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물이 그 지역의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지리적 환경과 살아온 역사가 다르면 사람들의 기질 또한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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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상하이 상인 | 똑똑하고 계산적이면서도 치밀한 성품이다.
| 상하이는 ‘바다로 나아가자(上海).’라는 이름의 뜻대로
중국 대륙 1만 8000㎞의 해안선 한가운데에 있다.
중국 사람들은 상하이라는 창문을 통해 서양을 바라보고,
서양인들 또한 상하이의 눈을 통해 중국을 체험하고 인식해왔다.
중국 전통문화와 계획경제의 흐름을 무시할 만큼 자유분방한 국제도시가 바로 상하이다.
그러면 상하이 상인들은 어떤 기질을 갖고 있을까.
서양 문물이 들어오는 창구 역할을 해온 상하이 상인들은
계산적이고 치밀한 성품과 실용주의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
까다롭게 따지고 확인하지만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엄격히 지키며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다.
저자는 상하이 상인에게는 매판(=외국 상관이나 영사관 등에서 중국상인과 거래할 때 중개역으로 고용한 중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다.
그것은 오늘날 ‘신(新)매판’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2.톈진 상인 | 포장에 치중하기보다 품질향상에 전력을 다한다.
●문벌과 신분을 중시하는 베이징 상인 ‘황궁의 발치’에 있는 베이징 사람들은 중국에서 가장 정치를 숭배하는 사람들이다.
일찍이 중국 작가 라오서(老舍)가
“베이징의 일반 서민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벼슬에 눈이 먼 ‘관료광’이다.”라고 개탄했을 정도다.
상인들도 관료적인 풍모를 띤다.
정치에 민감한 베이징 상인의 특징은 협상 상대방의 문벌과 배경,신분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3.둥베이 상인 | 솔직하고 유달리 직선적이어서 불만이 생기면 그 즉시 털어놓고야 만다.
중국인들은 누구나 체면을 중시한다지만 둥베이(東北) 사람들의 체면의식은 남다른 데가 있다.
둥베이 상인들은 전형적인 중국 북방 기질을 지니고 있다.
체면이 서는 일이라면 터진 바지 밖으로 엉덩이가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호방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업할 때는 자신만만한 그들의 ‘허풍’을 조심해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통이 큰 만큼 그들의 속임수 또한 대담하기 때문이다.
광둥 사람은 돈을 벌지 못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어떤 격식에도 구애받지 말고 돈을 벌라.”는 것이 그들의 격언.
하늘을 흔들어서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주저없이 그렇게 할 사람들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7.안후이 상인 | 한 손으로 돈을 만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붉은 관모’를 잡으려 한다.
안후이(安徽) 상인은 유상(儒商)의 본고장답게 장사를 하면서도 유학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손으로 돈을 만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붉은 관모’를 쓰려 한다.
불이익은 참아도 불의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옛 유상의 상도와 선비의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공부를 한다. ‘주상야독(晝商夜讀)’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쓰촨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농업을 중시하고 상공업을 천시해 경쟁 자체를 꺼린다.
거래에서도 군자의 품위를 지키려 하며 한번 속인 사람은 절대로 믿지 않는다.
중국에는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 제일 먼저 후난(湖南)이 어지러웠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후난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을 재빨리 읽어낸다.
후난 상인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며 반응도 빠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후난에는 상인은 있어도 동향 상인들의 친목을 다지는 상방(商幇)은 없다고 말한다.
책은 이밖에 베이징으로 들 어가는 ‘바닷나루’이자 관문인 톈진(天津) 상인의 선비 같은 기품,
잔꾀를 잘 부리고 박리다매를 전략으로 내세우는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溫州) 상인,
한약재의 집산지로 유명한 산시(陝西) 상인 등의 면모도 소개한다.
●中 상인 공략하려면 지역별 세분화 필요 중국의 상인들은 예로부터 ‘상인종(商人種)’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상술을 갖고 있다.
책은 지금이야말로 중국 상인에 대해 ‘세분화’전략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추상적이고 표준적인’ 중국인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지역화된’ 중국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들을 바로 알지 못하면 “잘 익은 오리가 하늘로 날아가버린다.”는 그들의 속담처럼
친분을 쌓을 수도, 장사를 하기도 어려우며
애써 성사시킨 거래마저 자칫 허공으로 날려보내기 십상이다.
이 책은 중국의 경제·역사 전문작가가
중국 전역 상인들의 특성과 기질을 분석한 최초의 조사 보고서란 점에서 우리로서도 참고할 만하다.
1979년에야 빗장을 연 중국은 지난 25년간 경제성장의 가도를 질주해왔다.
13억 인구의 거대 국가 중국은 ‘기회의 땅’이 됐다.
한ㆍ중 수교 12년째, ‘차이나드림’을 꿈꾸며 중국 대륙으로 향하는 한국사람, 기업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수교 원년인 92년 한국의 중국 투자규모는 1억4,000만 달러(약 1,660억원)였으나,
지난해에는 13억4,4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로 11년 만에 10배가 됐다. 그동안의 교류를 통해 깨달은 사실은 중국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정착에 실패하고 유턴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진출 국내기업의 투자건수 대비 철수건수 비율이 95년 0.71%에서 지난해 2.40%로 늘어났다.
경제ㆍ역사 전문작가로 활약하며 중국 신지식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천관런(陳冠任)은
중국을 상대할 때 흔히 범하는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중국을 상대할 때 ‘하나의 국가’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하나의 국가 내에서도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문화, 민족, 역사가 혼재된데다
일찍이 형성된 10대 상방(商房)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며
지역마다 상인들의 기질도 제각각이다.
중국 경제ㆍ무역ㆍ금융의 수도 상하이(上海)는
서구문물의 창구였던 만큼 사람들도‘서구화된 중국인’이다.
베이징(北京) 상인들은 체면과 형식을 중시하는 반면,
상하이 상인들은 치밀하고 실용주의적인 서양인에 가깝다. 때문에 상하이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면
일단 성사된 계약을 존중하는 등 서양에서 통용되는 사업관행을 따르는 것이 좋다.
베이징 상인들은 정치에 민감한 만큼
사업상 거래를 할 때도 정치를 논하며 관료적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중국 북방의 기질을 타고난 둥베이(東北) 상인들은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스타일.
비즈니스 자리에서 함지박만한 사발로 상대가 기절할 때까지 술을 권하며 호방함을 과시하고, 허풍도 세다.
광둥(廣東) 상인들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지만, 역으로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대담하게 나온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모험을 시도해볼 만한 사업파트너다.
‘돈이 최고’라는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홍콩(香港)사회에서는 치열하게 돈 벌고 열심히 즐기고,
성실과 신용을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여기는 타이완(臺灣) 상인들은 약속을 어기는 순간 모든 거래가 물건너가기 때문에 신중하게 약속하고 일단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 원칙.
중국의 옛 속담에 “한 지역의 물이 그 지역의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중국은 한 성(중국의 행정구역)의 인구만 해도 1억명이 될 만큼 넓고
각 지역에 따라 자연환경과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지역마다 사람들의 문화와 언어도 다르다.
중국의 경제·금융 중심지인 상하이 상인은
‘하이파이’(바다와 같은 개방파)라고 불릴 만큼 실리주의적 가치관을 갖고 있고,
‘먼칸징’(고단수)인 만큼 받은 만큼만 갚는 것이 예의다.
따라서 상하이 진출을 원하는 사람들은
상품의 품질로서 승부를 겨루고 거래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반면 베이징 상인은 ‘관료광’이라고 불릴 만큼 정치를 숭배하고 권력을 의식하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거래할 때는 대기업과 유명 브랜드를 이용하고,
기업의 회장이나 사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80년대 중국 광둥지역 상인들은 100위안짜리 상품에 800위안, 높게는 1000위안 가격을 표시한 후
그 밑에 50% 특별 할인 혜택을 적어 놓았다고 한다.
구매자는 적정한 상품 가치에 대해 갈피를 못잡은 상태에서 흥정에 매달려야 한다.
그러나 윈난의 경우는 다르다.
어느 시장에서도 바겐세일, 출혈 판매, 최저 판매 등의 문구를 보기 힘들다고 한다.
대부분 성실하고 정직하게 돈을 버는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국인이라고 모두 한결같지는 않다.
특히 상인의 경우 그저 장사에 도가 튼 사람들이란 정도로 그들을 일반화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저자는 과거 중국 상인들이 형성했던 '10대 상방'에 대한 얘기부터 들려준다.
예컨대 산시 상인은 재정관리에 밝아 독창적 금융기관을 만들었고,
후이저우 상인은 상업과 학문을 결합했다.
광둥ㆍ푸젠 상인은 해상 무역에 역점을 두고 상인과 해적을 조직했고,
장시 상인은 소자본 경영에 능했다.
'천하 제일의 상인' 이란 별칭의 19세기 거상 '호설암(胡雪岩)을 키워낸 저장 지역 상인들은 또 어떤가.
저자는 "저장 사람은 사교적이며 인간관계에 능하다 "고 단정한다.
"그들과 상대할 땐 감언이설과 함께 환심을 사려는 행동을 주시해야 한다" 며
"저장 상인이 아무리 칭찬을 늘어 놓아도 정신 바짝 차리라"고 말한다.
베이징 상인은 또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그들은 중국에서 가장 정치를 숭배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영향 때문인진 몰라도 베이징 상인은 협상 상대방의 문벌, 배경, 신분을 중시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들과 상대하려면 관료적 분위기를 풍겨야 한다.
또 하나 그들과 협상할 때는 정치를 논해야 성공할 수 있다.
상하이(上海) 상인이 ‘실용주의 감각이 뛰어난 해외개방파’라면
톈진(天津) 상인은 과학을 숭배하고 인재를 아끼는 편이며,
둥베이(東北) 상인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성향을 갖고 있다.
또 베이징(北京) 상인과는 정치를 논해야 협상이 되며,
허베이(河北) 상인은 순박하지만 게으르다.
저자는 많은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가
중국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을 상대할 때 ‘하나의 국가’로 상대하면 오산이라는 것.
수많은 민족과 종교, 문화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중국 각지 상인의 성격, 기호, 문화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외지 기업가들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인은 술을 잘 마신다’
‘중국인은 이재(理財)에 밝다’
‘중국인은 속을 알 수 없다’….
단편적인 인상만으로 중국 상인에게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친분을 쌓기는커녕 다 된 거래마저 놓치기 십상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잘 익은 오리가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먼저 우리와 거래가 많은 산둥(山東) 상인들을 들여다보자.
동의하지 않을 이도 있겠지만, 중국인의 기준으로 볼 때
산둥 상인은 규율을 잘 지키고 착실한 편이다. 반면 고지식하다.
산둥을 여행하던 남방 사람이 대파 더미를 쌓아놓고 파는 상인을 보고 말했다.
“이렇게 큰 대파를 누가 한 근씩 산단 말이오? 더 작게 나누어 팔면 되지 않소?”
산둥 상인은 대답했다. “산둥의 대장부는 작은 일에 꾀를 부리지 않소.”
저자는 산둥 상인을 대할 때
겉으로라도 ‘금전보다 의리’라는 태도를 보이고, 협상 중에는 말을 돌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우리에게 산둥보다 심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이 둥베이(東北) 3성.
이곳 사람과 산둥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술의 양을 정하지 않고 마신다는 것.
이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억지로라도 마셔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배운 술자리 매너를 광둥(廣東) 상인들 앞에서 실습했다가는
역시 ‘하늘로 날아가는 오리’를 쳐다봐야 할지 모른다.
둥베이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호쾌하다는 것.
‘동북 호랑이(東北虎)’라는 말이 있듯이, 거짓말을 하거나 깔보았다가는 ‘호환’을 당하기 십상이다.
반면 사기를 쳐도 적은 금액으로는 치지 않는다.
특히 자격증을 속이거나, 적은 금액을 놓고 큰돈이 마련되었다고 큰소리를 탕탕 치는 일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다.
광둥 사람의 특징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는 것.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제안하면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인다.
미신과 풍수를 좋아한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저자의 고향인 후난(湖南) 사람은 어떨까.
통이 커서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그런 만큼 협상 전에 ‘효율성’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