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지치고, 늘 피곤하다
나를 찾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나는 그저 사물일뿐인데,
오늘도 안경낀 낯선 여성이 팔장을끼고 내 주위를 몇 바퀴나 맴돌다 갔다.
그녀는 수필을 연재하는 작가였다
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 큰 듯 보였다.
한참을 내 주위를 맴돌다 슬핏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나를 요리할 적절한 레시피가 생각난 것일까?
나에게 선택권은 없다.
나는 다만 사물일뿐.
시인들도 가끔은 찾아온다
그들의 시선은 더 집요하다.
녹여볼까? 조각낼까? 어디에다 방점하나 찍어볼까?
나는 결코 나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은 나의 일부만 데려간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이들은 화가다,
그들은 가볍게 쓰윽 나를 스케치해서는
덧칠하고 또 덧칠하곤 한다
나와 빛의 각도를 측정 한다며
나를 이리저리 옮겨 놓는다.
현기증이 난다
나는 다만 사물일뿐.
때론 나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고
눈 인사도 건네지 않고
나에게 후레쉬만 펑펑 터뜨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눈이 부시다
나는 그저 사물일뿐,
언젠가 측은한 듯 날 바라보던
한 젊잖은 시조시인이 생각난다
안심해도 된다고
운율과 추임새로
나를 춤추게 했던 그는
내가 그저 사물일 뿐임을 눈치챈
만나기 힘든 현자였더라
첫댓글 우주의 시선으로 본다면 우리는 모두 같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도 그렇지만
자주 지치고 피곤한 건 사물이기 전에 사람이라 그렇겠지요.^^
우리 함께 힘내요.^^
현자를 만나셨군요
이 사물이 뭘까요?
라고 묻는다면 시를 모르는 사람이겠거니,
나는 다만 사물일 뿐인데,
집요한 욕망과 관찰을 꿰뚫어 보는 감각이 매혹적이고,
묵직한 시선이 날카로운 '시' 입니다.
사물을 의인화 해봤습니다.
사물의 입장이 되어ㅎ
댓글이 한편의 시인듯 합니다
나는 사물일뿐 이래서 소장님을 사물화했나 하는 얕은 해석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