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청자에 문양을 나타내는 기법은 매우 다양하다. 청자에 색을 사용하지 않고 문양을 나타내는 음각, 양각, 투각기법이 있으며 안료를 사용한 철화, 퇴화, 동화 기법, 그리고 고려청자의 특징이 되는 상감기법이 있다.
음각·양각·투각 기법
청자 가운데 문양은 있지만 청자의 기본색인 비색 이외에 다른 색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순청자라 하며 여기에 문양을 넣은 방법이 음각·양각·투각 기법이 있다. 이들 기법은 상감 기법을 이용하여 그릇을 본격적으로 장식한 12세기 중후반 경까지 청자 장식의 주 기법으로 이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청자를 제작하기 시작한 후 얼마 동안은 문양이 없는 청자가 일색이었으나, 대략 10세기 후반부터 기면 장식을 위한 문양이 나타나는데 이때 사용되어진 기법이 음각기법이다. 나타내고자 하는 문양을 조각칼과 같은 도구로 기면에 흠을 내는 이 기법은 처음에는 중국의 영향으로 나타난 국화당초문이나 간단한 연판문 등에 이용되지만 이후 식물이나 동물, 자연, 그리고 상상 속의 동, 식물 등에서 얻은 다채로운 소재를 표현하는데 이용된다. 음각은 가늘고 예리한 선에서 부드러운 선으로 변하며 12세기 중엽 경에는 조각칼을 옆으로 뉘어 각을 함으로써 선이 긁어지고 반양각처럼 보인다.
양각기법은 문양 주변을 조각칼로 파내어 마치 부조와 같이 도드라지게 하는 방법이다. 음각기법의 문양보다는 화려한 문양을 나타내는데 주로 이용된다. 양각기법은 틀(도범)을 이용하여 찍어냄으로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를 인각 또는 양인각이라 한다. 이 기법은 문양의 섬세한 세부선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 대체로 음각기법과 함께 이용된다.
투각기법은 시문 과정이 까다롭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체로 고급청자를 장식할 때 사용된다. 문양의 외곽을 완전히 파내는 이 기법은 베개나 장식대, 향로의 뚜껑 등 특수한 용도에만 사용되며 건조와 번조 과정에서 파손되기 쉬워 선별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상형기법은 말 그대로 인물이나 동·식물의 형상을 본떠서 만든 것을 말한다. 상형기법으로 만든 청자는 모본이 되는 형상의 대표적인 특성을 간결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어는 경우에는 모본보다 강한 느낌을 준다. 상형청자에는 연꽃, 대나무, 죽순, 참외, 복숭아, 사자, 기린, 오리, 원숭이, 오룡, 해태, 인물 등 매우 다양하다. 자칫 복잡, 화려하거나 추상화 또는 양식화되기 쉬운 소재들을 자연스럽고 유려하게, 그리고 지나친 장식이 없이 고려 청자 본래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상감기법
고려청자의 장식 기법 중에서 가장 독창적인 것이 상감 기법이다. 이는 청자에서 비색을 완성시킨 것과 같은 커다란 발전이었다. 상감기법은 시문구로 그릇 표면에 나타내고자 하는 문양을 새긴 후, 그 안을 흰 흙이나 붉은 흙으로 메꾸고 유약을 입혀서 구워내면 백토는 희게, 붉은 흙은 검은 빛을 띠게 되어 문양을 선명하게 나타내는 기법이다. 상감청자는 유약이 완전히 녹아 경도가 높아짐에 따라 유약에 얼음의 갈라진 금 모양의 무늬가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하여 상감청자에는 유약의 질감뿐만 아니라 색감과 문양에서 중국 청자는 물론 순청자와도 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 기법은 청자의 바탕 흙에 성질이 다른 흙을 첨가하기 때문에 이들 흙이 유약과 서로 조화를 이루었을 때만이 가능하며, 잘못하면 문양이 녹아서 유약이 흡수되거나 유면에 빙렬이 너무 많이 생겨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다른 재질을 사용해서 표면에 문양을 새겨넣는 기법은 동시대 목기의 나전기법이나 금속기의 입사 기법과 유사하여 이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 이해되고 있지만 청자의 음각과 철화 및 퇴화 기법을 함께 응용 발전시킨 것으로도 이야기되곤 한다. 이러한 상감 기법의 자기편은 10세기 말에서 11세기 초에 제작활동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되는 청자와 백자가마터에서 적은 양이 발견되고 있으며, 12세기 중후반부터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다. 상감기법은 처음에는 음·양각 기법과 함께 이용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청자 장식의 주도적인 기법이 된다.
상감 청자에는 그 기법에서 세계 도자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일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법을 이용하여 나타낸 문양이 당시 고려인의 마음을 세계를 담았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철화·퇴화 기법
고려 청자에서 독특한 유형을 확립한 것이 철화청자이다. 철화기법이란 그릇 표면에 철분을 주성분으로 하는 안료를 문양을 그린 것으로 유약을 입혀 구워내면 문양이 검게 나타난다. 철화청자는 환원염번조를 기본하는 하는 청자의 범주에 속하나 산화염으로 번조되어 갈색을 띠는 예가 많다. 이 기법은 4세기 경 중국 월주요에서 제작된 철반문 청자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그 전통이 계속되지 않았던 것에 비해 고려에서는 초기 청자에서부터 나타나서 이후 독특한 시문기법의 하나로 지속적으로 발전되었다. 12세기에 일시적으로 중국 송나라 자주요의 영향이 감지되는 것이 있긴 하나 대개의 문양은 역시 고려 고유의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려 철화청자의 특징은 순청자나 상감청자와 같은 아름다운 비색이나 문양의 공예의 장으로서의 세련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양은 대체로 주저 없는 소탈함이 있으며 대담한 의장과 구도가 독특한 곡선, 비취색의 유약 등의 특징으로 요약되는 상형청자나 상감청자와는 달리 앞·뒷면에 각각 한 그루의 버드나무를 운치있게 그려넣어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은 효과를 낸 철화청자의 대표적인 예이다.
퇴화기법은 철분이 많이 포함된 자토나 백토 안료를 붓을 이용하여 문양을 나타내는 점에서는 철화기법과 같으나 안료가 그릇 표면에 두텁게 발라져 문양 부분이 도드라져 있으며 이로 인하여 유약과 함께 문양이 떨어져 나간 예가 있다. 이 기법은 음·양각이나 상감 기법의 문양 주위, 그리고 상형청자의 보조문양으로서 선이나 점을 나타내는데 이용되거나, 주문양 전체를 표현하는데 이용된다. 후자의 경우 국화, 모란, 버들, 야생화, 운학, 나비 등을 간략하게 선묘하거나 백토를 문양의 윤곽까지 대충 바른 후 마치 분청사기의 박지기법과 같이 배경을 긁어 내어 문양의 윤곽을 나타낸다. 타 기법과 달리 사실적인 문양 묘사보다는 단순화시키거나 왜곡된 경우가 많으며 철화기법과 같이 붓을 이용한 관계로 선이 보다 활달하고 자유스럽다.
동화기법
구리가 주성분인 안료를 사용하여 문양을 그린 후 구워내면 문양이 선홍색으로 나타나는 청자를 동화청자라고 한다. 구리는 청자를 번조하는 정도의 온도에서 증발된다. 따라서 낮은 온도의 도기에 안료로 사용된 예는 있으나 높은 온도의 자기질 그릇에 안료로 사용한 것은 고려시대 사기 장인들이 처음이었으며, 그 시기는 12세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기법을 결코 남용하지 않았고 12세기 중엽 이후에 상감기법과 병행하면서도 모란꽃이나 여의주 같이 붉은 색이 필요한 부분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였다.
이에 비해 중국은 청백자에 구리를 이용하여 붉은 색을 내기 시작한 것이 14세기 전반이며, 명의 선덕(연간)에 이르러 완성된 점으로 보아 고려시대의 동화청자는 상감청자와 함께 고려 장인들이 얻은 또 하나의 개가라 할 수 있겠다.
금채기법
청자를 구워낸 후 유약을 바른 표면 위에 금으로 문양을 표현한 청자이다.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청자상감모란당초문금채대접이나 일본에 있는 청자상감금채매월문잔 등의 예로 보아 늦어도 12세기 후반 경에는 만들기 시작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제작과정이 복잡하고 금채에 한번 사용되었던 금은 회수가 곤란했던 까닭으로 적게 만들었던지 남아있는 것은 극히 적다.
금채청자는 <고려사>에 따르면 충렬왕 23년(1297)에 원나라에 금으로 채색한 옹기를 바쳤다는 기록과 조인규(1227~1308)가 원의 세조에게 화금자기를 헌상했다는 내용이 있어 13세기 말까지 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