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사냥, 1884년, 배창호
지금으로 말하면 찌질한 병태가 술집여자를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받쳐 투쟁한 2011년의 정서에선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다. 당시엔 이질적으로 다가왔던 병태의 모습이 나이가 들어 보니 이해가는 면이 있다. 사랑이든 성공이든 무엇을 이루기 위해선 처절하게 매달려야만 하는 거니까... 아직도 안성기가 생으로 입에 집어 넣던 낙지의 장면은 강하게 각인돼 있다.
젊은남자 ,1994년, 배창호
당시 떠오르던 신인이었던 이정재와 배역이 잘 맞았던 느낌. 야망이 큰 3류 모델이 주변 여자를 이용해 톱스타가 되려하나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마는... 요즘 신인 모델들의 자살을 볼 때면 이 영화가 생각난다. 이정재가 차를 세우고 담배를 피워물던 장면은 모델스럽게 폼나게 죽음을 맞이하려던 주인공의 심리가 잘 반영되었던 것 같다.
블랙달리아, 2006년, 브라이언 드 팔마
범인을 쫓는 방식과 살인을 둘러싼 형사의 고민과 갈등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표현돼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과 관계했던 여자의 추악한 면을 알게되자 총으로 쏴 죽인다. 그리고 동일 사건과 관계된 죽은 동료형사의 아내를 찾아가는 주인공. 그녀의 뜰에서 살해된 토막난 여배우의 사체와 까마귀의 환영을 보며 현기증을 느끼는 주인공. 그가 죽인 여자나 그가 찾아간 여자나 사건과 연관이 있으나 확실한 살해자인진 알 수 없다. 약간 '살인의 추억' 헐리우드 버전같은 개인적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