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날씨~ 참 변화무쌍하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억수로 쏟아붓더니.. 오늘은 살이 타들어갈 듯.. 해가 쨍쨍~~ 하늘은 유리잔처럼 투명하다. 제주에 오기 전, 김영갑선생님의 '그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 내가 가보지 않은 올레 코스 중 김영갑갤러리를 경유하는 3코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3코스 경로(총 22Km, 6~7시간)
온평 포구- 온평도댓불(옛날등대)- 중산간올레- 난산리- 통오름(9km)- 독자봉- 삼달리- 김영갑갤러리(14km)- 신풍리-신풍,신천 바다목장올레(17km)-신천리 마을올레- 하천리 배고픈다리(20km)-표선1,2백사장-당케포구(22km)
총 22km구간 중, 온평포구에서~ 김영갑갤러리까지 14km구간만 걸었다. 그런데도 무려 4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아마도.. 이 구간은 바닷길이 아닌 산간지역으로 2개의 오름을 오른 탓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것 같다.
11시 27분, 늦잠을 실컷 자느라.. 좀 늦은 시각에 출발하였다. 2코스 끝지점이자, 3코스 시작지점인 '온평포구'를 출발하여 올레길을 걷기 시작한다.
한친가? 오징언가? 맛나겠당~^^ 바다에서 시작된 올레길은 곧바로 마을 안쪽 길로 들어선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그리고 길가에 서있는 나무와 풀들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고요한 이 길이 나는 좋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저어기를 돌아서면 또 어떤 길이 펼쳐질까~ 기대된다.
그런데 나무 밑에서 반짝이는 건? 앗~!!! 이거이거.. 어릴적 시골에서 요맘때쯤에 논두렁밭두렁에 엄청 많이 자라는 녀석들인데..
이것 보라요~^^ 이게 뭐게요~ㅎㅎ
어렸을 적엔 이걸 그냥 "딸"이라고 불렀는데.. 기다란 풀줄기를 뽑아서.. 그걸로 꼬챙이 삼아~ 주렁주렁 가득 꿰어~~ 집에 오는 길에 냠냠!~ 배불리 실컷 먹고오곤 했었는데.. 그 어릴적 생각이 났다. 그래서.. 연신.. 길바닥에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린 요녀석을 따서 먹고, 또 먹고~ㅎㅎ 새콤달콤 너무 맛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을 올레길...
평화로운 난산리 마을 풍경이 내 마음까지 평화로 가득 물들인다. 어쩌다 마주친 동네 어르신~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제주 사투리를 너무 심하게 쓰셔서 잘 알아듣진 못했지만.. 그래도 따뜻한 미소와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였다.^^
하늘은.. 어쩜 이리도 맑은지!!! 이런 하늘.. 또 언제볼까싶어서.. 가슴속 깊이깊이 담아두려고.. 하늘만 쳐다보고 걸었다.^^
전날 비가 많이 온 탓에.. 길바닥에 물이 가득 고여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듯 깡충깡충 뛰어간다. 어린아이가 된듯하다.^^ 통오름 입구에 도착하니 1시 17분이다.(여기까지 1시간 50분 소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아름다운 두분과 동행하게 되었다. 혼자서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보려고 했는데.. 좀 많이.. 아쉽긴 했지만.. 이런 뜻하지 않은 만남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통오름을 오르는 길.. 모든 오름이 그렇듯이.. 조금만 올라서도~ 탁 트인 제주의 아름다운 평야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야~~ 멋지다.. 아주 조금 올라왔을뿐인데... 이렇게 낮은 곳에서도... 이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니~!!!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짜슥들~~ 응가마저도 귀엽게 느껴지네~ㅋㅋ
통오름을 내려가는 길.. 하늘을 수놓은 구름들이 어쩜 저리도 아름다운지.. 가던 길을 멈추고 자꾸만 바라보게 한다. 1시38분.. 올라서 내려가기까지 겨우 20분 정도? ㅎㅎ 통오름은.. 이렇게 앙증맞은 오름이다.^^ 그래서 난.. 이런 오름이 좋다~^.^*
오름을 내려가다 뒤돌아보니.. 하늘이 너무 이뻐서.. 도저히 발길을 뗄 수가 없다. 다시 저어길 올라서면.. 저 하늘의 구름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어쩜 저리도 이쁘냐~~~
나.. 여기에 서 있었네.. 아름다운 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장 찍고~^^
이제 독자봉을 향해 출발~~~^^
와앙~~~ 이쁘당~~~ 이쁘당~~~ 저 녀석이 계속 나를 따라오네.. 내가 맘에 들었나봐~ㅎㅎ
안녕~~~ 난 계속 가봐야 해.. ^.^
1시51분.. 독자봉 입구.. 이곳은 소나무가 꽤 많은 오름이다. 숲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향긋한 초록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음~~~ 좋아좋아~~^^
길가에 핀 작은 꽃들과 잠깐 눈맞춤도 하고~^^ 반가운 올레 싸인~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길이다.
독자봉엔 나무들이 너무 많이 우거져 있어서.. 시야가 제한적이다.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어찌나 반가운지~!!!
방금 올랐던.. 독자봉을 뒤로 하고.. 이제 삼달리를 향해~GoGo!!!
멋지다.. 오늘 하루.. '멋지다'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쏟아내었을까? 제주는 늘 내게 이렇게 많은 선물을 안겨준다. 늘.. 이렇게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는 선물들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그러니.. 이런 제주를.. 어찌 늘 보고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난 제주도가 좋다! 특히... 이렇게 자연을 마음껏 누리고, 온몸으로 느끼며 기뻐할 수 있는 올레길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
오후 3시 2분.. 이제 오늘 올레길의 마지막.. 성산읍 삼달리로 들어선다. 그리고 이곳 마을에 위치한 김영갑 갤러리까지..
이곳 갤러리에서 50분 정도 둘러보고... 오늘의 기록도 남기고.. 갤러리 감상글은 다음 글에 남기련다.
김영갑 갤러리 앞에서 두분과 작별하였다. 제주도가 너무 좋아서, 얼마 전에 제주도로 이사와서 이곳에 새 삶을 꾸리셨다는 아름다운 두분.. 친구처럼.. 나란히 손잡고 같은 길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것.. 그거..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축복이 아니지 않은가.. 부러웠다.
식사는.. 3코스 끝지점인 당케포구의 허름한 어촌식당에서~ 시원한 한치물회 한그릇! 하루종일 못먹은 탓에.. 남김없이 모두 꿀꺽~ 음~~ 맛나다.^^
다음에 제주를 다시 찾을 땐.. 아마도 억새가 가득한 가을이 될 것 같다. 그때.. 다시.. 아직 걷지 못한 올레길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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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햇살같은 여행을 꿈꾸며 원문보기 글쓴이: 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