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훈련병 15-18기의 중대장 훈련병 이병 박규태입니다. 저는 군에 입대하기 전 군대란 곳이 남자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이제 막 대학교에서 놀아보려 폼만 잡다가 와서 젊은 청춘을 헌신해야 할 힘든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밖에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엄마, 나 군대가요"라고 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어느 덧 박규태가 아닌 52번 훈련병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자랑스럽게 수료하는 우리 15-18기 동기들에겐 다른 어느 기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2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역대 기수 중에서 가장 인원이 적은 기수라는 점과, 두번째는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접어드는 시기에 입대하여 눈 대신 가슴시린 가을비를 많이 맞은 기수였다는 점 입니다. 아, 저는 아직도 1주차 때 목소리가 작아 얼차려를 많이 받았던 적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나름 큰 목소리를 내었다고 생각하였지만, 군인답지 못한 발성에 저흰느 얼차려를 통해 "하나에 목소리를, 둘에 크게하자"라고 외치며 얼차려를 받았고, 어느 덧 목소리가 커진 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 오늘 수료식을 보러 오신 가족분들께서도 수료식 도중에 깜짝 놀라신다면 저희들의 지난 5주간의 외침이라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때문인지 교관 및 조교분들과 더욱 친근해질 수 있었고, 특히 훈육분대장님이 교번이 아닌 저희의 이름을 불러주셨을 때 저도 모르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남자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조금씩 샘솟는 것 같았습니다. 올 가을은 특히나 비가 조금도 아니고 억수같이 내렸던 터라 남들은 가을 가뭄으로 인해 강바닥이 드러나 말랐다고 하지만, 저희는 시도 때도 없이 비로 인한 인내와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인해 입술이 바짝 마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4주차의 하이라이트였던 각개전투! 저는 지금도 가끔씩 뻘 냄새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야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생각했지만, 디지털 무늬의 전투복이 황토색 찜질복으로 변하고, 평소 결벽증이 있었던 제가 흙이 잔뜩 묻은 손으로, 시커면 얼굴을 하고있는 동기들과 함께 밥을 꾸역꾸역 넘길 때는 "정말 내가 군인이 다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군 복무가 제 인생에 있어 큰 의미가 아닌 단지 의무로서만 받아들여져 힘들고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5주라는 훈련기간을 통해 제가 왜 군 복무를 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이곳에 있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지개를 보려면 먼저 비를 맞아야 한다'는 말처럼 5주간의 신병교육 기간은 제 군생활,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훌륭한 자양분을 만들어 줄 '비'라고 생각합니다. 184명의 자랑스런 전우님들...! 비록 우리가 내일이면 각자의 자대로 배치를 받고 헤어지지만, 5주 동안 열심히 비를 맞으며 성장한 우리는 꼭 '무지개'를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난 38일간 함께 울고 웃고 뒹굴며 동고동락했던 시간, 혹여 다치지는 않을까 밤낮으로 걱정해주신 가족들, 그리고 항상 저희의 든든한 힘이 돼주셨던 교관 밎 조교님들께 오늘의 이 영광을 돌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