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간 들고 천사 바라보는 성녀 체칠리아
성녀 체칠리아(Santa Cecilia)는 음악의 수호성인이다.
그녀가 음악의 수호성인이 된 것은 16세기부터이며 1584년에 설립된
로마의 음악 학교는 성녀 체칠리아를 수호성인으로 택했다.
정명훈 선생이 지휘했던 로마의 오케스트라 이름이 산타 체칠리아였고,
오늘날에도 교회의 성가대 중에는 체칠리아 성가대라는 이름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성녀 체칠리아와 음악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이 성녀를 음악과 연관시키게 된 것은 5세기에 전해진
한 전설의 잘못된 번역에 기인한다고 한다.
‘황금전설’은 성녀 체칠리아에 대해 자세히 전하고 있는데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체칠리아는 3세기 경 로마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늘 성경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그녀는 하루 중 기도를 드리지 않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으며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종신서원도 하였으나 부모님은 그녀를 결혼시켰다.
결혼식 날 오르간이 울려 퍼지자 체칠리아는
“주님, 제 몸과 영혼이 순결하도록 지켜 주소서”라며 기도를 올렸다.
체칠리아가 음악의 수호성인이 된 것은 바로 이 부분 때문이라고 한다.
결혼식 날 그녀는 아름다운 금사로 장식된 예복을 입었지만 속에는 거친 삼베옷을 입었다.
신랑과 첫날밤을 치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신랑의 이름은 발레리아노였다.
첫날 밤 둘만이 있을 때 체칠리아는 남편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해주었다.
“나에게는 내 몸을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있습니다.
만일 내게 손을 댄다면 당신은 꽃다운 청춘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천사가 나를 돌보듯 당신을 돌볼 것이며,
그의 영광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러자 발레리아노가 말했다.
“나에게 그 수호천사를 보여주시오.
당신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내게 요구한 대로 하겠소.
그러나 만일 그가 남자라면 그와 당신 두 사람 다 내 손에 죽게 될 것이오.”
“하느님을 믿고 세례를 받는다면 주님의 천사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체칠리아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아피아 가두에 가서 우르바노라 불리는 노인을 만나거든
체칠리아가 보내서 왔다고 말하고 세례를 받으세요.
그분은 당신을 깨끗이 해줄 것이고 돌아오는 길에 천사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성녀 체칠리아를 그린 가장 유명한 그림은 라파엘로의 이 제단화일 것이다.
모두 다섯 명의 성인이 등장하는데
왼쪽부터 성 바오로, 요한, 중앙에 체칠리아, 아고스티노 그리고 마리아 막달레나이다.
성녀 체칠리아는 결혼식날 입은 복장인 듯 비단에 수를 놓은 귀한 옷을 입고
오르간을 들고 천상에서 합창하고 있는 천사들을 바라보고 있다.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성녀의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 장면은 이후 몇 세기 동안 화가들이 모방하여 그린 명화 속의 명장면에 속한다.
특히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화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성인들이 하늘을 향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렸는데 그 원형이 바로 이 작품에서 유래했다.
라파엘로는 이 작품에서 성녀 체칠리아의 모습을
고귀한 종교적 엑스타시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성녀의 발아래에는 바이올린을 비롯한 각종 악기가 흩어져 있어서
체칠리아가 음악과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체칠리아가 음악의 수호성인이 된 것은 라파엘로의 이 그림이 그려진 이후라고 한다.
가톨릭신문 l 2010.05.09 l 고종희 교수
그림설명 l Good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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