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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라 행복했던 하루
이 난 영
음(音)에 대한 감각이 둔하고 목소리의 가락이나 높낮이 등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음치(音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갔던 길도 잘못 찾는 사람을 길치라고 해야 하는지 방향감각이 둔하니까 방향치라고 해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나는 길치라 하겠다.
지난해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는 10월 셋째 주 토요일 남편 입사동기 모임이 부부 동반으로 무주리조트에서 있었다. 부부동반 모임이 여럿 있지만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잘 따라나서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엔 단풍구경도 별로 못한데다 솔직히 무주리조트를 가본 일이 없어 기꺼이 따라나섰다.
12쌍으로 구성된 남편 입사동기 모임은 출생지도 전국각지요, 출신대학도 서울 S대학교부터 그야말로 8도 대학이 고루 분포되어있지만 모난 사람 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들만 있어 모임이 아주 잘 되고 있다. 오죽하면 남편들이 바빠서 제때에 모이지 않으면 여자들만이라도 모이게 해달라고 조를 정도다.
청정한 자연의 고장이라 불리는 무주리조트는 덕유산 국립공원 내 위치한 한국의 대표적 산악형 리조트로 자연과의 조화를 기본컨셉으로, 자연과 인간, 예술과 건강의 조화로운 상태를 지향하는 사계절 종합 휴양지임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청주에서는 두 팀이지만 술을 별로 하지 않는 남편이 운전을 하기로 하였다. 남편은 착실하기는 하나 치밀한 성격이 아닌데다 직장일이 아닌 다른 일에 머리 쓰는 일은 딱 질색이라며, 어디를 가도 미리 계획을 세우는 일이 없다. 그저 가다보면 나오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의 소유자다.
그런데 함께 가는 형석이 아빠는 언제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한 편이다. 안 가본 곳은 인터넷이나 지도를 보고 제일 빠르고 안전한 코스는 물론 지역특산품, 특색 있는 음식 등을 파악하여 동행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전문가이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분이다. 그런 형석이 아빠가 운전을 하면 마음이 놓이겠는데 대충 넘어가려하는 남편이 운전을 한다니까 조금 불안 했다.
토요일 오후 대진 고속도로를 탔다. 내려갈 때는 형석이 아빠가 안내를 잘하여 별로 고생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가 ‘여직원들 모임이 있어 참석하였다가 오면 늦어져서 먼저 온 팀들에게 미안해 오지 않으려고 하다가, 그래도 안 오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참석하는 게 낳을 것 같아 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모두가 환영의 박수다.
우리 숙소는 가족호텔인 한솔동이었다. 외관과 내부가 나무와 자연색상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유럽풍 분위기는 오랜만에 나들이한 우리를 설레게 하였다.
전국각지에서 모인 팀답게 서울,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각자 고유의 억양대로 인사를 나누는데 조금 소란스럽기는 하였지만 정이 담뿍 담겨 있어 듣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지난 모임 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몇 년 만에 만난 것처럼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밤이 새는 줄도 몰랐다.
아침식사 후 관광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있는 왕생약수터까지 다녀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단풍이 없었다. 점심 식사 후 다음모임은 외국에서 만나자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자 귀로에 올랐다.
못 먹는 술이지만 어제 저녁 늦게까지 먹은 데다 오늘도 한잔씩 하고 헤어진 탓에 차에 오르자마자 졸음이 몰려와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떴을 적엔 어제 왔던 길이 아닌 전혀 새로운 길이 나왔다. 잘못 온 것 아니냐고 하니 그때서야 남편도 어리둥절하였다.
‘어떻게 왔던 길도 못 찾느냐’는 형석이 아빠의 핀잔 아닌 핀잔에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평상시엔 과묵한 남편을 존경했는데 오늘은 아주 답답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곤 내가 어쩌다 저런 양반(?)이랑 여태껏 살아왔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관광철이고 차가 많이 다니는 2차선 길이라 마음대로 유턴을 할 수 없어 계속 직진을 하였다. 그런데 조금 나아가자 수를 놓은 듯 곱게 물든 단풍 길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덕유산정상에는 단풍이 별로 없어 서운하였는데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나오니 방금 전의 속상함은 싹 사라지고 어머머! 어머머! 감탄사가 연발 쏟아졌다.
구름이 하늘의 꽃이라면 단풍은 지상의 꽃일까. 어찌나 아름답게 단풍이 들었는지 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을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불태우고 가야 아름답다더니 제몫을 다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 장관이었다.
표현력이 부족하여 감성을 표현 못하는 나처럼은 아니겠지만 모두들 입을 다물고 황홀경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가을은 한 폭의 유화이고 예술품이다. 유화 속에 봄, 여름, 가을, 일한만큼의 행복을 갖고 나누는 당당하고 멋들어진 자연의 진리가 담겨져 있다. 또한 붉은 단풍위로 펼쳐지는 쪽빛 하늘, 황금들판, 길가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등 모두가 아름다워 사랑스런 계절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단풍구경을 하고 나니 흥이 절로나 콧노래가 나왔다. 행복에 겨워 흥얼거리다가 형석이 아빠에게 큰소리를 쳤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바빠 단풍구경도 못하고 사니까 이이가 단풍구경 시켜 줄려고 이 길로 온 것이지 절대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니라’고 하였더니 한바탕 웃으며 꿈보다 해몽이 좋단다.
이번 여행은 어젯저녁에도 즐거웠지만 오늘 남편의 길치 덕분에 기쁨과 행복이 배가 되었다.ꡐ앞으로도 종종 이런 행복을 주세요.ꡑ하였더니 눈을 살짝 흘기는 남편이 아주 믿음직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꿈과 낭만의 도시 파리
이 난 영
프랑스하면 다른 나라보다 평등사상을 중시하는 나라,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나라, 예술과 패션의 나라라는 생각이 우선 들고 그 중에서도 파리는 프랑스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로 떠오른다.
파리엔 에펠탑, 상젤리제거리, 노트르담 대성당, 몽마르트 언덕, 모나리자가 있는 루부르 박물관이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해저터널을 경유하여 파리로 가는 것은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렜다. 그러나 한밤중에 지났기 때문에 해저터널을 언제 지나왔는지도 모르게 지나쳐 서운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밤늦게 도착한 파리역 주변은 기대와는 달리 매우 지저분했다. 그런데다 우리를 실어갈 버스도 대기하지 않아 쌀랑한 날씨에 30여분을 기다리려니 짜증스러웠다. 그렇지 않아도 화장실 공포증이 있는데 기차역에서까지 유로화장실을 가려니 늦게 오는 버스가 더욱 야속했다.
파리여행 첫날!
설마 오늘은 버스가 늦지 않겠지 했는데, 약속시간이 30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다. 다른 팀들은 하하 호호 하며 목적지를 향하여 떠나는데, 우리 팀은 벌레 씹은 얼굴들을 하고 호텔 로비에 앉아있는 모습들이란….
드디어 버스가 도착하여 오전에 방문예정인 앙드레말로 중학교로 향했다. 30분 이상 늦었는데도 정문에서 교장, 교감, 행정담당이 기다리다 반갑게 맞아 주었다.
시설은 우리나라보다 약간 못한 듯 하였으나 아이들은 발랄 그 자체였고 특히 멋쟁이 여자교장선생님의 멋들어진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되었다.
오후에는 몰리에르고등학교 방문이 있었다. 남자 교장선생님이신데 어찌나 성실하신지 관리실이나 특별실 열쇠를 직접 갖고 다니시며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두 학교 모두 학교의 담장과 정문이 없이 도로와 학교 외벽 건물이 붙어 있다. 운동장이 없으므로 정상적인 체육활동이 어려워 외부의 체육시설을 이용하되 교통편은 지방교육당국에서 운영하는 스쿨버스를 미리 예약해서 이용한다고 한다.
두 학교 모두 학교경영은 우리나라의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은 공무원 8명, 교사 8명, 학부모 8명 계 24명으로 구성된 행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한다. 교장은 학업과정이나 진급 등 학업위원회만 관여하고, 재정, 행사, 체험학습 등은 행정위원회에서 다수결 투표로 결정한다고 한다. 시설관리의 특징은 비상구 및 배수로 등 설비에 관한 교실배치도를 복도마다 설치하여 비상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방문을 마치고 파리의 심벌이라 할 수 있는 1889년에 귀스타브에펠이 설계한 에펠탑을 관람했다. 에펠탑 전망대 앞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세계 도처의 관광객을 사로잡는 에펠탑은 건축당시 파리 귀족들의 반대가 아주 심했으나 1, 2차 전쟁을 거치면서 안테나 역할로 전쟁에 공헌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헐리지 않고 관광의 명소로 날리고 있다고 한다. 높이 320m에 있는 제3전망대에 오르니 천하가 모두 내 발 아래 있었다. 에펠탑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파리시내는 정말 아름답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느강으로 강엔 유람선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으며, 나폴레옹의 유해가 있는 앵발리드, 개선문 등이 돋보였다.
저녁식사 후 세느강 유람선을 타고 파리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알렉산더 3세 다리를 지날 때는 인기리에 방영된ꡐ파리의 연인ꡑ에 김정은이 자전거 고장으로 이동건과 만나는 장면이 떠올랐다.
강 위에 놓여진 아름다운 다리들, 거리 여기저기에서 새어나오는 아름다운 불빛, 강 양옆으로 펼쳐진 파리 시내 야경은 무릉도원의 모습처럼 신비로웠다. 특히 높이 320m의 무수한 전구들이 박힌 에펠탑 야경은 가히 환상적이었으며, 매시정각에 펼쳐지는 에펠탑의 불꽃잔치는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움이었다.
또한 강변에는 역사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건물들이 쉴 새 없이 연결되어 있어 고대, 중세, 근대, 현대문화를 모두 만끽할 수 있어 기쁨이 배가 되었다.
이튿날 첫 번째 관광코스는 고딕 양식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1163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하여 200여년이 지난 1330년경이 되어서야 완공했다는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 노트르담은 우리 모두가 존경해야 할 여성이란 뜻으로 성모성당을 일컫는다.
성당입구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관광객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 가보니 자그마한 원주를 밟으며 무어라고 소원을 비는 듯 했다. 알고 보니 원주를 밟으며 빠른 시일 안에 다시 파리에 오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나. 우리 일행도 뒤질세라 원주를 밟으며 소원을 빌었다.
밖에서 본 성당도 섬세한 조각품을 보는 듯 황홀했는데, 내부에 들어서니 웅장하고 아름다워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그중에서도ꡐ장미의 창ꡑ스테인글라스는 환상적으로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노트르담성당은 수많은 귀족들의 결혼식, 왕들의 대관식이 행해졌던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우리에겐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영화한 안소니 퀸, 지나 롤로브리지다 주연의 ꡐ노트르담의 꼽추ꡑ로 더 유명한 것 같다.
루브르박물관 광장에 들어서니 유리로 된 대형 피라미드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이 피라미드는 1981년 미테랑 대통령의 대 루브르계획의 일환으로 만들어 졌다는데, 이 피라미드에서 매년 그 유명한 파리 패션쇼가 열린다고 한다.
피라미드 입구를 통해 내부로 내려 들어가면 매표소가 있고, 3개의 또 다른 출입구 슐리관(sully), 드농관(denon), 리슐리외관(richelieu)이 있다. 어느 시대의 미술품을 먼저 볼 것인가에 따라 출입구가 달라진다. 미술관이 워낙 넓어 일행을 놓치지 않게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소장품을 자세히 관람하려면 1개월, 대충보아도 3일은 걸린단다. 현지가이드는 한두 시간밖에 없는 관광객도 밀로의ꡐ비너스ꡑ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ꡐ모나리자ꡑ만은 꼭 보아야 한다고 한다. 이유인즉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인들을 대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잘 그린 그림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에 86%가 ꡐ모나리자ꡑ라고 답했다며 명화중의 명화이기 때문이란다.
수많은 명작을 뒤로한 채 모나리자 앞에 섰다. 책에서만 보던 그림을 실물로 보니 감격하여 온몸에 쥐가 나는 듯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보는 각도에 따라서 미소가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정말 너무도 신기하였다. 모나리자를 보고 박물관을 빠져나오니 아쉬움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ꡐ역시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야ꡑ일 것이다. 40여만 점의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이 미술관은 규모면에서나 소장품 면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점심식사 후 너무도 유명한 샹제리제 거리와 개선문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샹제리제 거리를 걷노라니 유명한 프랑스 상표의 가게들이 눈에 많이 띄었으나 시간관계상 아이쇼핑도 할 수 없어 좀 아쉬웠다.
오후 3시쯤 프랑스 일정의 마지막 코스인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했다. 고호, 고갱, 피카소 등과 같은 예술가들이 무명시절 가난하게 보낸 이후부터 예술가들, 특히 화가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바뀌었다는 몽마르뜨! 그동안 너무 많은 환상을 가졌던 탓일까? 몽마르뜨 언덕은 정말 작고 아담한 언덕일 뿐이었다.
우리에게 있어 파리여행은 감동과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모든 건축물이 예술이라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파리의 전경을 영화나 사진이 아닌 실제로 본 것은 감동적이었지만, 너무도 짧은 일정에 보고 싶은 것을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16세기 왕의 절대적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프랑스의 이름난 건축가, 화가, 조각가, 원예가,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동원되어 완성한 화려함의 극치 대명사인 베르사유궁전을 시간이 없어 관람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을 읽고
이 난 영
스티븐 C 런딘외 2명이 지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은 한마디로 즐거운 회사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던 메리제인이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 내 모든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유독성 쓰레기더미로 까지 불리는 부서로 발령된 후 혼란에 빠져 있던 차에 파이크 플레이스라는 어시장에서 신선하고 생기가 넘치는 시장상인들을 본 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여 살아있는 부서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주인공 메리제인은 남편 댄이 파격적인 입사제의를 받고 집을 시애틀로 옮기면서부터 곧 바로 그녀도 제일보증 금융회사의 관리직에 채용되는 등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았다. 남편은 자신의 일에 만족해했고 그녀 또한 모든 것들이 행복했다. 그러나 남편 댄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그녀에게는 아이 둘과 남편의 병원비만 남게 되었다.
제일보증에서 일한 지난 3년을 통해 메리제인은ꡐ무슨 일이든 해내고 마는 관리자ꡑ라는 좋은 평판을 받고 있으며, 부하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가장 좋은 상사로 꼽히는 등 동료들과 직속 부하 직원들은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겼다. 메리제인이 지휘하는 소그룹은 3년 만에ꡐ믿을 수 있는 팀ꡑ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 회사 3층에는 제법 큰 규모의 관리부서이지만 회사 내에서ꡐ유독성 폐기물 더미ꡑ로 통하는 곳, 주로 둔감한, 게으른, 불쾌한, 느린, 황무지같이 스산한, 그리고 부정적인 등과 같은 말들로 묘사되는 골치 아픈 부서가 하나 있는데 제인이 부장으로 승진하며 그 부서를 맡게 된다.
3층 부서의 부하직원은 30명인데 모두 좋은 사람들 같아 보이지만 일에 대한 어떤 의욕도 자부심도 없고, 오직 안일함과 무책임만이 존재하고 있다. 회사 내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부서를 비웃고 세 사람 이상 모이는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도마위에 올린다. 마치 무덤처럼 보이는 어둡고 생기 없는 부서에서 그녀는 뭔가 변화를 찾기 위한 고민에 몰두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서 상인들의 생동감 넘치는 삶의 모습과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일하는 즐거움과 활력에 매료된다. 날아다니는 듯한 싱싱한 물고기를 보며 과연 무엇이 그들을 환호하게끔 살맛나게 했을까. 그 경쾌한 웃음을 보며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조차도 재미를 느끼고 가벼워지고 밝아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들은 어시장을 냄새나고 축축한 생존 현장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선 거래를 통해 서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삶의 터로 가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제인은 자신의 부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용기와 신념을 갖는다. 그리고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 사람들의 에너지와 즐거움의 비밀이 무엇인지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중요한 네 가지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요소는ꡐ나의 하루를 선택하기ꡑ이다. 우리는 매일 살아가면서 삶의 태도가 무수히 많이 변한다. 어떤 날은 상쾌하고, 어떤 날은 짜증나고...... 이렇듯 사람들은 하루를 시작할 때의 태도로서 그 날의 하루가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즉,ꡐ비록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있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방법으로 그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항상 선택의 여지가 있다ꡑ라는 말이다. 상인들은ꡐ제일 좋은 나날ꡑ을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두 번째 요소는ꡐ놀이 찾기ꡑ이다. 한마디로 즐겁게 일을 하자는 것이다. 서류정리도 청소도 즐겁게 놀이처럼 한다면 지루하지 않을 것이고 일에서도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요소는ꡐ그들의 날 만들어 주기ꡑ이다. 즉,ꡐ참여시키다ꡑ라는 말로 표현 될 수 있다. 손님들로부터 늘 가까이 있으며 그들을 우리의 즐거움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고객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있고, 우리 자신도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네 번째 요소는ꡐ그 자리에 있기ꡑ이다. 그녀가 찾은 마지막 요소는 어시장 상인들이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고객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게 된 것이다. 즉,ꡐ고객을 위해서 절대로 방심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기ꡑ라는 말이다.
제인은 이 네 가지 방법들을 직원회의 시간에 발표하고, 어시장에서 자신이 받은 신선한 충격을 직원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직원들과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 견학을 계획한다.
제인의 생각대로 어시장을 견학한 후 직원들은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변하기 시작했다. 제인이 직원들에게 변화를 강요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 스스로 어시장 상인들의 생활을 보면서 변화를 추구했던 것이다.
직원들은 팀별 작업을 통해 네 가지 방법들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고, 그 후 팀 보고회의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그로부터 1년 후 3층 부서는 새롭게 변화되어 있었다.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부서가 되었고, 부서의 전 직원들은 신입사원과 같은 열성을 갖게 되었으며, 습관적이라고 여겨졌던 업무는 가치가 부여된 활동들로 탈바꿈하였다.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한 변화가 그들을 새롭게 바꾼 것이다.
주인공 메리제인은 구성원들이 가능한 한 최대의 만족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그녀는 부서 직원들에게 어떠한 명령도 강요도 하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부서 직원들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자기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화되지 않으려고 하는 부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 역시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이 책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나 생각된다.
3층 부서 직원들은 스스로 회사의 주인공이며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회사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기 때문에 변했던 것 같다. 그리고 ‘변화’함으로써 일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를 얻었던 것이다.
이 열정과 에너지는 일을 하는데 정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직장인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절대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직장에서 열정과 에너지 없이 일을 한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불행할까? 이건 개인만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이런 조직원이 대다수인 회사나 공직사회는 생존 할 수 없을 것이다. 직장인들은 조직에 대한 불만, 일에 대한 싫증, 의욕상실 등으로 잃어버리게 되는 많은 것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고 변화 되어야 한다. ‘변화’가 부르는 업무의 효율성과 활력, 어시장의 성공 요인 네 가지 방법으로 폐기물 더미라 불리던 부서를 가장 효율적이고 능률이 높은 조직으로 바꾸어 놓았다. 실제로 우리의 공직사회도 이 책에서처럼 활기차고 효율적인 분위기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ꡐ우린 열심히 하는데 다른 조직이 문제야ꡑ라고 생각하는 관리자나 조직원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기에 남을 탓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선택을 유도함으로 조직을 보다 활기차고 생명력 있게 변화시켜 줄 좋은 책인 것 같다.
『 ‘일터로 들어서면서 오늘 하루를 멋진 날로 만들겠다고 선택해 주십시오. 신나게 놀면서 일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세요. 당신의 고객들과 동료들이 당신을 필요로 할 때 항상 그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들의 에너지가 저하 된다고 느낄 때 애정 어린 한마디를 전하는 게 어떨까요. 하루가 그들의 날이 될 테니까요’ 』책에 나와 있는 이 글귀 속에는 성공적인 기업의 기본이 되는 네 가지 원리 ‘나의하루 선택하기’, ‘놀이 찾기’, ‘그들의 날 만들어주기’,ꡐ그 자리에 있기ꡑ내용이 담겨있다.
이 네 가지 방법은 직장에서만 적용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 적용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일상생활에 적용한다면 더 나은 경영인이 될 뿐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마디로 인생과 경영의 원리를 동시에 깨우쳐 주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항상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꾸어 나가야 하는 삶의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사랑하는 나의 인생과 내가 선택한 나의 직업 속에서 행복하려면ꡐ변화ꡑ가 있어야 한다. 과감한 변화를 통해서ꡐ펄떡이는 물고기처럼ꡑ내 자신도 열정과 에너지에 찬 인생에서 살아있음을 느껴봐야겠다.
어떤 조직생활이건 시간이 흐를수록 일상적인 반복과 타성에 빠지기 쉬우며 이런 것들은 누구도 떨쳐 버리기 어려운 매너리즘을 유발한다. 나 자신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찾고 싶은 유혹을 받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다시 한번 강한 자극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