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할아버지는 68세의 젊은 나이로 지난 달 세상을 떠나셨다.
할아버지가 1년 5개월 전 허름하기 짝이 없는 큰 배낭을 끌다시피하면서 이곳에 오셨을 때는 그야말로 심난한 상태였다.
오랫동안 방황하고 돌아다닌 탓인지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매우 지쳐있었고
고생으로 찌든 얼굴 모습에, 옷차림은 남루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몸을 씻지 않았는지 목욕을 시켜드리는데 머리에선 까만 먹물이 흘러내리듯 하였다.

이발을 해드리고 덥수룩한 수염도 깎아드리고 나서 새 옷을 입혀드렸더니 진짜로 새사람이 된 것 같았다.

제때에 맛있는 음식이 제공되고 따뜻한 보살핌을 받다보니 하루가 다르게 할아버지는 건강이 좋아졌고
미남으로 변해갔다. 노숙자로 들어오는 분들은 건강이 좀 나아지면 대부분 말 한마디 없이 어느새 원 밖으로
나가버리고 마는데 할아버지 만큼은 예외였다. 그런데 할아버지하고는 여러차례 이야기를 나눠보려 했지만
무슨 말씀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는 이따금 밤잠을 못 이루고 밤 늦은 시간에 마당에 나와 무슨 연유인지 달을 향해 총 쏘는 시늉을 하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상당시간 정신과 치료도 받아보았다.
그렇지만 정신이 없는 것 같으며서도 할아버지는 목욕을 시켜 드릴 때면 "수고했소. 고맙소."라는 말을 잊지 않았고
예배도 참석하였다. 또한 때로는 자기도 신세를 갚아야 한다면서 대문 밖 인도로 나가 담배꽁초를 보는 대로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던 중 회복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할아버지를 찾아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장례식 때 목사님이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할아버지에게 한번은 '이젠 건강이 좋아지셨으니 여길 떠나 또 돌아다니고 싶으시겠네요.'하고 말을 건넸었지요.
그랬더니 '내가 은혜를 갚기 전에는 절대로 이 집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라고 대답을 하더란 말입니다."
마음 속 깊이 고마움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신 할아버지!
그것으로 은혜는 충분히 다 갚으셨습니다.
첫댓글 장례치르고 얼마쯤 있다가 딸이 전화를 했고, 며느리도 했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했는데 어느날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며칠을 보냈는데 드디어 아들내외, 두 딸과 사위가 찾아왔다. 모-두 신사들 (
)이였고 할아버지와는 정말 대조적이였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방랑벽이 있어서 지금까지 헤어져 살았는데 부인도 생존해 계신다니 얼마나 애를 태웠을가
성금도 주고, 과일도 사 오시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떠났다. 사람 속은 모른다니까. 말 안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