년까지 1조6000억원이 투입돼 일진의 3개 주력 계열사 공장이 홍성에 건립된다. 예정대로 되면 향후 6년간 2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에다 1만명이 넘는 고용창출까지 내다볼 수 있다고 한다.
지자체가 나선 지방 경제의 활로 모색은 이곳만이 아니다. 강원도 양구군은 신세계 이마트와 최근 농축산물 공급 협약을 맺었다. 양구의 농가는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로 소득증대를 꾀하게 됐다. 전북 군산시는 울산에 기반을 가진 현대중공업의 새 조선소를 유치해 공사가 진행중이다. 나비축제로 유명한 전남 함평군이 민간사업자와 공동으로 당뇨와 고혈압에 특효가 있다는 군내 암반수 개발에 나선 것도 같은 노력의 일환들이다.
지방 경제가 뒤처지고 무기력한 것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경제력 집중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중앙 정부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수도권을 억지로 묶는다 해서 투자자금이 지방으로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지방 스스로가 활로(活路)를 찾아야만 한다. 지자체부터 낡은 인식의 틀을 깨고 전면에 나서야 하고 지방의 대학 등도 변해야 한다. 파주시와 경기도가 협력해 구미 등지에서 오래 사업장을 운영해온 LG의 첨단 디스플레이 공장을 휴전선 인근의 야산지대로 유치해 '접경지역'을 상전벽해로 만든 것은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지자체가 경쟁에도 나서고 총력전까지 벌여야 하는 시대임을 입증한다. 충남도-홍성군 일진그룹의 투자MOU를 다른 지자체들도 다시 한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90902수] 영화ㆍ만화산업 망치는 불법복제 척결해야
국산영화로는 모처럼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대박을 터트린 `해운대`가 불법 동영상 파일 대량 유포로 큰 피해를 보고 있음은 개탄스럽다. 제작사가 파악한 것만 따져도 다운로드 건수가 10만건을 헤아릴 정도라고 하니 심각하다. 추가 관객 동원을 어렵게 함으로써 금전적인 타격도 크지만 24개국과 수출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수출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사를 의뢰한 제작사 측과 경찰은 유출된 동영상이 극장 버전과 비슷한 수준의 파일이라는 점에서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유출 경로를 철저히 밝혀내 관련자는 엄벌해야 한다. 상업적 목적으로 불법 동영상 유통을 조장한 웹하드나 P2P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서도 응분의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불법 복제로 몸살을 앓는 것은 영화만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한국만화가협회와 젊은작가모임이 한국만화의 저작권을 지켜내기 위해 단체소송을 내겠다고 발표했다. 불법 복제로 만화가들이 입은 손실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1913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만화계 현실을 감안할 때 엄청난 피해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소프트웨어 분야도 지난해 피해액이 6억2200만달러(비즈니스소프트웨어연합 추산)에 달할 정도로 불법 복제가 판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불법 복제로 최소한의 보상을 얻을 기회마저 빼앗기는데 창작 의욕이 살아날 리 만무하다. 이래서는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띨 수 없고 고용창출 능력도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불법 전송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개정 저작권법이 지난 7월 시행에 들어갔지만 법만 만든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감히 불법 복제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정부가 강력한 단속과 처벌로 뒷받침해야 한다. 국민들도 물건을 훔치는 것은 죄악시하면서도 지적 창작물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행태를 이제 바꿀 때가 됐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예영준(정치부문 차장)-20090902수] 일본 개조
“일본인은 보수적이어서 체제를 크게 바꾸는 일에는 겁을 먹고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2006년의 한 인터뷰에서 당시 일본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한 말이다. 아무리 자민당이 미워도 투표장에선 결국 표를 주고 마는 일본 유권자들의 성향을 지적한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오자와가 1993년 자민당을 박차고 나와 정권교체를 주창한 건 무모함에 가까웠다. 자민당에 남았더라면 손쉽게 총리가 되고도 남았을 그가 굳이 힘든 길을 택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손쉽게 얻는 권력보다 쟁취하는 권력을 원했던 싸움꾼적 기질이 동했을 수도 있고, 자신의 개혁 노선을 거부한 자민당 원로들에 대한 복수심도 마음 한구석에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의 정치 철학에 있었다고 본다. 93년 자민당 탈당 직전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됐던 『일본 개조계획』에 씌어진 그의 철학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그다지 바뀐 점이 없다.
오자와는 일본에는 진정한 정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와 정치인은 고도 성장이 가져다준 과실을 서로 어떻게 나눠 먹는지를 정하는 일에만 급급할 뿐이다. 다수결보다는 만장일치가 미덕으로 통용되다 보니 여당은 야당의 눈치를 보느라 결단을 못 내리고, 권력 의지가 없는 야당은 여당이 베푸는 시혜에 안주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자민당은 반영구 집권당이 됐고 일본은 관료가 만든 각종 규제장치로 돌아가는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정권교체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듦으로써 비로소 일본을 개조할 수 있다고 주창했다. 오자와가 소선거구제 도입에 그토록 목을 맨 이유다.
엊그제 일본 총선이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정권교체의 일등공신 오자와의 모습을 담은 보도 사진들 중에는 파안대소하는 장면과 함께 눈물을 훔치는 장면도 있었다. 왜 아니 그랬으랴, 16년 비원이 비로소 실현되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정치자금 스캔들의 여파로 그는 비록 총리직엔 오르지 못하지만, 자신의 계파 의원 120여 명의 힘을 바탕으로 일본을 좌지우지하게 됐다. 그가 『일본 개조계획』에서 내건 개혁 과제들은 이제 여당이 될 민주당의 정책 공약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유엔 평화유지부대 창설 등이 그 예다. 앞으로 일본의 가는 길을 알려면 16년 전 51세의 오자와가 쓴 『일본 개조계획』을 다시 꺼내 읽는 게 빠른 길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090902수] 자객(刺客)
영화 속 자객은 언제나 서늘한 느낌을 준다. 검은 두건을 쓰고 형형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핀 후 날렵하게 담을 넘곤 한다. 자객(刺客)은 사람을 몰래 찔러 죽이는 잔인한 인물이다. 자객이 보기드문 미녀라면 몸에서 풍기는 냉기는 얼음장보다 차게 느껴질 것이다. 매혹적인 여성자객이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자객 이미지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의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책을 펼치면 의(義)를 중시하고, 구국(救國)의 신념을 가진 혁명가로서의 자객 모습도 보인다.
사마천은 조말, 전제, 예양, 섭정, 형가 등 다섯명의 자객을 열전에 올렸다. 이들 중 진왕(진시황)을 암살하려 했던 형가는 자객의 전형으로 회자되곤 한다. 형가(荊軻)는 위나라 사람이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검술에 능했다. 나라가 망하자 그는 진나라 노예가 되기 싫어 연나라로 피하였다. 연나라 태자 단(丹)은 진왕 암살계획을 세웠다. 자객으로 나선 형가는 계략상 진왕의 미움을 산 번어기(樊於期)라는 장수의 목이 필요했다. 번어기는 형가의 큰 뜻을 읽고 자살로 자신의 목을 내놓는다. 형가는 번어기의 머리와 연나라 지도를 가지고 진왕과 대면하지만 암살에는 실패한다는 이야기다. 자객이지만 이(利)보다 의(義)를 중시한 인물로 열전은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이 투입한 ‘미녀자객’들의 칼날은 매서웠다. 정계를 좌지우지하던 자민당과 공명당의 정치거목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 대표는 아나운서 출신 아오키 아이 민주당 의원에게 패했고, 자민당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 역시 민주당 후쿠다 에리코에게 참패했다. 자민당 최대 파벌 마치무라파의 영수인 마치무라 노부타카 전 관방장관도 여성자객 고바야시 지요미 전 의원에게 무너졌다. 전직 총리를 지낸 모리 요시로와 후쿠다 야스오는 목숨을 건졌지만 자객의 공세에 혼쭐이 났다고 한다. 마치 한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번 일본총선은 미녀자객들의 활약으로 화제를 뿌렸지만, 절대권력이라도 국민을 외면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으로도 읽힌다. 어느 나라든 권력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바로 국민 아니겠는가.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임지훈(정보산업부 기자)-20090902수] IT업계, 게임을 벤치마킹하라
“아이온이 중국에 이어 전세계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온라인롤플레잉게임인 아이온의 성공을 기원하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주력 게임의 장르가 엇비슷해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게임 가운데 하나가 성공하면 다른 게임의 인기도 같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동반자관계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 선두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이달 미국 시애틀에서 열릴 게임 전시회인 '팍스(PAX)'에 참가하기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각자 단독으로 참가할 때보다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뿐이 아니다. 게임업체들은 해외에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경쟁사의 해외법인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상생 협력을 통해 게임 산업은 지난 십 수년간 IT업계 내 어떤 분야보다 급성장했다.
이런 상생의 움직임을 다른 IT업계도 좀 배워야 할 것 같다. 우선 IT서비스 업체들을 보자. 이들은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를 둘러싸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다. 통신업체들도 서로 경쟁사가 보조금을 많이 풀어 시장이 혼탁해진다고 외치고 있다. 하드웨어 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MP3플레이어,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서로 자사가 국내 시장 1위 사업자이며 경쟁사가 판매량을 부풀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 같은 업체 간 상호 비방이 한국 IT업계의 질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업계 전반이 발전할 수 있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무작정 타사를 헐뜯는 진흙탕 싸움은 해당 업체는 물론 한국 IT산업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컨버전스 강화 등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업계가 힘을 모아 포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으며 이들이 각자 주장하는 정책적 제언에도 힘이 실릴 수 없다. IT업계가 게임업계처럼 머리를 맞대고 동반 성장을 모색하고 그 결과 한국 IT산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
첫댓글 시벌눔들 공짜돈 받아 몸에좋은것들만 처~먹고 다닌게 정력도 좋은가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