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은 언제나 주검은 낯설다.
주검과 사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주검은 언제나 낯설기 때문이다. 설사 가족이나 이웃의 주검이라고 해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나는 결코 잠든 것 같은 죽음을 상상할 수가 없다. 잠은 이승의 것이다. 어쩌면 '죽음'조차도 이승에 속해 있는 그런 것이다. 그러나 주검만은 결코 이승의 것일 수가 없다. 그것은 이승 밖의 어딘가로 떠나버린 사람들만이 남길 수 있는 그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자(死者)의 얼굴은 낯설고 외경스럽다. 그에 관한 어떤 기억도 무력할 뿐이다. 생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너무나 차갑고 낯선 얼굴인 것이다. 그 위에 다 서둘러 한 삼태기의 흙을 끼얹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147쪽)
이토록 주검에 대해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가족의 주검을 마주하면서 얼마나 낯설었는지... 슬픔에 겨워 타인의 눈으로 한발짝 떨어져서 볼 경황이 없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주검을 떠올리면 낯설었던 강렬한 느낌과 생전에 결코 볼 수 없었던 차갑고 낯선 얼굴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주검만은 결코 이승의 것일 수가 없고 이승 밖의 어딘가에 떠나버린 사람들 만이 남길 수 있는 그런 것...
누구나 모두 겪는 일이고 나또한 가야할 길이지만, 주검은 결코 이승의 것일 수가 없는 것.. 받아들일 수가 없는것이다.
「장난감 도시」이동하, 문학과지성사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