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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수지가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비서(秘書) 초창결(樵倉訣)의 비록
세상에는 여러 가지 참서(讖書)와 비서(秘書)가 전한다.
특히 전쟁과 내우가 심한 우리나라는 여러 종류의 비서·비록이 전한다.
격변기에는 어김없이 정감록 류의 예언서와 각종 감결(鑑訣) 서적도 나부낀다.
수많은 비서 중에 ‘초창결’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는 의문 투성이의 비결서이다.
이 책은 근세의 기인 반계(磻溪)가 그의 아들과 대화를 통해 미래의 일을 예언한 참서로 알려진다.
반계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반계 유형원과는 다른 사람이다.
‘초창결’의 저자 반계는 조선 숙종에서 영조시대에 산 기인으로 ‘초창(樵倉)’이란 그가 거처하던
당호이면서 “항상 창생의 미래를 염려하면서 일생을 살았다”는 뜻을 함유한다고 전한다.
책은 4개의 단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제1단계는 저자 생존시대에서 1910년 경술국치까지,
제2단계는 망국부터 광복까지,
제3단계는 광복 뒤의 혼란시기,
제4단계는 다른 비결에서 언급한 난해한 문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한다.
이 비록을 남긴 아들에 따르면 반계는 숨은 기인으로서
세상사에 상통하달(上通下達)하고 천문지리(天文地理)에 달관한 사람으로 전한다.
다만 질문을 하는 아들의 수준이 아버지를 따르지 못해 핵심을 외면하는 요령부득이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1726년(영조2년) 봄 어느날 아들이 반계에게 꿇어 엎드려 나라의 운세를 묻는다.
子- 지난 일을 들어도 소용이 없으니 미래일을 듣고자 합니다.
父- 물어서 무엇하겠느냐.
子- 자손들이 지표를 삼아서 덕을 닦고 집을 보존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父- 집을 보존하는 길은 말이나 글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마음에 있는데, 너무 기우(杞憂)가 심하구나.
子- 한양 이씨의 운이 다할 것 같으니 앞일이 궁금합니다.
父- 심하다. 너의 물음이.
子- 이씨의 운이 다할 때가 되면 따로 위태롭거나 어려운 일이 없겠습니까?
父- 어찌 위태롭거나 어려운 일이 없겠느냐. 저 고목을 보라. 죽은 지 오래되면 벌레가 생기지 않더냐.
子- 운세가 장차 어찌 되겠습니까.
父- 운세를 추산해보니 4509-13운(大定數)가 되면 쇠기가 점차 불어나서 기강이 헤이해지고 타국이
통상을 빌미삼아 모여들고 그것 때문에 국가의 기밀이 누설되며 임금은 후사가 없어서 갑자생 임금이 뒤를 잇게 된다.
비록 보위에 나가지만 궁중의 요망한 계집들이 장난치는 일이 수도 없고 외척을 불러들여서
군자들을 물러나게 하고 소인들만 조정에 모아 임금을 우롱하고 심지어는 적국과 내통하게 된다.
어찌 나라가 망할 조짐이 아니겠느냐.
또 2785-33운이 되면 서양함대가 바다로 밀고 들어오므로 나라안은 대난리를 겪게 되고
10인의 간인(奸人)과 8명의 적도(賊徒)가 어깨를 나란히 흉계를 꾸며서 혁신을 한다고 주장한다.
날마다 외적(外賊)들과 가까이 하여 나라를 팔아먹을 일을 꾀하므로 나라의 운세는 하루가 다르게 기울어진다.
43012-97운이 되면 외적이 성안에 가득 들어와서 군요를 크게 일으키며 서로 해한다.
43080-301운에는 천변이 자주 일어나서 검은 구름이 해를 뚫고 악질이 유행해서 백성들이 많이 죽는다.
요망한 별이 나타나서 국운은 날로 시들어 간다.
38017운이 되면 형혹(熒惑:별이름. 천상의 살육을 맡은 별)이 전쟁을 일으키고 흰 기운(살기)이 하늘로 뻗는다.
푸른 도포를 입은 무리들이 크게 일어나서 이름을 동학(東學)이라 부른다.
한낮에도 저주를 그치지 아니하고 사람을 마구 죽여서 백성들도 그들을 범하면 다 죽게 된다.
4507-4010운은 용이 제위에 올라 연호를 광무(光武)라 하고 관제를 개정하며
인국과 조약을 맺어 개발한다는 명목 아래 차관을 산처럼 끌여들인다.
또 향락과 낭비로 국고는 비게 되고 관직을 매매하며 세금도 날마다 불어난다.
500670운이 되면 황제가 아들에게 선위하나 갑술생인 새 황제는 혼약하여 그 직분도 완수하지 못하고 적수에게
전권을 맡겨서 처리하게 하므로 군신은 모두 머리 깎은 중이 되어 몸에는 홀태바지 직삼(直杉)을 입고 융희 4년까지 이른다.
503670운에는 금구(金狗)즉 경술(庚戌)년으로 때아닌 매미가 슬피 울고 흰 무지개가 해를 뚫으며
혜성(彗星)이 경계를 침범하니 적신들이 상감을 위협하여 보위를 적에게 이양하게 한다.
이것을 일한연합(日韓連合)이라 부를 것이며 적이 국권을 장악한다.
패주의 신세가 된 황제는 고궁에서 감금생활을 하고 용상은 주인을 잃게 된다.
아! 5백년 종사(宗祀)가 여기서 마감한단 말인가. 심하구나 적국의 정치여.
산도 측랑하고 땅도 측랑해서 삼각산을 기점으로 고을을 합하기도 나누기도 할 것이다.
또한 곳곳에 병영을 세우고 병영앞에는 짧은 비석으로 표시하며 작은 갓을 쓰고 짧은 소매옷을 입게 하니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아니다. 아! 슬프다. 조국의 연호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해와 달과 삼태성같은 하늘의 이치가 무슨 일을 했더란 말인가.
말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리(功利)만 크게 성하게 하는 것 뿐이다.
천한 자가 세월을 만났다고 윗자리로 올라가고 윗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강등되어 수치를 감당해야 한다.
윤강(倫綱)이 상실되고 질서가 무너져서 사람들은 서로 잡아먹으려 하니
부자의 천륜도 모르고 형제의 우애도 없어지니 털이 없는 짐승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 때의 백성들은 다만 재리만 알 뿐 그 부모조차 모른다.
그것을 금전세계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지는….
아! 백전(百錢)짜리 지화(紙貨:일원)를 사람들은 경보(經寶)라 부른다.
구학은 철폐되고 신학을 주장하며 남녀가 함께 배우게 되니 예의라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
동북 천리에 철마(鐵馬:기차)가 내왕하며 성시(城市)로 모여들며 전깃불은 줄로 연결되고
얼굴은 보지 아니하고도 통화가 되며 만국에 편지를 보내고 하늘로 배가 날아다닌다.
바람과 구름은 허리부근에 머무르고 이단이 떨쳐 일어나서 사학(邪學)이 크게 번성한다.
앞에서 부르짖으면 뒤에서 소리치고 따르며, 조세는 불어나서 하늘처럼 많아진다.
소와 범이 서로 만나는 해 술주(戌主) 즉 순종(純宗)이 승하하는데
만민이 슬픈 소리에 죽는 자 많아지고 나라는 망하며 임금은 죽으니 이 때의 시사를 알만하다.
子 - 이씨 운이 다한 뒤에 정(鄭)씨가 계룡산 8백년 기업을 이룬다고 하는데 과연 그 말이 맞습니까?
父 - 어찌 허언을 하겠느냐. 인심은 곧 천심이니라.
子 - 포은(圃隱)의 후손입니까?
父 - 그렇다.
子 - 포은선생은 혈손이 없다고 들었는데 어찌 자손이 있다고 하십니까?
父 - 선생께서 화를 입기는 하셨지만 어찌 혈손(血孫)을 보전하지 못했겠느냐.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자손을 섬(島)가운데 남기신 일이 있느니라.
子 - 그렇다면 그분은 영웅입니까, 성인입니까?
父 - 하늘이 내신 훌륭한 성인이니라.
子 - 국운이 이러할 때 저의 후손들이 생명을 보전하고 집을 지키고자 하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합니까. 자세히 가르쳐 주십시오.
父 - 이때 집을 보전하는 방법은 오직 마음심(心)자 한 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말세가 되거든 당파(黨派)에 들어가지 말고 관리도 되지 말고
돈이나 재물도 아끼지 말고 남을 해하지도 말며 만주땅에 들어가지 마라.
조심하여 사람들이 모여사는 대처를 피하고 사람들이 드문 곳을 가려서 흙으로 벽을 바르고
겨우 무릎만 들이밀 정도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면서 이름을 숨기고 몸을 닦되 짐승처럼 거처한다면 절로 집이 보전될 것이다.
子 - 옛 비결(秘訣)에 이르기를 전쟁ㆍ흉년ㆍ질병 세 가지의 난이 있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습니까?
父 - 삼재 뿐만 아니라 팔란(八難)까지 겹쳤으므로 지난날에는 볼수 없었던 대변고라 할 수 있다. 곧 천지가 개벽되는 운이다.
子 - 몸을 닦고 선을 행하면 이 난을 면할 수 있습니까?
父 - 난을 피하는 방법에도 고금이 다르다. 이름을 묻고 농사를 지으면 전쟁의 피해는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흉년이나 질병은 적선을 해서 사람을 얻지 못하면 어려울 것이다.
子 - 선행을 하는 것은 마음에 있지만 선을 쌓고 인을 행하는 것으로 사람을 얻어서 집을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父 - 어리석구나, 네 말이여! 사람이 선을 행하게 되면 도와줄 사람이 절로 이르게 된다.
子 - 흉년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父 - 흉년에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과 병을 고치고 죽음을 피하는 방법은
‘격암유록(格庵遺錄)’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무엇이 어렵겠느냐.
子 - 재난이 몇 해나 계속됩니까?
父 - 2년의 병과 3년의 흉년이다.
子 - 고결(古訣)에 이르기를 지각이 없는 사람은 죽는다고 하니 이것은 질병이 아닙니까?
父 - 이때의 병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비록 대방국수(大方國手)라도 지각이 없다면 그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터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느니라.
子 - 말년에 생기는 질병을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父 - 병은 이름 없는 급질(急疾)이다. 산에서 일어나는 독기와 바다에서 일어나는 장기로 수만명도 더 죽을 것이다.
수승강화(水升降火)한 재목이 아니라면 그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것이다.
子 - 고결에 이르기를 부자는 죽고 가난한 사람이 산다고 했는데 이러한 이치도 있다고 보십니까?
父 - 어찌 고결을 그르다고 하겠느냐.
부귀한 사람은 항상 여러 사람에게 악한 일만 했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원망을 하게 된다.
또한 재물에 인색하고 의로움을 모르며 남을 도울 줄도 모르니 가난한 사람들이 원수같이 보지만 몸은 편안하고
마음이 태평하여 남의 급한 사정을 알지 못하므로 친한 이나 먼 이나 누구도 원망을 갖지 아니한 이가 없다.
이러한 사람이 난세를 만나 어찌 집을 보전할 수 있겠느냐.
그러한 까닭이 또 하나 있으니 천지의 이치는 본시 겸비시키는 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사 이래로 부귀하는 집에서는 대지(大智)와 대현(大賢)이 태어나지 아니하며 또 집도 보전할 수가 없다.
성현군자와 영웅호걸과 지사(智士)ㆍ기사(奇士)ㆍ기재(奇才)를 겸하게 하겠느냐.
이러한 까닭으로 뿔이 있는 짐승은 발톱이 없고 날아다니는 새는 힘이 약하다.
子 - 부귀한 자는 어찌해야만 가족을 보전할 수 있습니까?
父 - 어려운 사람을 구해주고 급한 사람을 도와주며 외로운 사람을 구휼하고 가난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면서
음덕을 남이 모르게 베풀며 재물을 풀어서 사람을 구제하고 가족들에게 악의(惡衣)와 악식(惡食)으로 생활습관을 들이며
산야간 길성(吉星)이 비치는 곳을 가려서 토실(土室)을 짓고 돌로 베개를 삼으며 이름을 숨기고
그 마음을 굳게 지키면 절로 가족을 보존하는 길이 생길 것이다.
또한 아는 사람이 나타나서 도울 것이니 이 말을 어겨서는 아니된다.
만에 하나 이 말을 어기면 절대로 집을 보전할 수가 없을 것이다.
子 - 고결에 십승지지(十勝之地)가 있다고 했는데 십승지지에 들어가면 과연 가족을 보존할 수 있습니까?
父 - 십승이란 다만 물의 근원만 보고 말하는 것으로 가뭄이나 수해가 없어서
흉풍을 모르며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다.
비록 승지라도 맞는 곳과 맞지 않는 곳이 있는데 십승에 들어가 살아서 편안하게 집을 보존한다면
세상에 보전하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찌 그러한 이치가 있겠느냐. 피난의 근본은 다만 마음에 있으므로 선한 자는 살고 악한 자는 죽는다.
말세에 선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子 - 십승 밖에 길지가 또 있습니까?
父 - 십승 외에도 길에 적합한 곳이 있으나 치세에 길지가 있고 난세에 길지가 있다.
子 - 난세의 길지는 어디 있으며 치세의 길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또 전국에는 몇 곳의 치란의 길지가 있습니까?
父 - 치세의 길지는 36처요 난세의 길지는 24처다. 모두 격암유록에 기록되어 있다.
절대로 나쁜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되니 각별히 입을 조심하도록 하라.
子 - 치세의 길지 외에 난세의 길지가 있다는데 난세에 거할 수 없습니까?
父 - 그렇다.
子 - 난세에 거할 만한 곳을 무엇으로 증거 삼습니까?
父 - 난세의 길지는 다만 길성이 조임(照臨)할 뿐만 아니라 그때가 되면
현인과 지사가 자연 들어와서 살게 될 것이며 주민들도 그들의 도움을 받아 편안하게 살아가게 된다.
子- 중국은 이렇게 부흥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웃해 있으면서 부흥할 길이 없겠습니까?
父- 어찌 회복할 운이 없겠느냐.
비록 그러하지만 운에도 그 운이 있고 때에도 그 때가 따로 있으며 사람에게도 그 일을 맡아서 처리할 사람이 따로 있는 법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작기는 하지만 산천의 기운이 맑고 아름다우며 팔괘중 간(艮) 괘에 속해 있다.
천하의 모든 일이 간에서 시작되고 간에서 마치는 것이다.
황극유일(皇極唯一)의 운도 반드시 간방에서 시작되어 곤(坤)이 위에 가고 건(乾)이 밑에 오는
지천태괘(地天泰卦)를 이룰 것이니 하늘이 회복하는 이수를 이괘와 함께 내릴 것이다.
진주(眞主)가 간야(艮野)에 나타나서 백성을 어려움 속에서 건져내고 지도자를 멸망 속에서 구제해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 나라의 정치가 천하에 으뜸이 될 것이니 아름답지 아니한가.
子- 만약 세상을 구제할 진주가 있다면 어떻게 적국의 압박을 견디어 내겠습니까?
父- 이것도 이미 정해진 운에 따른 것이다. 한번 일어나고 한번 쇠하는 것은 모두 하늘의 이치에 미리 지정되어 있을 뿐이다.
子- 곡식의 씨를 삼풍(三豊)에서 구하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父- 삼풍이란 즉 물이 풍부한 곳이다. 말세가 되면 비록 부자라도 호의호식 때문에 생명을 보전하지 못할 것이다.
비유하자면 처마 밑에 깃들여 사는 제비나 새가 집에 불이 붙어 타는 것도 알지 못하고 새끼를 희롱하면서 즐기는 것과 같다.
안일에 젖어 있다가 갑자기 난을 당하게 되는, 손 쓸 방법이 없는데 어찌 망하지 아니하겠느냐.
말세에는 나라의 세금이 날마다 증가하여 백성들은 삶조차 생각할 수가 없다.
소나 말·개·가축 등과 술·담배·고기·소금 등과 가옥 도로 등과 초목의상 등에도 세금이 붙어서 사람에게 자유란 없다.
또한 명목도 없는 무리한 세금도 많아져서 어염(魚鹽)은 지극히 귀하고 땅값은 똥값이 될 것이니 어찌 집을 보전할 수 있겠느냐.
간혹 약간의 세전(世傳)한 재물이 있더라도 먼저 풀어서 급한 이를 구해주고
한산한 이름 없는 곳으로 피해가서 거하는 것이 상책이다.
질병으로 말한다면 먼저 기름낀 창자를 가진 자가 죽을 것이므로 약을 써도 효력이 없다.
부귀가 한 세상을 진동했는데 어찌 남은 복이 있어서 난세에 가족을 보존하겠느냐.
그러므로 부귀한 자가 시세를 알지 못함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子- 이 때에 병혁·질병·흉년으로 백조일손(百祖一孫)이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습니까?
父- 천조일손이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때는 일본과 중국이 교전하나 전쟁이 북쪽에서 일어나므로 우리나라에는 미칠 여지가 없다.
혹 군에 가서 죽은 사람은 있다.
그러나 전쟁은 없어도 백성들의 고통이 극심하여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저 일본의 힘이 줄어들고 중국이 득세하여 호병(胡兵)이 들어와서 천안 이북까지 이르게 되면
천리의 인영(人影)이 끊어지고 북지는 어육이 된다.
그래도 이것은 조그마한 근심이다. 일본과 중국의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확대되면서
만국이 기회를 엿보므로 세계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럴 즈음에 범(范)가와 곽(郭)가 두 장수가 북쪽의 군대를 이끌고 동쪽을 향해 쳐들어오게 되면
지나가는 자리에 개와 닭도 남지 않을 것이나 파주에 와서 이동(二童)의 손에 패망할 것이다.
그 뒤에 정씨 8명과 이씨 7명과 조씨 2명이 서로 다투어서 살육이 끝이 없고 피흘러 내가 될 것이다.
아! 이 나라 생명이 여기에서 끝이 나는구나.
8정 가운데 6인이 패망하고 7인 가운데 6인이 패망한다.
2조를 합쳐 5인이 다투다가 2인은 요동으로 달아나고 3인이 솔밭처럼 벌려서서
자웅을 결정하지 못하고 각각 한 곳을 지키게 된다.
이 때가 되면 천조일손이 되는 시기다. 슬프다. 창생이 어디에서 살아나겠느냐.
만일 땅을 가려서 혈거(穴居)하지 아니하면 비록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도 재앙이 미쳐서 옥과 돌이 함께 타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버리거나 살지 아니하는 곳을 찾아 궁하게 살면서 농사를 짓고
본심을 잃지 아니하고 문을 닫고 출입을 삼가야만 이 난을 면할 수가 있다.
땅을 가려 숨어 살며 머리에 상투를 보전하고 민족의 표시인 흰옷을 입는 자는 범곽의 난을 면할 수 있고
토실에서 궁하게 살며 하늘에 목숨을 빌고 진경(眞經)을 많이 외우면 8정의 난을 면할 수 있다.
子- 3인이 때를 얻으면 세상은 안정이 됩니까?
父- 그렇지 않다. 하늘은 더러운 덕을 싫어하는 법이다. 천명이 진주에게로 돌아가느니라.
子- 진주는 어느 때 나옵니까?
父- 추산해 보니 1553-86운에 자주빛 구름과 노란 안개가 사흘 동안 하늘을 가리고 남해에서 나와 배로 하동에 이르며
풍천을 거쳐 완산에 이른 뒤 도량을 금산사에 설치하고 삼걸만 제기할 뿐이니 창생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
적자같이 보호할 것이며 다시 요순세계와 같은 평화를 누리리라.
子- 이 삼걸을 제거하는데 병기를 씁니까?
父- 큰 성인이 일을 하시는데 어찌 병기를 쓰겠느냐.
도술로 웃으면서 제거하지만 그들은 제거당하는 줄도 모르고 끝이 날 것이다.
子- 삼걸에게는 신인도 헤아리지 못하는 재주가 있다는데 어찌 그리 쉽습니까?
父- 천명이 진주에게 돌아왔으니 하늘을 거스르는 자에게는 망함이 있을 뿐이다.
천인의 재주와 세상을 구제할 학문이 진인에게 따라다니니
곧 3존사와 12신인과 8백법사가 담소하면서 일을 처리할 것이므로 며칠 걸리지 않을 것이다.
子- 이때 인재는 옛날 제갈공명이나 강태공과 같은 분입니까, 아니면 이여송이나 한신 같은 사람입니까?
父- 바보스럽구나 너의 생각이. 제갈무후나 한신같은 이도 감히 비교할 수가 없거늘 하물며 이여송에게 비유할까.
오로지 신술(神術) 만을 사용할 것이므로 신인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子- 정씨의 운은 도술로 일어나고 도술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입니까?
父- 그렇다. 대저 정씨의 운은 귀신의 세계로 유불선(儒佛仙) 3도가 합쳐져 하나가 되는데
불이 진주가 되어 서로 죽이는 일이 없어진다.
불의 진리와 유의 예법과 선의 조화가 겸해서 그 도가 되니 계룡의 운에는 낮에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 가끔 있을 것이다.
아름답구나 이 운이여! 온 세상이 모두 연화세계가 될 것이다.
子- 인재가 이렇게 많다고 한다면 장래 자손 가운데도 성인될 자 있습니까?
父- 세 사람이 있으나 하나는 죽고 둘이 남을 것이다.
子- 동종 가운데도 혹 있다고 보십니까?
父- 4인이 있다.
子- 항렬로 말한다면 어느 항렬입니까?
父- 내(乃) 자항에 2인, 진(鎭) 자항에 2인, 환(煥) 자항에 1인, 순(淳) 자항에 2인이 있다.
子- 이 때가 되면 지각이 없는 사람이라도 때를 알 수 있습니까?
父- 그 때가 되면 계룡산에 붉은 구름이 둘러쳐지고 봉새가 와서 울며 3불이 탑에 오르고
초포에 물이 불어나며 양산이 크게 밝아지는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것으로 때를 알 수 있다.
子- 진경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습니까?
父- 격암유록에 분명하게 밝혀놓았다. 그러나 사람에게 바른 마음이 없으면 진경을 아무리 읽어도 효험이 없다.
子- 부친께서는 지리에 통달하셨는데 혹 자손을 위한 계책이라도 있습니까?
父- 길지는 복이 있는 자만이 만날 수 있다.
음덕을 쌓지 않은 자라면 힘으로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니 매우 어렵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격암홍수록(格庵紅袖錄)’과 나의 ‘마상록(馬上錄)’에 약간은 언급해 두었으니
후손 중 적덕한 자가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필(期必)할 수는 없다.
子- 말세에 땅을 가리자면 길흉을 알 수 없을 것이니 어떤 곳이 길성이 비치는 곳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父- 길지(吉地)도 마상록에 언급되어 있으니 복이 있는 자손이면 자연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처음 간행된 것은 1923년이다.
3·1운동 이후 일본에 대한 배척감정이 심화가 되자 일제는 조선 민족속에 뿌리 깊은 비결때문이라고 보고
그런 비결이 모두 위작이며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민심 수습책으로 ‘비난 정감록진본’을 펴내고 여기에 ‘초창결’을 첨부했다는 설이다.
이 책이 숙종∼영조시대에 집필되었다면 미래를 예언하면서 제시하는 상황이 너무나 현실과 일치하기 때문에
후세에 조작된 위서가 아닌가 하는 의혹도 따른다.
어쨌든 간행연대와 내용에 이르기까지 의문점이 많은 것이 ‘초창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