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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유품상자에서 외할머니 것이라고는 생각 되어지지 않는 '야구공'이 나왔다.
낡았지만 잘 관리 된 야구공.
할머니를 담당했던 간호사에게 물으니 입원할 때부터 갖고 있던 할머니 물품이 맞단다.
할머니와 야구공이라..... 어울리지 않는다.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은 것인가?
그런데 야구공이 요즈음 야구공과 생김새가 다르다.
손녀 윤경은 할머니의 야구공에는 이시이 마사요시( 石丼正義 )는 글이 씌여있고 그것이 1940년대 일본 여름 고시엔(전국 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의 공인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큐채널 PD인 그녀는 <식민지 조선의 야구 소년들>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촬영 감독 석현과 야구공의 사연을 쫒기 위해 부산, 오사카, 도쿄를 잇는 현지로케이션 촬영을 떠난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다.
1940년대에는 石丼正義 사에서 만든 야구공이 쓰였다는 것, 제26회 여름 고시엔에 식민지 조선의 학교가 출전했던 것도 맞다. 그러나 영산이라는 도시, 영산상고, 서영웅이란 야구선수는 물론 대부분의 인물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졌다.
이 책을 읽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야구를 모르는 내가 야구용어에 어려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의 책읽기를 더디게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당시 일본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산에서 출발해 시모노세키로 도착하는 관부연락선을 타야했다. 일본 땅에 발을 딛기 위해서는 도항증명서가 있어야했는데 도항 증명서는 일본식 이름을 가진 자에게만 발행이 되었단다.
일본식 이름을 갖는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성씨만 두 글자로 바꾸는 경우와 성과 이름 모두를 바꾸는 경우.
우리의 시인 윤동주가 '히라누마 토오쥬'가 된 이유도 일본 유학을 위해 도항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란다.
나의 아버지.....
일본 탄광에 징용을 갔다가 다쳐 귀국을 했다. 우리 아버지도 관부연락선을 탔을거고, 일본식 이름을 갖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일본식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누가 아버지의 일본식 이름을 만들어주었을까? 창씨개명을 했다고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여러 생각들이 얽혀 책읽기는 더뎌졌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해방이 되었지만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그리는 노래란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1958년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어느 날, 영산상업고등학교 운동장에 서 있는 외할머니를 처음 보았다고 외할아버지는 말씀하셨었다. 할머니는 그날 거기 갔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윤경은 왠지 자신이 그 비밀을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1940년 여름 고시엔에 참가한 학교는 영산상고, 그 곳의 투스는 서영웅(요우치 히데오)다. 그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 된 사람이다. 그는 창씨 개명을 했고, 1940년 여름 고시엔 대회에서 대표로 선서를 했고 일본천황 앞에서 만세 삼창을 했으며 독립운동을 소탕하는 일본군대에서 복무했고 탈영을 했고 감옥을 다녀온 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에 입단했고 1958년엔 일본으로 귀화를 했다.
윤경과 석현은 서영웅의 흔적을 찾아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간다.
1940년 개막전은 일본천황이 친람한 경기였고 갑자기 일정이 변경 되어 영상상고는 개막전을 치르게 된다. 영웅의 실투로 조기 강판을 했지만 천황이 떠난 7회부터 영웅 다시 마운드에 올라 완벽한 투구를 보여준다.
여름 고시엔 대회가 끝나고 2차 세계대전이 치열해지자 식미지 젊은이들은 강제 징집에 들어가고 서영웅도 일본군에 입대를 하게 된다. 천황의 무조건 항복이 발표 되기 직전 영웅은 탈영을 했고 수감 생활을 한다.
서영웅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격동기 상황들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서영웅이 왜 탈영을 했고 그가 일본으로 귀화하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가 쫀쫀하다.
갑자기 무국적자가 되어버린 서영웅.그리고 한일 외교단절이 주는 의미.
두 나라를 오고 가기위한 서류를 꾸미기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 영웅의 심정.
역사의 씨줄과 날줄 사이에 목메이는 그리움과 절망.
작가가 펼쳐보이는 스토리의 힘은 강하다.
가끔은 지나친 친절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행간에서 느끼는 김순영과 서영웅의 인생 이야기는 가슴 아프지만 아름답다.
첫댓글 고시엔야구대회 몇주전 뉴스에서 많이 나오던데...
그 시대를 살아나온 분들 가슴이 아리고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 입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