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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개인파산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2006.08.09)
위 사진은 한 할아버지가 면책을 결정하는 판사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판사석 앞까지 나온 사진이다. 그들은 이 한 장의 문서를 받는 순간 그렇게도 고달팠던 빚의 여정(旅情)을 끝낼 수 있다. 올 상반기 개인파산 신청자 수가 5만 명에 육박했다. 신청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해 전체 기록을 1만 명 이상 넘어서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개인파산제도는 빚의 수렁에 빠져 더 이상의 회복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유일한 탈출구가 되고 있다. 그러나 파산 후, ‘면책자’라는 낙인 때문에 자신들의 인권마저 행사할 수 없다며 호소하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에 <추적60분>은 개인파산제도를 긴급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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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 파산법정 최초 공개!
<추적60분>은 국내 최초로 파산법정 개정현장을 찾아갔다. 제작진이 찾아간 제 5호 법정에는 40~5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었다. 중년부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엄마, 백발의 할아버지, 남녀노소를 구분할 수 없는 현장이었다. 법원에서 더 이상 빚을 갚을 수있는 능력이 없다는 파산 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모든 빚이 없어지는, 꿈만 같은 면책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파산과 면책을 결정하는 파산전문 판사를 취재진이 직접 만나 그가 말하는 파산에 대한 사회적 오해에 대해 들어봤다.
■ 파산(破産)을 꿈꾸다 - 빚의 노예로 사는 사람들
서울의 한 시장에서 옷 노점을 하는 A씨. 장사가 부진하자 빚이 조금씩 쌓이면서 그 빚은 가족들에게 옮겨가기 시작했다. 빚이 대물림된 딸은 파산지경에 놓여있었고, 가족들은 이미 빚 독촉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지내고 있었다. 제작진은 관찰카메라를 설치해 그들이 어떻게 추심에 시달리고 있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하루에도 수 십 명의 일수업자들이 무자비하게 일터와 집에 찾아왔다. 심지어 다른 곳에서 찾아온 세 명의 일수쟁이들이 한꺼번에 괴롭히는 경우도 있었다. 제작진이 포착한, 이미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추심 현장을 공개한다.
■ 파산! 도덕적 해이인가 생존을 위한 선택인가
봉제공장에서 함께 일해 온 B씨 부부에게 갑작스럽게 날라 온 남편의 암 선고. 그리고 4년간의 투병. 고등학생이었던 두 자녀와 병간호만으로도 벅찼던 B씨에게 병원비는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쌓여만 갔다. 병원까지 쫓아오던 추심에 남편의 병세가 악화되진 않을까, B씨는 자녀들을 보증인으로 세웠다. 남편의 사망이후 남은 것은 신용불량자가 된 세 가족과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부채뿐이었다. 성인이 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된 자녀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직업을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이들은 파산신청을 준비하며 온 가족의 새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 벼랑 끝에서의 유일한 탈출구 ‘개인파산’,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제작진은 면책자들이 파산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왜 그렇게도 원하던 파산을 후회하는 것일까?
▷ 면책 후에도 계속되는 빚 독촉
IMF 이후 뇌졸중을 앓게 된 김모씨. 그는 지난 4월 파산후 면책이 확정됐다. 그러나 그 후, 모 은행으로부터 통장을 압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통장은 기초생활수급자인 그가 기초생활비 30만원에서 2만원씩 떼어 5년간 모아온 주택예금. 알고 지냈던 후배의 집에 기거하고 있는 그에게 그 통장은 마지막 희망이다. 도대체 왜 면책이 된 그의 통장을 압류하겠다는 것일까. 은행의 주장을 들어봤다.
▷ 파산자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쫓겨나다
모 병원 정신병동에서 보조원으로 15년 이상 일해 온 정씨. 그는 지난 4월, 병원으로부터 느닷없는 해고통지를 받았다. 파산자라는 이유에서였다. 그것도 2004년 파산 후 면책을 받은 정씨가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해고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제작진은 병원 인사담당자들을 직접 만나 해고 이유를 물었다.
▷ 파산의 꼬리표 “1201”
파산 후 면책 결정을 받은 사람들은 핸드폰의 할부구입부터 영세민전세자금대출, 취업을 위한 신용보증보험가입, 심지어 자신의 통장에 있는 금액만큼만 사용할 수 있는 직불카드의 발급까지 거절되고 있었다. 이 모든 거절의 바탕에는 금융권에서 그들을 따로 분류하는 1201코드가 있었다. 1201코드는 왜 만들어 졌으며, 언제까지 그들을 따라다니는 것일까.
<추적60분>에서는 면책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이들이 겪은 개인파산·면책제도의 현 위치를 분석했다. 또 개인파산제도가 먼저 정착된 미국의 파산전문가를 직접 만나, 파산 후 대책이 미흡한 우리나라 법의 허점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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